암호화폐 '치아' 채굴을 둘러싼 저장장치 사재기 바람이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이어 SSD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 내에서 10TB 이상 HDD 가격이 평소 대비 두 배로 치솟자 SATA3 방식 SSD로 구매 수요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미 대만 내 일부 제조사는 3월 대비 SSD 수주량이 5배 이상 늘었다고 밝힌 상황이다. 일부 제조사는 채굴로 손상되거나 성능이 저하된 SSD 보증을 무효화하겠다고 나섰다.
■ GB당 단가 저렴한 SATA3 SSD 판매량 증가
현재 운영체제 설치와 각종 애플리케이션 실행용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SSD는 PC 프로세서와 직접 연계해 빠른 처리가 가능한 NVMe 방식 SSD다. 최신 규격인 PCI 익스프레스 4.0 적용 제품의 최대 읽기 속도와 쓰기 속도는 모두 4000MB/s 이상이다.
반면 SATA3 SSD는 최대 읽기 속도와 쓰기 속도는 560MB/s 전후로 단순 성능만 놓고 보면 NVMe SSD에 비해 뒤떨어진다. 그러나 GB(기가바이트) 당 단가가 150원 내외로 저렴하며 같은 용량의 NVMe SSD 대비 가격은 절반수준이다.
지난 27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저장장치 제조사 에이데이터(ADATA)의 SSD 주문량은 이달 초부터 5배 이상 늘어났다. 이 업체 관계자는 "치아 채굴 수요로 인해 지난 달에 비해 대용량 SSD 주문량이 4배에서 5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에이데이터는 "SSD 주문량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플래시 메모리와 컨트롤러, D램 등 주요 반도체 재고를 3달치 이상 확보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 갤럭시 "SSD로 채굴시 보증 무효"
주요 제조사들은 SSD에 문제 없이 기록이 가능한 최대 용량인 TBW(총 쓰기 용량)를 제한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1TB 이상 SATA3 SSD의 TBW는 200TBW 내외로 하루에 274GB 가량 꾸준히 기록을 해도 보증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SSD가 치아 채굴에 동원되면 계속해서 읽기/쓰기 작업이 일어나기 때문에 제조사가 정한 품질보증기간보다 훨씬 짧은 기간 안에 이상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 기록할 수록 플래시 메모리 셀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SSD 특성 때문이다.
PC 하드웨어 제조사 갤럭시는 중국 웹사이트에 올린 공지사항을 통해 "SSD 제품을 채굴 등 비정상적인 용도로 이용하면 기록 용량이 일상적인 사용형태보다 훨씬 커질 수 있고 그 결과 SSD 속도가 느려지거나 저장공간이 손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렇게 손상된 제품은 SSD 품질보증 규정에 따라 수리나 교환을 거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 SSD 수요 증가로 품귀현상·원가 상승 우려
현재 치아 채굴을 위해 투입된 저장장치 용량은 1EB(엑사바이트)를 넘어섰다. 이는 기업용 18TB HDD 5만 5천개 이상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여기에 SSD까지 가세하면 품귀현상은 물론 전반적인 원가 상승까지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반도체 수급 문제는 플래시 메모리나 D램보다 SSD 읽기/쓰기를 제어하는 컨트롤러 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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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슨이나 실리콘모션, 마벨 등 주요 컨트롤러 칩 제조사들은 원가 상승으로 이미 가격을 올린 상태다. 치아 채굴 수요로 촉발된 SSD 판매량 증가는 이런 사태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취재에 응한 국내 PC 시장 관계자들은 "아직 국내 시장에서는 대용량 HDD나 SATA3 SSD 등 가격 상승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며 재고 역시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