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창문형 에어컨에 20년 만에 다시 뛰어든 이유

국내 시장 전년比 4배 커져..."대기업이 할 아이템이냐" 따가운 시선도

홈&모바일입력 :2021/04/30 09:40    수정: 2021/04/30 13:49

삼성전자 윈도우핏 에어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윈도우핏 에어컨. (사진=삼성전자)

분리형 에어컨에 밀려 있던 창문형 에어컨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삼성전자가 20여 년 만에 창문형 에어컨 시장에 재진입하고, 국내 가정용 에어컨 3위 기업인 위니아딤채도 다음 달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한다.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손쉬운 설치 등 강점을 바탕으로 창문형 에어컨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 국내 창문형 에어컨 시장, 5년간 크게 성장…지난해 전년比 약 4배 커져

국내 창문형 에어컨 시장은 1968년 LG전자가 국내 처음으로 관련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도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했지만, 2000년대 초반 벽걸이 에어컨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창문형 에어컨은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이후 2019년 파세코가 국내 최초로 세로형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 현재 국내 창문형 에어컨 시장 점유율 60%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창문형 에어컨 시장은 지난 5년간 크게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창문형 에어컨 시장은 14만3천100대 규모로, 2019년(3만8천100대)보다 4배 가까이 커지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창문형 에어컨 시장이 30만대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세코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사진=파세코)

■ 다시 뜨는 창문형 에어컨…왜?

창문형 에어컨 시장이 성장한 이유는 1인 가구 증가와 잦아지는 무더위로 인한 에어컨 수요가 늘어나면서, 간편한 설치가 가능한 창문형 에어컨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창문형 에어컨은 실외기 일체형 제품으로, 실외기를 따로 둘 수 없는 환경에 거주하는 소비자에게 유용하다. 또 창문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일반 에어컨 대비 설치가 손쉽고, 구매 후 대기시간이 없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외기를 놓을 수 없는 원룸이나 단독주택에 사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설치가 간단하고 배관공사도 필요 없는 창문형 에어컨 수요가 늘고 있다"며 "또 실외기 한 대로 벽걸이·스탠드형 두 대의 에어컨을 쓰는 투인원 제품 외에 추가로 자녀 방에 에어컨을 두려고 할 때도 창문형 에어컨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윈도우핏 에어컨. (사진=삼성전자)

■ 선두 파세코에 삼성 가세…위니아딤채·캐리어에어컨·신일까지

창문형 에어컨 수요가 늘어나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에어컨 제조업체들은 잇달아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20여 년 만에 '윈도우 핏'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했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최근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고자 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설치 환경 제약으로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을 위해 윈도우 핏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캐리어에어컨도 같은 날 2021년형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했다.

위니아딤채는 다음 달 창문형 에어컨을 첫 출시할 예정이며, 신일전자도 다음 달 초중순에 지난해 출시했던 창문형 에어컨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1위인 파세코도 커지는 창문형 에어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근 창문형 에어컨 3세대를 대거 출시했다.

반면, LG전자는 창문형 에어컨 출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에어컨 시장의 대세는 스탠드 에어컨으로, 창문형 에어컨 시장은 이에 비해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캐리어에어컨 2021년형 캐리어 창문형 에어컨. (사진=캐리어에어컨)

■ 창문형 에어컨 가장 큰 약점은 '소음'…디자인·편의성·서비스 강화

창문형 에어컨의 가장 큰 약점은 소음이다. 실외기가 붙어 있다 보니, 일반 에어컨에 비해 소음이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창문형 에어컨 제조업체들은 소음을 줄여야 해당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소음을 낮추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파세코는 최근 출시한 창문형 에어컨 3세대에 1등급 LG 듀얼 인버터 컴프레셔와 BLDC 모터를 채택해 소음을 취침 모드 기준 37.1db까지 낮췄다. 삼성전자의 윈도우 핏은 저소음 모드로 사용 시 40db 수준이며, 캐리어에어컨의 2021년형 제품은 45db 수준이다.

신일전자 창문형 에어컨. (사진=신일전자)

이외에도 에어컨 제조업체들은 디자인, 편의성, 서비스 등을 강화하며 자사 창문형 에어컨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나섰다.

캐리어에어컨은 국내 최초로 창문형 에어컨에 폐렴균, 대장균, 녹농균, 황색포도상구균을 억제하는 UV-C LED 살균 기능을 추가했다.

삼성전자는 실내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5가지 비스포크 색상으로 윈도우 핏을 출시했다. 윈도우핏은 다른 비스포크 제품과 마찬가지로 패널 교체가 가능하다. 이외에 디지털 인버터 모터와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는 평생 보증 서비스를 제공해, 고장이 나면 무상으로 부품 수리 및 교체를 받을 수 있다.

파세코도 둔탁해 보이지 않도록 굴곡진 디자인을 채택, 5가지 색상으로 제품을 출시한다. 또 기존보다 사이즈를 20% 줄인 '리틀 자이언트 창문형 에어컨(가칭)'도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이다. 이외에 파세코는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에 대해 10년 무상 보증을 지원하며, 업계 최초로 72시간 AS 방문 보증제를 실시한다. 72시간 내 방문을 못 할 경우에는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

기존 창문형 에어컨보다 높이를 20%가량 줄인 '리틀 자이언트 창문형 에어컨(가칭)'을 내달 출시 예정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그래도 시장 아직 작은데…"굳이 대기업까지?" 시선도

한편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한 것을 두고, 대기업이 창문형 에어컨 시장까지 진출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 기업이 하고 있는 시장에서 대기업이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해당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좋아보이진 않는다"며 "시장이 잠식된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파세코 관계자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대기업이 창문형 에어컨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삼성 같은 대기업이 왜 쉬운 길을 택했나 하는 생각이 들고, 국내 제조를 활성화시켜 국내 창문형 에어컨 시장을 키워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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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윈도우 핏은 삼성이 개발하고 제조만 위탁업체에 맡기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라며 "창문형 에어컨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하게 된 것으로, 국내 시장 수요 증가에 따른 시장 확대로 바라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에어컨 시장 규모는 210만3천600대였으며, 이 중 대형·스탠드 에어컨이 185만7천600대, 창문형 에어컨이 14만3천100대, 이동식 소형 에어컨이 10만2천90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