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량용 반도체 역량 강화 위해 NXP 품나

인수합병 가능성 낮지만, 시너지는 충분…관건은 '의사결정'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04/27 17:08    수정: 2021/04/27 18:13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설 지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반도체 업계와 투자은행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의 일종인 차량용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NXP반도체, 텍사스 인스투루먼트(TI),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스, 온세미컨덕터 등 미국 현지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반도체 기업들과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투자은행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기획팀이 다수의 반도체 기업과 차량용 반도체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논의를 이어오고 있지만, 대규모 인수합병 결정을 내릴 최고 경영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부재로 실제 인수합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NXP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1)

NXP반도체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세계 2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11.2%를 점유하고 있다.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최근 '애플카'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다. 이는 각종 데이터 연산·처리 기능을 담당하며, 5~6년 후 전기자율주행차가 대중화하면 급성장이 기대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 1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래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MCU 중심에서 AP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차량용 반도체가 AP와 같은 범용 통합 칩으로 점진 통합·대체되고, 다양한 종류의 신규 모빌리티에 확대 적용된다면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 달성도 가능하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자료=한국자동차연구원)

실제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보유한 포트폴리오(메모리 반도체, AP, 파운드리, 센서 등)를 고려할 때 NXP반도체와의 인수합병이 가장 시너지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 반도체 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완전자율주행차 생태계에 진입하기 위해 NXP반도체를 포함한 다수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수 있는 AP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NXP반도체 인수합병에 나설 경우, 인수규모는 사상 최고치인 7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NXP반도체의 시가총액은 27일 기준 560억달러(약 62조원)다.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여력은 충분하다. 현금 보유액은 지난해 기준 100조원을 넘고, 단기간(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도 120조원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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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양산에 돌입한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8890’. (사진=삼성전자)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차량용 AP '엑시노스 오토'를 공개하고, 이듬해 아우디 차량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현을 위해 '엑시노스 오토 V9'를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엑시노스 오토 V9은 최대 2.1기가헤르츠(GHz)로 동작하는 옥타코어 프로세서로, 디스플레이 장치 6개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 카메라는 최대 12대까지 지원하며, 그래픽처리장치(GPU) 3개를 내장해 디지털 계기판 및 CID, HUD 등 애플리케이션을 독립적으로 구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