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반도체 부족 영향 미미…車배터리 연간 흑자 자신"

1분기 영업익 1천332억원, 전년比 147%↑

디지털경제입력 :2021/04/27 15:43

삼성SDI가 최근 불거진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와 관련, 자사 전기차 배터리와 스마트폰용 배터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전기차 배터리 연간 흑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27일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수급 이슈가 당사 자동차 전지 사업에 영향을 주는 상황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상무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대부분의 완성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는 이산화탄소(CO2) 규제 준수를 위해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를 우선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분기는 비수기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2분기부터 주요 모델 공급이 늘어나고 제품 믹스가 개선되면 매출이 증가해 연간 흑자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삼성SDI

반도체 품귀, 車에서 스마트폰으로 확대

반도체는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시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같은 수급 부족 현상은 차량용 반도체 뿐 아니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당장 2분기부터 삼성전자와 애플 등 주요 업체의 스마트폰 생산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송유진 삼성SDI 소형전지 마케팅 부장도 "최근 스마트폰 AP 등 부품 부족 우려는 사실이지만, 당사 파우치 배터리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송 부장은 "2분기 보급형 스마트폰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할 전망이고, 하반기엔 국내외 고객사가 신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라면서도 "반도체 수급 이슈가 길어지면 스마트폰 생산계획상 변동이 발생할 수 있어 고객사의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하겠다"고 했다.

타사와의 차별점인 각형 전기차배터리 장점도 부각했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전무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개발 방향은 안전성, 고용량, 셀투팩(CTP)을 통한 부품 단순화, 공간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는데 각형 배터리는 이러한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했다.

삼성SDI CI

손 전무는 "탑재 부품 수가 많아서 가격이 높다는 게 각형의 단점이었지만, 최근 부품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게 돼 셀투팩과 모듈팩 등 간소화 트렌드에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부 배터리 업계의 하이망간, 리튬인산철(LFP) 등의 양극재 개발 동향과 관련해서는 삼원계(NCM) 대비 가격이 낮아 엔트리 모델 중심으로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I는 하반기부터 젠5(Gen.5, 5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해 공급한다. 젠5엔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니켈 함량을 88%로 끌어올린 '하이니켈' NCA 양극재를 적용했다. 1회 충전하면 6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이 배터리는 삼성SDI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BMW 신규 전기차 모델에 우선 탑재된다.

손 전무는 "고객의 소재 다양화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키 위해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와 실리콘 음극재를 활용, 에너지 밀도를 낮추면서 급속 충전도 가능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이망간을 비롯해 코발트 프리 양극재와 저원가 음극재를 연구해 적정한 성능에서 가격경쟁력을 보이는 제품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SDI 소형 리튬이온배터리. 사진=삼성SDI

美 ESS 시장 공략 속도…원통형배터리 비중도 높인다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 손 전무는 "국내 ESS 판매는 당초 예상보다 축소폭이 클 것"이라며 "해외 시장 중심으로 공급물량 대부분의 수주를 이미 확보했다. 연간으로 안정적인 실적개선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손 전무는 "지역별로는 미국시장이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커져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미국 외 시장 판매도 전년보다 증가할 것"이라며 "전력용 시장 전망이 좋고, 비대면 산업 성장에 따라 데이터센터 등 다른 용도 배터리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원통형배터리를 공급하느냐는 질문엔 "구체적인 프로젝트 내용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송유진 부장은 "리비안을 비롯, 원통형배터리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올해 양산을 시작해 내년 본격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전기차배터리 비중에서 원통형배터리 비중도 현재 한 자릿수에서 내년에 두 자릿수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전기자전거에 탑재된 원통형 배터리와 배터리팩. 사진=삼성SDI

송 부장은 "코로나 확산으로 전동공구·마이크로모빌리티 배터리 재고를 많이 줄였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수요 향상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전기차배터리 수요가 더해지면서 수급이 상당히 타이트해졌다. 올해 원형배터리 수요는 전년 대비 30% 증가할 전망이다. 생산량을 늘리고 고출력 고용량 프리미엄 시장 중심으로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에 따른 영향도 적을 것으로 봤다. 손 전무는 "대규모 캐파를 내재화하는 데에 상당한 시행착오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테슬라에 이어 폭스바겐도 내재화 계획을 밝힌 것은 그만큼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급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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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카엘 전무는 "오랜 기간 기술개발과 나름의 양산 역량 노하우가 종합적으로 필요한데, 전기차 규모를 키우는 OEM 업체 입장에선 내재화 캐파만으론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차량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전지업체들과도 협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기술과 양산 경험을 보유한 당사 제품에 대한 OEM 수요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삼성SDI의 1분기 매출은 2조9천632억원, 영업이익은 1천33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3.6% 늘었지만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8.9%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6.7% 증가한 반면, 전 분기에 비해 45.9%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