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위험 줄이는 게 어른 역할…암호화폐 시스템 만들어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컴퓨팅입력 :2021/04/26 18:42    수정: 2021/04/27 10:27

"위험을 줄여주는 게 경험 많은 어른들이 해야할 일이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에 쓴소리를 냈다. 암호화폐 투자를 '잘못된 길'로 규정하고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게 어른들이 알려줘야 한다"고 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청년세대와 미래산업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왔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지난 25일 지디넷코리아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특히 청년세대가 이번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기회의 박탈'과 '시대에 뒤떨어진 정부 정책'에 대한 분노라고 진단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암호화폐 열풍에 따른 투자자 보호 방안'을 묻는 여야의원들의 질문에 '암호화폐 투자자를 정부가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암호화폐를 인정하지도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엄청난 금액이 거래되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은 위원장은 2030세대가 최근 암호화폐 투자에 열광하고 있는 상황을 겨냥해 “잘못된 길로 간다면 어른들이 잘못된 길이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전체회의 발언이 알려지자 은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해 13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2030세대가 크게 분노하며 동참한 결과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의원은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젊은 세대는 자산소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코인과 주식 밖에 없는데 이 기회마저 박탈당했다고 생각하고, 정부가 시대와 미래산업의 변화에 너무 둔감하다고 생각하면서 분노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이 의원은 정부에 "암호화폐 시장에 존재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메타버스 등과 결합해 미래산업으로 과감하게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은성수 금융위원장 발언을 보면, 정부가 암호화폐를 여전이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적 산업에서 암호화폐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지금 우리 금융당국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위험과 미래는 항상 공존하는데, 우리는 위험만 바라보고 변화가 없었다.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라고 하지만 여전히 암호화폐를 어느 부처가 담당하는지도 불명확하다. 정부가 업계와 공개적인 미팅을 한 번도 가지지 않았다.

반면, 세계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17년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암화폐가 사기라고 했지만, 나중에 자체 코인을 개발했다. 미국에선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하고, 미국 은행들은 암호화폐를 수탁도 할 수 있게 됐다. 미국뿐 아니라 스위스, 싱가포르도 위험과 미래를 끌어안는 거버넌스를 만들어 가고 있다.

위험과 미래는 공존하는데, 미국 같은 나라는 미래를 보고 변화를 꾀했고, 우리는 위험만 쳐다보면서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젊은이들이 암호화폐 사업을 하려고 싱가포르 등으로 떠나버린 것 아닌가."

Q.은 위원장 발언 이후 특히 청년층의 분노가 크게 일었다. 유독 청년들이 분노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99대 1의 사회'에 대한 분노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고, 이후 월가 점령 시위가 생겼다. 비트코인이 2009년에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99대 1의 사회에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움직임이다.

또, 국내로 좁혀서 보면 젊은층의 박탈감이 자리한다. 평생 집을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이고, 일자리도 없고 기회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산소득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주식아니면 코인밖에 없다고 보는데, 이 기회마저 박탈하려고 하고 그러면서 세금까지 매긴다고 하니 더욱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정부 정책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데서 분노가 생긴 것 같다. 지금 젊은이들은 정부가 게임 셧다운이나, 블록체인을 대하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시대의 변화, 미래기술의 변화에 너무 둔감한 것아니냐'고. '정말 기술을 아느냐'고 정부에 묻고 있다. 첨단 기술 산업은 젊은 세대가 더 잘 아는데, 왜 정부는 대화를 안 하려고 하는지 답답해 하고 있다."

Q.은 위원장 발언에서 '어른들이 잘못된 길은 알려줘야 한다'는 발언이 특히 문제가 됐다.

"은성수 위원장이 암호화폐가 위험하다고 한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 펌핑 세력 같은 불법이 활개치고 있고, 가격 상승에 제한 폭도 없이 24시간 돌아가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줄이고 투기가 아니라 투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어른들은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나. 젊은이들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게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리스크를 줄이고 과감하게 전 세계를 무대로 뛰어 놀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 청년들이 요청하는 것도 빨리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거다.

자꾸 사다리를 걷어차지 말고 기회의 운동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 2030이 잘 돼야 결국 기성세대의 노후도 보장되는 거 아니겠는가?"

Q.미래산업의 측면에서 암호화폐 정책을 접근해야 한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이제 모방의 시대를 끝내고 창조의 시대로 가야 한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가 소셜미디어 싸이월드, 인터넷전화 다이얼패드, 모바일 내비게이션 김기사 같은 것을 세계 어디보다 빨리 만들었다. 시작은 빨랐지만 글로벌로 성장하고 확산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 블록체인도 우리나라가 선두 주자였는데 지금은 규제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간이 조금만 늦어지면 밀리게 생겼다.

앞으로 인류의 미래산업은 우주, 생명과학, 바다, 사이버 세상에 있다고 본다. 우리가 보다 강점이 있는 곳은 사이버 세상이다. 웹툰이나 웹드라마의 확산 속도를 보면 놀랍다. 게임도 우리가 강하다.

이제 젊은이들이 아예 사이버 세상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출근을 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이버 세상에서 콘서트를 열고 팬사인회를 연다. 이게 메타버스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메타버스 상 자산은 블록체인 코인의 일종인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만들어진다. 코인을 단순히 도박장이라고 볼 게 아니고, 투자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고 미래산업 쪽에서 과감하게 키워줘야 한다."

Q. 신산업 육성을 과기정통부가 맡고 있지만, 암호화폐, 메타버스 같이 복합적인 산업은 어느 부처가 담당해야 하는지 모호하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우리 산업 정책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정부 부처가 허가를 안 해주면 사업을 못한다는 점이다. 성문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관습법을 따르는 영미는 일단 사업을 해볼 수 있게 한다.

앞으로 지금은 상상하지 못할 미래기술이 점점 늘어날 텐데 담당부처가 없어서 사업을 못하는 사례가 자꾸 생기면 안된다.

그래서 미래 산업을 결정하는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두바이는 이미 미래산업을 담당하는 별도 장관을 두고 있다.

또 지금은 정책이 너무 공급자 중심이다. 수요자와 더불어 정책을 만드는 수요자 중심 정책이 나와야 한다."

Q.청년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가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소수점 거래가 도입된다면 청년들의 투자 수요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지 않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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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대기업, 미래주, 우량주에 투자할 수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데, 지금 이런 주식은 한 주에 너무 비싸다. 소수점주는 미국이 도입했고, 영국도 검토하고 있다. 1달러에도 주식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을 투명화하는 동시에 청년들이 좀 더 안정적인 자산 소득을 얻을 수 있게 주식시장에서도 소수점 거래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