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DX·탄소중립 '미흡'…"규제완화와 금융지원 시급"

DX '5위' 탄소중립 '6위'…업계 "기술개발 등 재무부담 커"

디지털경제입력 :2021/04/15 09:34    수정: 2021/04/15 09:34

핵심 기간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산업이 다른 산업부문에 비해 미래 준비가 미흡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의 디지털전환(DX)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정부가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송유종 한국석유화학협회 상근부회장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3차 미래산업포럼'에서 "디지털전환과 탄소중립은 석유화학업계가 모두 경험해보지 않은 분야"라며 "산업현장 적용을 위해 업계 노력과 더불어 법 제도 정비와 정부 지원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딜로이트컨설팅과 산업연구원이 실시한 업종별 디지털전환·탄소중립 평가 결과에 따르면, 석유화학은 두 분야에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8개 업종 가운데 디지털전환은 5위, 탄소중립은 6위에 그쳤다.

업계는 '촉매기술'이 오랜 기간 핵심경쟁력 역할을 해온 탓에 디지털기술 도입 등 혁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산업특성상, 짧은 시간에 탄소절감을 달성하는 데에도 제약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SK인천석유화학 사업장 전경. 사진=SK이노
딜로이트컨설팅과 산업연구원이 실시한 업종별 디지털전환·탄소중립 평가 결과. 자료=대한상의

디지털전환 위해 '딥 시프트' 필요

송 상근부회장은 "석유화학 업계도 디지털 전환 비전을 수립하고 연구·개발(R&D), 구매, 밸류체인 전반에서 디지털 기술 접목을 시도 중"이라며 "정부도 기업의 디지털전환 촉진을 위해 데이터 활용 제약을 줄이는 등의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업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원료와 연료는 물론, 관련 설비를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술개발 등 재무적 부담이 관건인 만큼 정부도 금융·세제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가 디지털전환을 위한 '딥 시프트(Deep Shift·거대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최용호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는 "글로벌 선도 화학기업들은 디지털 역량을 미래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기업별 상황에 따라 디지털전환의 방향과 속도, 범위 등을 결정해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석유화학업종의 디지털 전환 전략으로 ▲공급망 통합관리·자동화 ▲현장관리의 디지털화 ▲생산 최적화를 통한 수율 극대화 등 3대 분야 7개 과제를 주문했다.

최 상무는 "석유화학산업은 한 세기 넘게 촉매기술 개발이 석유화학 제품의 품질·수율·생산성 등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였다"며 "촉매기술 외 영역에선 별다른 혁신의 필요성이 없었던 것이 디지털 성숙도가 부진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그동안 범용제품 위주로 생산하고, 유통채널도 B2B(기업 간 거래) 비중이 높았던 만큼, 품질개선과 고객 니즈를 파악키 위한 빅데이터 활용의 필요성이 낮았다"며 "이것이 석유화학업계 전반에서 디지털 활용이 미흡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디지털전환 과제들. 자료=대한상의
석유화학업계의 주요 건의사항. 자료=대한상의

"납사원료 대체가 석유화학 탄소중립의 핵심"

석유화학 산업 특성상 단기 대응에 한계가 있어 R&D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석유화학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 산업으로, 납사원료에서 직접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64%를 차지한다"며 "납사원료를 대체하는 것이 탄소중립 대응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위해 납사원료를 수소·바이오 등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으나, 비용과 기술개발과 같은 현실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며, “대체원료 개발을 위한 R&D에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개편을 위해 환경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석인 산업기술대 석좌교수는 "최근 화학산업의 경,  친환경 화학제품을 비롯해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으로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환경규제도 그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선 공장안전보고서의 이행상태 평가 등급에 따라 안전밸브 검사주기를 정하는데, 안전밸브와 관련이 없는 이유로 등급이 하락해도 안전밸브에 대한 검사주기가 단축되기도 한다"며 "대부분 안전밸브가 높은 곳에 위치해있어 검사를 많이 할수록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작업시간 확보도 어려워져 검사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는 문제까지 생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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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대형 정유·석유화학 설비의 검사주기를 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사업장의 자체적인 절차에 따라 검사·유지보수 주기를 설정한다"며 "안전밸브 검사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검사주기와 기준을 합리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석유화학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는 수준으로 난이도가 매우 높다"며 "어렵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인 만큼 기업과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우리 석유화학산업의 미래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15일 오전 열린 '제3차 미래산업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