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TV' 성공의 법칙, 비스포크서 보인다

삼성전자 '디자인 경영'...TV 이어 생활가전도

홈&모바일입력 :2021/04/15 07:48

삼성전자가 ‘비스포크’로 '게임체인저' 이미지를 각인시키면서 생활가전 시장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이에 과거 디자인으로 글로벌 TV 시장 흐름의 규칙을 바꾼 '보르도 TV'의 성공이 연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비스포크’의 누적 출하량은 100만대(2019년 5월~2020년 12월 기준)를 돌파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비스포크 냉장고. 출시 6개월 만에 삼성전자 국내 냉장고 매출의 50%를 넘어섰으며, 작년 말 기준 약 67%를 차지했다.

비스포크와 보르도 TV는 기능보다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가전 제품도 이제는 기능만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를 끌어낼 수 없으며,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과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제품이다. 

■ 삼성전자, 15년 전 '보르도 TV’로 세계 1위 TV 제조사 등극

보르도 TV는 기존 TV들의 측면에 위치했던 스피커를 하단으로 내리고, 와인을 연상케 하는 곡선형 모서리와 붉은색을 적용해 세련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무겁고 볼록한 모양이 대부분이었던 브라운관 TV 시장에서 화제를 모았다.

와인 잔에 담겨 있는 와인의 빛깔을 직관적으로 반영한 보르도 TV(사진=삼성전자)

지난 2006년 4월, 보르도 TV는 비교적 작은 26인치 크기임에도 1천300달러(약 145만원)에 출시됐다. 비싼 가격에도 300만대가 넘게 팔렸다. 보르도 TV의 성공으로 2006년 삼성전자는 소니를 제치고 LCD TV 제조업체 1위 자리에 올랐다.

당시 삼성전자 전략마케팅 부문 신상흥 부사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보르도 TV 인기 비결에 대해 “판매의 비결은 아주 명확하다”며 “바로 얇고 세련된 디자인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삼성, '비스포크'로 생활가전 시장 ‘게임체인저’ 노려

최근 삼성 가전은 삼성전자 로고가 없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만큼 예뻐졌다. 또 남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라는 슬로건을 통해 가전제품 소재나 색상, 마감 등 디자인 쪽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맞춤형 가전’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담은 ‘프로젝트 프리즘’을 발표했으며, 그 후속 작업으로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라는 표어를 가전제품 마케팅 전반에 사용하기로 했다.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한 삼성전자 비스포크 시티 컬러(사진=삼성전자)

프로젝트 프리즘의 첫 번째 제품이 바로 ‘비스포크’ 냉장고다. 2만여개의 조합이 가능한 비스포크 냉장고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가전’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이 제안하는 맞춤형 가전은 디자인에 무게를 둔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대개 디자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취향으로 모터까지 바꿀 순 없다. 삼성 가전은 대개 화이트·그레이와 같은 기본에 네이비·민트·핑크·코럴·옐로우 등 다채로운 색상이 도입됐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플랫폼을 타 제품 카테고리로 확대하고 있다. 비스포크 정수기와 비스포크 무선청소기, 비스포크 전자레인지, 비스포크 인덕션, 비스포크 슈드레서, 비스포크 에어드레서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비스포크 신제품을 출시 중이다.

비스포크는 삼성전자 가전 사업 성장세를 견인 중이다. 지난해 CE 사업부 연간 매출은 48조1천700억원, 연간 영업이익은 3조5천6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3조원 가량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조원 가량 증가했다.

■ “앞으로 세상에 디자인이 제일 중요해진다”

보르도 TV와 비스포크의 흥행 배경에는 삼성전자 디자인 경영 철학이 자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으로 전사 통합 디자인 전략회의를 주재했다.(사진=삼성전자)

고(故)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에서 "앞으로 세상에 디자인이 제일 중요해진다. 개성화로 간다. 자기 개성의 상품화, 디자인화, 인간공학을 개발해서...앞으로 개성을 어떻게 하느냐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고 강조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제품의 성능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1996년 '디자인 혁명'을 선언하고 ▲디자인경영센터 설립 ▲글로벌 디자인 거점 확대 ▲디자인 학교(SADI) 설립을 통한 인재 발굴 및 양성을 추진해왔다.

현재는 서울, 샌프란시스코, 런던, 뉴델리, 베이징, 도쿄, 상파울루 등에 위치한 글로벌 디자인연구소 7곳에서 디자이너 1천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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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첫 경영 행보로 미래 디자인 전략회의를 주재해 관심을 끌었다. 이는 이 회장의 '디자인 경영'을 한 차원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이 부회장은 "디자인에 혼을 담아내자. 다시 한번 디자인 혁명을 이루자.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 도전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난다. 위기를 딛고 미래를 활짝 열어가자"고 디자인 경영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