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인공지능(AI) 기반 B2B 비즈니스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지난해 370억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설립 후 사업 첫해 성적표인 만큼 지난해 적자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평가다.
오히려, 1년 만에 700억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자체 AI 엔진인 '카카오 i'를 기반으로 한 챗봇 등의 서비스로 공공과 민간 시장에서 의미있는 도입 사례를 만들어 냈다.
지난해 보여준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은 올해 1천억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기반이 됐다. 이번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는 1조1천5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회사 비즈니스의 근간이 될 클라우드 플랫폼 '카카오 i 클라우드'를 연내 정식 출시해 클라우드 인프라, AI, 데이터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2년 차 성적표 공개...'나쁘지 않네'
1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매출액 681억원, 영업손실 368억원을 기록했다.
이번에 공개된 지난해 실적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첫 성적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8월 26일 법인을 설립했고, 실제 사업은 그해 12월부터 시작했다. 따라서 전기(2019년 8월~12월)과 지난해 실적을 비교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내외 클라우드·AI 분야 후발 업체들이 수년 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적자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읽힌다.
클라우드·AI 비즈니스는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한데 반해, 고객이 매달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는 과금 방식을 택하고 있어 흑자 전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특성이 있다는 감안해야 한다.
2013년 사업을 시작한 구글클라우드는 사업 8년차인 지난해에도 56억 달러(6조3천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경쟁업체인 네이버클라우드도 사업 5년차에 들어섰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앞으로 1~2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실적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출범 이듬해에 700억 가까운 매출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종합 업무툴 카카오워크, AI 챗봇, 컨텍센터 솔루션, 시각·음성·자연어처리 엔진 등이 자체 AI 엔진 '카카오 i' 기반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다수의 공공기관, 민간기업에 서비스를 공급했다. 특허청, 한국은행 등 공공기관과 NH투자, 교보생명, BNK금융그룹, GS건설, 삼성물산, 암웨이 등 민간기업이 고객사에 포함됐다.
기업 대상(B2B) IT 비즈니스에서 후발주자지만, 카카오 브랜드가 가진 신뢰성, 대중성을 앞세워 시장에 비교적 수월하게 안착하는 모양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이번 실적과 관련, "영업 결과에 따른 손실이 아닌 지속성장을 위한 신사업 투자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출범 이후 1년간 업계 최고 수준의 기업 파트너들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다양한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하고 있고, 지난해 9월 카카오워크를 출시하며 기업 비즈니스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라고 지난해 실적의 의미를 덧붙였다.
■산은 투자로 1조 기업가치 평가...올해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도 본격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1월 산업은행으로부터 1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1조1천500억원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은 결과다.
산업은행은 투자에 앞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대한 사전기술평가를 진행한 결과 최상위 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지난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보여준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지원 역량 등을 높게 평가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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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연내 B2B 비즈니스의 근간이라 볼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정식 가동할 예정이다.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 '카카오 i 클라우드'가 가동되면 클라우드 인프라, 데이터, AI 서비스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출시되고 사업 확장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산업은행 투자 유치 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혁신 DNA와 IT를 활용해 국내 전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고도화된 인공지능 엔진, 글로벌 최고 수준의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