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추천 이사' 선임이 불발되자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조 측 인사를 이사회에 합류시키도록 힘쓰겠다는 약속과 달리 소극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이를 무산시켰다는 이유에서다.
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종원 행장이 기업은행 노조를 기만했다"면서 "금융노조, 한국노총과 함께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은행의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이 무산된 데 따른 발언이다.
지난 9일 금융위원회는 김정훈 단국대 행정복지대학원 겸임교수와 정소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기업은행 사외이사(임기 3년)로 선임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사측이 제시한 후보라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행장의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자리다.
노조 관계자는 "윤종원 행장이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 의지를 밝히라는 성명 공표를 가로막으면서 재차 추진을 약속했고 2020년 수출입은행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며 "그럼에도 노조 추천 인사 3명 중 단 한 명만을 후보군(4명)에 올렸고, 금융위원장은 해당 인물을 부적격 사유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의 이번 사외이사 추천 작업이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그간 기업은행 노조는 사외이사 4명 중 적어도 한 명을 노조 측 추천 인사로 채우자고 요구해왔다. 직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경영 문화를 만들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과 맞물려 소비자와 직원 모두를 보호할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특히 '노조 추천 이사제'는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자와 근로자가 성과를 함께 책임지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윤종원 행장도 지난해 취임 후 노조와 이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를 맞으면서 윤 행장으로서는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노조 측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이고, 청와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정 합의사항이자 민주당과 한국노총 간 정책 협약사항"이라며 "이중·삼중의 약속을 해놓고도 집권세력은 기어이 신의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금융권 내 노조 추천 이사가 등장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출입은행 노조가 올해 재도전에 나선다고 하나, 같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실패한 만큼 그 문턱을 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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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출입은행 노조는 나명현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5월31일)를 앞두고 후보를 물색 중이며, 사측과 협의를 거쳐 복수의 후보를 제시할 계획이다. 이들 역시 지난해 1월 사외이사 2명을 채우는 과정에서 외부 인사를 추천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당시 방문규 수출입은행장도 사측 후보 3명과 노조 측 후보 1명 등 4명을 기획재정부에 재청했다.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는 "정부와 가까운 인물을 사외이사로 앉히는 관행이 되풀이된다면 국책은행의 경영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국정과제를 이행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