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AI 시대···초중고대 교육시스템 전면 개편해야"

과기한림원 'AI시대 인재양성' 토론회 개최..."개혁에 민간 적극 참여해야"

컴퓨팅입력 :2021/04/04 14:46    수정: 2021/04/05 09:11

"디지털 문맹 퇴치를 위한 교육 개혁이 필요합니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SW중심대학협의회장)는 2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기한림원)이 ‘인공지능(AI) 시대의 인재 양성’을 주제로 개최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AI의 구구단에 해당하는 컴퓨팅 사고력을 구구단처럼 몸에 배도록하는 기초교육이 필요하다. 교육부의 정기 교과과정 개편이 시행되는 2022년에 이것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과기한림원이 AI패권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심각한 AI 인재 부족을 어떻게 해결할 지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과기부 산하 소프트웨어(SW) 싱크탱크인 SW정책연구소(SPRi, 소장 박현제)에 따르면 우리나라 AI인력은 내년까지 1만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또 2019년 국회입법조사처가 조사에 따르면 세계 인공지능 핵심인재 500명 중 한국 출신은 1.4%에 그쳤다.

SW 및 AI 안팎의 큰 관심을 모은 토론회는 1세대 AI 전문가인 김진형 중앙대 석좌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서정연 교수와 오혜연 KAIST 전산학부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은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좌장), 이찬규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인문콘텐츠연구소장), 이성환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교수(인공지능대학원협의회장),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 김정삼 과기정통부 SW정책관, 안현실 한국경제 논설위원 등 7명이 참석했다.

'초중등 교과 과정의 AI/SW 교육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 한 서정연 교수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세상의 핵심 기술이 SW와 AI"라며 "고성능 컴퓨터칩, 초고속 네트워크, 소프트웨어(인공지능) 이 세가지 디지털 기술이 인류 역사이래 최고의 메타기술(기술혁신을 일으키는 기술)"이라며 SW와 AI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공지능 정의에 대해 서 교수는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기술"이라며 "AI와 SW는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라고 해석했다.

서정연 서강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초중고의 부족한 컴퓨팅교육 시간으로 컴퓨팅 사고력이 정립되지 않아 이것이 대학의 부실한 컴퓨팅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서 교수는 "컴퓨터공학과 입학생 90% 이상이 컴퓨팅 사고력을 배운 적이 없다. 1학년 입학한 후 평생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배우기 시작하다보니 적지 않은 학생들이 1학년에 프로그램 포기자로 전락한다"며 국내 대학이 처한 현실을 들려줬다. 이어 "현재 컴퓨터공학과 커리큘럼상 컴퓨팅 사고력 개념에 2년을 소비해야한다. 이 때문에 OS, 네트워크, 그래픽,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 AI 등을 3학년부터 배운다. 학부 교육 수준으로는 AI전문가 양성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초등, 중등 교사부터 빨리 디지털 문맹에서 벗어나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중등 교육에서 컴퓨팅 사고력을 익히고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면서 초중고등학교의 컴퓨팅 교육 시간 확대를 주창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초중고의 SW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양과 질 모두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초등학생은 5~6학년때 실과 과목의 한 형태로 2년간 17시간(1시간이 40분)을 배우고 있고, 중학생은 3년간 정보 과목에서 34시간(2단위)을, 고등학교는 정보 과목이 일반선택으로 돼 있다. 이에 반해 영국은 2014년 9월 ICT 활용교육에서 컴퓨팅 교육으로 대전환, 5~16세(1학년~12학년) 모든 학년 단위에서 컴퓨팅을 독립교과목으로 지정하고 필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역시 컴퓨팅 및 AI 교육 강화에 나서고 있다.

서 교수는 현재의 초중고 컴퓨팅 교육 시간에 대해 "학생들이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익히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면서 "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정보교과 교육이 단절돼 일관성이 없고 많은 학교들이 정보교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를 정보 교과가 아닌 타 교과 과정에서 융합하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컴퓨팅 사고력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 학생들에게 AI융합교육은 심각한 오류"라며 반대했다. 대신 초중학교 교과과정에서 컴퓨팅 사고력을 충분히 익히고 익숙해지면 고등학교 교과목에서 AI+X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모든 초등, 중등 교사들부터 빨리 디지털 문맹에서 벗어냐야한다"면서 "교대와 사대의 모든 전공에 SW교육을 필수로 확대, 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디지털 문맹 퇴치를 위한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 융합교육을 위해서는 AI의 구구단에 해당되는 컴퓨팅 사고력을 구구단처럼 몸에 배도록 기초 교육이 필요하다. 정기 교과과정 개편이 시행되는 2022년에 반드시 이것이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디지털 문해 의미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컴퓨터 데이터 개념을 이해하고 현실 문제를 디지털 데이터 형식으로 추상화하고 컴퓨터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능력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 교수는 주제 발표 후 이어진 토론시간에도 "국내 대학이 망하더라도 국민들이 더 잘 배울 수 있다면 (대학이) 망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육공급자들이 틀을 깨는 개혁을 해야 한다"며 교육부의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사회를 본 김진형 중앙대 석좌교수도 "컴맹인 사람들이 교육정책을 책임지고 있고 이를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면서 "교육을 바꾸는, 나라를 바꾸는 토론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미국은 구글,MS 등 기업이 적극 참여...국내는 전혀 없어"

패널 토론을 한 김현철 고려대 교수도 국내 컴퓨팅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었다. 대학과 초중고 컴퓨팅 교육의 목적이 다르다고 전제한 그는 "우리나라 교육 체제는 상상을 초월할 경직성을 갖고 있다. 중학교 과목에 AI와 소프트웨어가 들어가서 교육이 일어나게 해야 하고, 이걸 위해선 시수를 늘리고 독립 교과를 늘려야 한다"면서 "학과 문제, 교사 수급 문제 등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국민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과정을 만드는 위원회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국내 기업도 이런 분야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영국과 미국을 보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업이 참여하는데 우리는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초중고 표준화 교육과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한국도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학 SW/AI 교육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를 한 오혜연 KAIST 교수는 미국 스탠포드대와 MIT대를 소개하며 "우리도 빨리, 많이 혁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SW와 AI 시대 교육 문제는 SW/AI 기반 교육혁신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한 그는 이를 위한 5가지 혁신안으로 ▲온라인 프로그래밍 플랫폼 ▲학습자 데이터에 기반한 동료 평가 및 피드백 시스템 ▲온라인에서도 상호 작용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액티브 시스템 ▲팬데믹 상황의 온라인 교육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소셜학습 시스템 ▲KAIST가 개발 중인 온라인 조교를 도와주는 AI Q&A 시스템 등을 제시했다.

오 교수는 재직하고 있는 KAIST를 예로 들며 컴퓨터 공학 전공 수요가 최근 몇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KAIST는 전산, 공대 두 분야 전공 학생 수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자연과학대 전공 학생 수는 감소세다. 전산 전공의 경우 2016년 약 500명대에서 지난해 800명대로 많아졌다.

오혜연 KAIST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KAIST는 무학과제로 2학년초에 전공을 정하는데 오 교수는 "800명중 200명 이상이 전산(CS)을 택한다. 여기에 부전공과 복수전공 100명을 합쳐 한 학년에 약 300명 정도가 CS를 수강한다"면서 "KAIST 전산학부는 여러 새로운 시도를 한다. 2년전 시작한 AI중점 이수 프로그램과 작년에 도입한 인공지능과 윤리 특강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AI와 머신러닝 수강생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그는 “피교육자의 개별 데이터를 파악해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수준까지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주 서울대 교수는 대학의 직업교육 강화를 주장했다. AI 관련 학과들이 늘고 있지만 산업계를 위한 충분한 인력 배출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정규 AI 과정이 생긴 지 2년밖에 안됐다고 밝힌 그는 "10년이 지나도 산업계가 원하는 인력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대학이 그에 걸맞는 직업훈련 과정을 운영해 인력수급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수년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전공 학생들에게 직업 교육을 해오고 있다고 공개하며 "정규 과정에서 사용한 콘텐츠를 온라인 플랫폼에 병행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킬 매칭이 더 심각...AI대학원 더 늘려야"

정부 측 토론자로 참석한 김정삼 과기정통부 SW정책관(국장)은 SW/AI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가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10만명을 양성할 것이라면서 "SW가 국부 원천이니 제 값을 받을 수 있게 가격 후려치기 등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면서 "인력 미스 매칭은 양적 부족보다 스킬 매칭이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SW교육 확대를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민간이 보다 나서야 한다면서 "군대서 SW 및 AI 교육 받는다는 걸 오늘 인상적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AI대학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성환 고려대 교수는 현재 8개 AI대학원이 운영되고 있는데 4월중 2곳이 추가로 선정될 예정이라면서 "2~3년 후부터 매년 수백명 석박사들이 배출될텐데 경쟁국과 비교해봤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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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로 유일하게 참석한 이찬규 중앙대 교수는 AI를 산업 쪽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면서 "AI 교육에 인간 문제도 같이 교육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영어 공용화와 병역특례요원 확대, 외국인 비자 제한 철폐 등을 주장하며 현재의 교육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세계 각국이 AI 인재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데 한국은 뒤처지고 있다"면서 "대학과 초중등 교육 현실이 한심한데 교육제도가 서둘러 공급자 중심에서 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