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M&A 통한 소부장 경쟁력 강화 본격화

지난해 핵심전략기술 5건 확보..."올해 5000개 M&A 후보 DB 구축 예정"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04/01 18:59    수정: 2021/04/01 19:04

정부가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 중인 해외 인수합병(M&A) 지원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해 5개 기업이 해외 M&A를 통해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을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KITIA)가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소재·부품·장비 개방형 기술확보 성과포럼'에서는 해외 M&A를 통해 100대 소부장 관련 핵심전략기술을 확보한 원준, SK실트론, DL(옛 대림산업), CJ제일제당, SK종합화학 등의 사례가 소개됐다.

100대 소부장 관련 핵심전략기술은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 이후, 정부가 산업·안보상 중요도와 산업 파급 효과를 기준으로 선정한 핵심전략품목이다.

(사진=산업부)

원준은 독일 '아이젠만 탄소섬유 열처리 장비 사업부'를, SK실트론은 '미국 듀폰 실리콘웨이퍼 사업부'를, DL은 '미국 크레이튼 고기능성 고무 사업부'를, CJ제일제당은 '중국 유텔'의 효소 생산기술을, SK종합화학은 '프랑스 아르케마 고기능성 접착제 사업부' 인수해 핵심 소부장 품목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했다.

박기호 KITIA 회장은 "기업 자체 역량만으로는 핵심 기술 확보가 어려워 정부 차원의 M&A 지원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일례로 M&A 금액에 10% 세액공제 혜택을 지원하는 것은 해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혜택"이라고 강조했다.

(사진=KITIA 주최 '소재·부품·장비 개방형 기술확보 성과포럼' 유튜브 캡처)

다만 "우리나라 M&A는 아직 선진국보다는 보편화하지 못했다"며 "최근 3년간 미국은 5000여 건의 아웃바운드 M&A(한국기업의 외국기업 인수)가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의 4%에 불과한 200여 건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M&A할 때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정보부족을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산업부는 해외 M&A에 대한 지원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공유했다.

이경호 산업부 소재부품장비협력관은 이에 대해 "해외 M&A를 통한 핵심 품목의 공급안정성 조기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 참여 확대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소부장 기술확보 성과는 산업 전반에 파급돼 산업강국으로 도약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소부장 기업의 해외 M&A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사진=KITIA 주최 '소재·부품·장비 개방형 기술확보 성과포럼' 유튜브 캡처)

이 국장은 이어 "정부는 올해 5천개의 M&A 후보기업 DB를 구축할 예정이며, 중소기업에는 4천만원 정도의 현장실사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올해 소부장 특별회계 펀드가 8천억원 정도로 준비가 돼 있고,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하면 가시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성과포럼에서는 네패스, 아이에스시 등 국내 반도체 장비·부품 업체도 참석해 M&A를 통한 성공사례를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네패스는 지난해 미국 반도체 패키지 업체 '데카'를, 아이에스시는 일본 반도체 재료 업체 '덴카'를 인수한 바 있다.

(사진=KITIA 주최 '소재·부품·장비 개방형 기술확보 성과포럼' 유튜브 캡처)

이상민 네패스 이사는 "네패스는 고객사가 원하는 비용절감과 고신뢰성 제품 양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PLP(Panel Level Package) 요소 기술을 보유한 덴카에 M&A를 제안했고, 데카의 필리핀 제조라인 인수를 포함해 한국에 제조 양산기지를 확보하는 데 총 2천억원을 투자했다"며 "네패스는 수년전부터 PLP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왔지만,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 외 마땅한 수요처가 없어 고객사 대부분이 위치한 미국 시장 진출을 고심했고, 그 중 알게된 기업은 바로 데카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데카 인수 이후 미국 고객으로부터 퀄을 진행 중으로, 이르면 올해 말부터 (국내외 생산기지에서) 본격적인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네패스는 시스템 반도체 전체 생산량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대만, 중국과 경쟁해 PLP 퍼스트무버로 고객사를 미리 선점하고, 한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사진=KITIA 주최 '소재·부품·장비 개방형 기술확보 성과포럼' 유튜브 캡처)

김정렬 아이에스시 사장도 M&A를 통해 성과 창출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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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렬 사장은 "아이에스시가 덴카 인수로 확보한 기술은 5G용 연성동박적층판(FCCL) 기술로, 이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만드는 재료를 양산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기존 동박을 합지(접착제로 붙이는 방식)하는 것과 달리 폴리이미드(PI)에 직접 동도금을 입히는 것이 특징이다. 유전손실이 기존 FCCL 보다 개선돼 28기가헤르츠(GHz) 5G는 물론 6G 통신까지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KITIA 주최 '소재·부품·장비 개방형 기술확보 성과포럼' 유튜브 캡처)

김 사장은 "현재 상용화된 5G용 통신 안테나는 FCCL 성능문제로 6GHz 이상에서 동작이 어렵지만, 아이에스시가 보유한 FCCL 기술은 유전손실이나 신호전달력이 좋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5G 안테나 관련한 협력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일본, 미국에서도 수요가 높은 상황으로, 이밖에 FCCL을 활용한 의료용 콘텍트렌즈 등 신규 바이오산업까지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