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진 원장 "코로나19 이후 게임은 일상화, e스포츠는 이벤트화"

더게임체인저 e스포츠 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 이후 게임산업 흐름 전망

디지털경제입력 :2021/03/31 17:27

"e스포츠의 뿌리는 게임이지만 땅 위에서 자라는 e스포츠라는 나무는 게임과 다른 형태로 자라고 있다. 게임은 일상화되고 있지만 e스포츠는 이벤트가 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강화되고 있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은 31일 연세대학교와 젠지이스포츠가 공동 개최한 e스포츠 컨퍼런스 '더게임체인저'(The Game Changer)에서 코로나19 이후 맞이할 e스포츠의 변화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윤태진 원장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많은 이들이 다양한 형태로 여가를 즐겼지만 이제는 경제적 타격을 받은 사람은 여가를 즐길 여유가 사라졌고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취미를 기존과 같이 즐기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

실제로 연세대학교의 연구 결과 코로나19 발생 이후 TV 시청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한 이는 48.5%였으며 동영상 스트리밍과 유튜브 이용이 늘었다고 답한 이는 65.1%, 71.7%에 달했다.

게임 이용이 늘었다고 답한 이의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코로나19 이후 모바일게임 이용이 늘었다고 답한 이는 전체의 63.3%였으며 PC 게임 이용이 늘었다고 답한 이와 콘솔 게임 이용이 늘었다는 답변은 62.3%, 52.1%였다.

윤태진 원장은 "코로나19 이후 게임을 즐기는 이의 수가 늘어나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도 변화했다.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미디어가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줄어들었다"며 "게임이 만병의 원인에서 코로나의 극복수단이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단순히 게임이용자가 늘어나고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아졌다는 선을 발표하는데 그치지 않고 게임과 e스포츠의 사회문화적인 의미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게임의 일상화다. 게임이 무겁고 몰입하는 취미가 아니라 가볍게 즐기는 여가가 됐다는 이야기로 그 증거로 코로나19 시대 이후 모바일게임 이용량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을 꼽았다.

윤 원장은 "다만 게임이 국민여가가 됐다는 의미나 교육적인 취미활동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이 중독물질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진지한 취미생활이 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쉽게 접근가능한 취미생활이지만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여가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하드코어 게임 이용자가 주류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며 문화적으로 하드코어 게임 이용자와 일반 게임 이용자의의 이원화가 선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혐오 표현도 주변화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그럭저럭 용인됐던 거친말, 혐오발언 등은 게임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주위 사람의 눈총을 받는 문화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하드코어 게임이용자를 쉽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풍선 터트리거나 카드 숫자 맞추는 게임을 게임이라 부를 수 있겠냐며 비웃는 이들이 여기서 말하는 주변화 될 하드코어 게임 이용자다"라고 설명했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

세 번째로는 PC방 산업이 지닌 문화적인 의미가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원장은 "코로나19 이후 PC방 산업의 성격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놀이문화의 물리적, 심리적 핵심 공간이었던 PC방의 의미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PC방 출입이 제한되며 당황했던 청소년들에게 여러 대안이 만들어졌다며 여가문화의 물리적 거점이었던 PC방은 모여서 떠들고 즐기는 게임보다는 혼자서 잠깐 즐기는 게임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청소년 문화를 대표하고 그 문화를 움직이는 엔진으로의 지위는 내려놓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네 번째로는 게임과 e스포츠의 차별화를 꼽았다.

윤 원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중의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게임 관련 콘텐츠를 시청하는 이의 수는 기대만큼 크게 늘지는 않았다며 e스포츠가 일상 깊이 파고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명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게임과 e스포츠가 개념, 문화, 사회적인 분리를 겪고 있다고 부연했다.

윤 원장은 "게임과 e스포츠가 아무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분명히 게임을 하는 사람이 보는 데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라며 "하지만 최근 경향을 보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e스포츠 관람을 즐긴다는 이가 급격히 늘고 있다. 게임과 무관한 스포츠 팬이 e스포츠를 관람하는 사례도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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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e스포츠의 뿌리는 게임이지만 땅 위에서 자라는 e스포츠라는 나무가 게임과는 다른 형태로 자라고 있다. 게임은 일상화되고 있고 e스포츠는 이벤트가 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태진 원장은 "코로나19는 전세계 모든 이의 일상을 통채로 바꿨다. 과거는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과 사람들과의 관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라며 "게임문화도 마찬가지다. 언뜻보면 게임 이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다양한 변화의 조류가 이쪽저쪽으로 흐르고 부딪히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