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타트업 110개 품은 '프론트원' 가보니

라운지·피트니스센터 등 편의시설 눈길...미래의 유니콘 기업 입주

중기/벤처입력 :2021/03/30 13:51    수정: 2021/03/30 14:28

"회사가 평생 저를 책임져 줄 수 없으니까요."

집값 상승, 물가 상승, 청년 실업을 몸소 겪으며 자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는 근로소득이 자신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전 세대처럼 회사에 충성하는 MZ세대는 드물다. 

대신 창업을 통해 월급쟁이 삶을 청산하거나, 경제적 독립을 통해 조기 은퇴를 현실화하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을 꿈꾼다. 최근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20·30세대가 급격히 늘어난 동학개미운동이 발생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프론트원 건물 전경

창업을 꿈꾸는 이들은 많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창업 기업 수는 2013년 7만5천572개, 2019년 10만8천874개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업 생존률 현황 (2020년 10월 기준)'을 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차 생존율은 29.2%에 그친다. 창업기업 10개 중 7개가 5년 내에 폐업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현실에서도 용감하게 창업에 도전한 이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프론트원을 방문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2012년 5월 한국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시중 은행 19곳이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2013년 시드 투자 시기(아이디어만 있는 창업 극초기)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디캠프'를 개소하고, 작년 7월에는 시리즈A (시장에 출시할 제품을 제작하거나 베타버전, 혹은 정식서비스를 오픈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 시기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론트원'을 설립했다. 현재 프론트원에는 110개 기업, 디캠프에는 11개 스타트업이 입주해있다. 

프론트원 커뮤니티라운지 /카페
프론트원 카페
프론트원 피트니스 센터

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는 19층에는 스타트업 직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커뮤니티 라운지 겸 카페와 피트니스 센터가 있었다. 카페에는 와플과 토마토주스 등 음료와 디저트를 팔고 있었고, 직원들은 비즈니스와 창업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토론하고 있었다.

프론트원 컨퍼런스룸

프론트원과 디캠프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은 월간 스타트업 데모데이인 디데이 (D.DAY)에 선발된 스타트업에 주어진다. 데모데이는 2013년 6월부터 현재까지 투자자와 업계 전문가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단과 청중 200명 앞에서 펼쳐지는 스타트업 데뷔 무대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현재는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선발 스타트업은 최대 3억원의 직접 투자 및 최장 1년의 입주공간을 제공 받는다. 

프론트원 18층 운영본부

프론트원 18층 운영본부에는 ▲동영상 전용 필기툴 슬리드 ▲맞춤형 영양제 서비스 알고케어 ▲어린이 놀이 패키지 차이의 놀이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입주해있다. 자유로운 차림의 박종현 슬리드 대표는 직원과 함께 온라인 학습 툴 서비스 슬리드를 개발하고 있었다. 슬리드는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위주의 학습 툴로, 동영상을 감상하며 실시간으로 필기가 가능한 서비스다. 클릭 한 번으로 캡쳐가 가능하며, 크롬 확장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없다.

프론트원 3층 코워킹스페이스

3층 코워킹스페이스는 토론과 자유로운 업무가 가능한 작업 공간이다. 이곳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알고케어는 알고리즘 기반 맞춤형 영양제 제공 기기다. 김앤장 로펌 변호사 출신인 정지원 대표는 2019년 창업에 도전했다. 정 대표는 일의 결과가 의뢰인에 한정되어 있는 변호사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어 창업을 꿈꿨다. 

2020년 7월 프론트원에 입주한 주식회사 알고케어는 2021년 세계 최대 규모 가전제품 박람회 CES에서 CES 2021 혁신상을 수상했다. 정지원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들간 활발한 교류의 장이 존재한다는 점이 프론트원의 큰 장점"이라며 "알고케어를 넘버원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프론트원 커뮤니티라운지

프론트원은 선배 창업가와 업계 전문가의 1:1로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오피스 아워를 비롯해 성장사다리펀드, 은행권일자리펀드 등 간접투자, 최대 3억원의 직접투자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현재까지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스타트업에 139억원의 직접투자, 23개 펀드 창출 간접투자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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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지원한 스타트업 중 성공 사례로는 '자란다'가 있다. 데이터기반 교육 매칭 플랫폼 자란다는 2018년 4월 디데이 우승 후 디캠프에 입주했다. 2016년 1인 창업기업이었던 자란다는 디캠프 입주 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교 등에 투자를 받고 현재는 임직원 50명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장신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디캠프를 거쳐간 스타트업의 생존률은 90%, 재단이 일으킨 일자리 창출은 3만 2423명에 달한다"며 "앞으로도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스타트업 혁신 문화를 대중에 널리 알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