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에는 없는데, 내년 하반기에는 나오는 모델이 있다? 수수께끼의 주인공은 바로 갤럭시노트다.
삼성전자가 매년 출시됐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를 올해는 만나보기 어렵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애는 건 아니다. 내년에는 출시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올해는 안 나오는데, 내년에는 나온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모호해진 갤럭시노트 전략을 통해 삼성전자의 셈법을 알아본다.
■ 올 하반기 갤럭시노트 안 나오나= 매년 하반기 플래그십 라인업을 책임졌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를 올해는 만나볼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7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노트 출시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출시를 안 한다고 못 박진 않았지만, 주주총회에서 출시가 어렵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올해 갤럭시노트를 만나볼 수 없다는 얘기를 우회해서 말한 것으로 보인다.
■ 왜 안 나오나=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노트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로 'S펜'을 꼽았다. 고 사장은 "올해 출시했던 '갤럭시S21 울트라'에 S펜을 적용했다"며 "일 년에 S펜이 적용된 플래그십 모델을 두 번 출시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하반기 출시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1'시리즈를 출시하며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1 울트라'에 S펜을 지원했다. 비록 노트와 같이 S펜이 내장되는 모델은 아니었지만, 갤럭시S 시리즈에 S펜이 지원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 그럼 향후 갤럭시노트 단종되나= 그건 아니다. 현재까지는. 고동진 사장은 "출시 시기가 다를 수 있지만 내년에는 노트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노트 고객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갤럭시 단종설에는 선을 그었다. 올해는 나오긴 어렵지만, 내년에는 출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고 사장은 "S펜 사용 경험은 어느 누구보다 무선사업부가 노력한 분야"라며 "노트는 무선사업부의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하이엔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노트 단종설이 불거진 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갤럭시S 시리즈의 화면이 노트와 비슷할 정도로 커지고, 폴더블이라는 대화면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대화면'과 'S펜'을 특징으로 내세웠던 갤럭시노트의 정체성이 다소 모호해지면서 단종설은 여러차례 불거졌다.
특히, 올 상반기 갤럭시S21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에 S펜이 지원되고 차기 폴더블폰에 S펜이 지원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러한 단종설은 다시 한번 힘을 받게 됐다.
■ 올해는 안 나오는데, 내년에는 나온다고?= 삼성전자가 밝힌 바로는 그렇다. 올해는 내놓기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갤럭시노트를 버리자니 내부에서는 고민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왜냐면 갤럭시노트의 판매량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판매량이 다소 부진하긴 했지만, 갤럭시노트는 통상 한해 1천만대 정도의 판매량을 책임졌던 모델이다.
따라서 당장 갤럭시노트를 없애면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자리를 완벽히 대신할 모델이 현재로서는 없다. 물론, 삼성전자는 '갤럭시Z'라는 폴더블 카테고리를 새롭게 만들고 하반기에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해 대중화를 이끌 전략이지만 아직 폴더블 스마트폰이 갤럭시노트의 자리를 대신하기에는 판매량 면에서 월등히 떨어진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량은 200만대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직까진 갤럭시S 시리즈에도 S펜이 내장된 형태는 아니기 때문에 갤럭시노트 사용자층과 갤럭시S 사용자층이 엄격히 다르고, 폴더블폰에 S펜이 탑재된다 하더라도 폴더블폰의 사용성과 바 타입의 사용성이 달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노트 라인업을 완전히 없애기에는 아직까지 내부에서는 무리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
■ 노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럭시노트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한 듯 보인다. 현재까지는 노트를 당장 없애기엔 어려운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삼성전자가 'S펜'의 사용성을 다른 모델에 확대하고 '대화면'을 가진 스마트폰들이 계속해서 나오게 된다면 노트의 특장점과 정체성은 점차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또 올해 '갤럭시노트'의 부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따라 내년 갤럭시노트의 출시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한 번 명맥이 끊긴 노트 시리즈를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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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폴더블이 노트보다 영업이익이 높기 때문에, 노트보다 판매량이 부족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만 올라온다면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대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결국 갤럭시노트의 미래는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실적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삼성전자에게 있어 폴더블폰이 어느 정도 대중화에 성공할지, 그래서 노트의 자리를 폴더블폰을 비롯한 다른 모델들이 얼마만큼 채워줄 수 있을지 가늠하는 한 해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