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는 입장에서 시장점유율은 생명이고, 수익은 인격이다."
2년 전인 2019년 8월 고동진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장 사장이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생명과 인격을 모두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분주하다. 젊은 층(M·Z세대)를 겨냥해 기능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A' 시리즈를 사상 처음으로 언팩을 통해 3종이나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가장 많이 팔리는 자사 제품군인 갤럭시A 시리즈 판매를 확대해 점유율을 늘려, 불안한 시장 점유율 1위를 더욱 확고하게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애플과 중국에 쫓기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생존 전략에 본격 시동을 건 셈이다.
■ 플래그십만? 이제 보급형도 언팩 공개한다
삼성전자가 변했다.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 '갤럭시노트' 등 플래그십 제품에 한해서만 진행하던 글로벌 언팩 무대에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A'를 주인공으로 세웠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밤 11시 온라인으로 '삼성 갤럭시 어썸 언팩'을 열고, 갤럭시A 시리즈 3종(▲갤럭시A52 LTE ▲갤럭시A52 5G ▲갤럭시A72 LTE)를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A 시리즈를 언팩을 통해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갤럭시A 언팩 공개가 갖는 의미는?
'갤럭시A'를 대하는 삼성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 즉, 글로벌 공개 언팩을 통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갤럭시A에 조금 더 힘을 더 실어주겠다는 뜻이다.
글로벌 언팩을 진행하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초청장을 보내고, 전 세계 동시에 제품을 공개하면서 이목을 더욱 집중시킬 수 있다. 30분 정도 진행된 이번 언팩 유튜브 시청자 수는 3만명이 넘었다.
■ 갤럭시A에 왜 더 힘 주나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점유율은 10%대로 떨어졌다. 점유율이 20%를 넘지 못한 것은 10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제품부터 플래그십 제품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플래그십 제품으로 불리는 '갤럭시S·노트' 시리즈의 판매량이 부진하고, 새로운 폴더블 라인인 '갤럭시Z'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경쟁사인 애플은 '아이폰12'로 큰 인기를 끌며, 지난해 4분기에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출하량 점유율 1위를 가져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저가 제품군에서는 중국 빅3 업체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는 중국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없다시피 하지만 글로벌에서는 다르다. 자국 시장인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삼성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과 중남미 시장에서 삼성은 중국 업체와 맞붙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점유율이 쪼그라들었지만, 샤오미, 비보, 오포가 그 자리를 줄줄이 대신하고 있기 때문.
여기에 애플도 최근 아이폰SE 2세대를 출시하며, 기존 라인보다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SE 2세대는 무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2위에 올랐다.
삼성은 이렇게 플래그십과 중저가 제품 모두에서 가해지는 압박 속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A' 출시를 확대하며 판매에 힘을 주는 것.
갤럭시A는 갤럭시 플래그십 제품보다 더 많이 판매되는 제품이기에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갤럭시A 판매 확대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가장 많이 팔린 갤럭시 제품은 플래그십이 아닌 갤럭시A51이었으며, 지난해 베스트셀러 탑 10 순위권 안에 든 갤럭시 제품 4개 모두 갤럭시A였다.
■ 그래서 갤럭시A52, 갤럭시A72는 사양은?
이번에 공개된 갤럭시A52와 갤럭시A72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들어가 있던 ▲6천400만 화소 포함 쿼드 카메라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대용량 배터리 ▲IP67 등급의 방수·방진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 기능 등이 지원되는 점이 특징이다. 가격은 50만~60만원대지만, 기능은 프리미엄 급 기능을 탑재한 고사양 중가폰이라고 할 수 있다.
갤럭시A52는 6.5인치 FHD+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에 LTE모델은 90Hz, 5G 모델은 120Hz 화면 주사율까지 지원한다. 4천500mAh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25W 초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갤럭시A72는 6.7인치 FHD+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에 90Hz 주사율을 지원한다. 800만 화소의 망원 카메라가 3배 광학 줌도 지원한다. 5천mAh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25W 초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갤럭시A52와 갤럭시A72 모두 역대 갤럭시A 시리즈 중 최대인 800니트 밝기를 지원해 야외에서도 동영상 시청이 수월해졌다.
색상은 어썸 바이올렛, 어썸 블루, 어썸 블랙, 어썸 화이트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 한국도 출시하나요
아직 한국 출시는 미정이다.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갤럭시A52와 갤럭시A72를 출시한다. 사실상 이 제품은 국내 타겟용보다는 유럽 시장을 타겟으로 한 제품인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에서 샤오미, 화웨이, 오포의 합산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1위인 삼성전자(32%) 점유율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이다. 애플도 20%였던 유럽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23%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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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가 상용화돼 있는 국내에는 해당 모델이 나오게 된다면 5G 제품으로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내 갤럭시A52 5G가 나올 전망이다.
언팩에서 공개된 갤럭시A52 가격은 349유로(약 47만원), 갤럭시A52 5G 가격은 429유로(약 58만원), 갤럭시A72 가격은 449유로(약60만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