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난제를 풀어줄 탁월한 비법은 없다

[신간소개] 벤 호로위츠의 '하드씽'

인터넷입력 :2021/03/17 14:25    수정: 2021/03/17 14:2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경영자들은 ‘탁월한 비법’을 기대하면서 다양한 책이나 자료를 접한다. 때론 컨퍼런스에 하루 종일 참석하면서 뛰어난 능력자들의 혜안을 구한다.

이 모두 ‘경영의 난제를 푸는 최선의 한 수'를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그 밑바탕엔 보통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향해 가는 비법이나 공식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벤 호로위츠가 쓴 ‘하드씽’은 “(그런 고난을 극복할) 공식 같은 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을 한 호로위츠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 반응이 조금 달라진다.

호로위츠는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앤드리슨호로위츠 공동 창업자다. ‘넷스케이프'를 만들었던 마크 앤드리슨과 함께 시작했던 앤드리슨호로위츠는 미국 IT 혁명의 젖줄 역할을 톡톡히 해낸 전설적인 VC다. 최근 화제의 주인공인 '클럽하우스' 투자를 주도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호로위츠는 왜 “공식 같은 건 없다”고 했을까? 오랫동안 함께한 직원을 해고해야 할 때, 사내정치 문제가 심각해졌을 때, 파산을 막을 투자가 절실할 때, 회사를 팔아야 하는지 고민될 때…. 여기에 정답이 있을 리 없다.

경제경영서에서 흔히 말하는 성공 공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자는 이것들이 진정으로 어려운 ‘경영의 난제’이며, 리더라면 반드시 이와 같은 문제에 직면하는 순간을 맞이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정답 없는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최선의 한 수’를 제시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1장부터 3장까지는 벤 호로위츠의 분투기다. 맨땅에서 회사를 창업해 천문학적 금액의 가치를 가진 회사로 키우기까지의 과정을 속도감 있고 풀어간다.

4장부터 8장에선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조직 관리부터 투자 유치까지 경영의 모든 요소를 아우른다. 순서대로 봐도 좋지만, 필요에 따라 어느 곳을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마지막 9장에서는 대단원의 마무리를 지음과 동시에 현재 세계 최고의 벤처캐피털로 손꼽히는 a16z를 창업하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한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에두르지 않고 분명하게 얘기한다는 점이다.

회사 내 직급 문제를 다루는 대목을 살펴보자. 요즘 직위와 직급에 대해 엄격한 규칙을 세우는 일은 시대착오적이고 형식주의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그럼에도 ‘직위는 결국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직원들이 이직할 때 처할 상황을 고려해야 하며, 직원 간 소통의 효율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직위를 어떻게 책정하는 게 좋을까? 높게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반대로 하는 게 좋을까? 이 문제 역시 많은 경영자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동업자인 마크 앤드리슨과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를 비교한다.

앤드리슨은 직위를 가능한 높게 책정하라고 주장한다. 연봉 같은 것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저커버그는 업계 평균보다 낮은 직위 정책을 고수한다. 물론 저커버그가 이런 정책을 고집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신규 직원이 기존의 뛰어난 직원보다 높은 직위를 받는 경우를 방지하고, 조직 내 승진 프로세스에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거시다.

저자는 둘 중 어느 쪽도 완벽한 정답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회사 상태에 따라 달라 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직급을 낮게 책정하는 건 최고 회사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오고 싶어한다. 반면 이런 이점이 적다면 직급을 높여주는 게 좋다.

벤 호로위츠는 이런 방식으로 정답 없는 난제를 해결해나간다. 어떻게 하면 열심히 일할 조건을 만들지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늘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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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명민하고 경험 많은 사람이 각종 경영의 난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실감나게 전해준다. 특히 호로위츠는 ‘만병통치약 같은 공식’이나 어디서나 통하는 정답 같은 건 없다고 선언한 뒤, 힘든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 그게 이 책의 최고 장점이다.

(벤 호로위츠 지음/ 안진환 옮김, 한국경제신문 1만8천원)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