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인하가 꼼수인 이유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문제 근본 회피하는 조삼모사 정책

데스크 칼럼입력 :2021/03/16 16:00    수정: 2021/03/16 17:4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앱결제 공세를 펼쳤던 구글이 한 발 물러섰다. 연간 매출 100만 달러(약 11억원)까지는 수수료율을 15%만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30%인 기존 수수료의 반값 수준이다. 100만달러를 넘는 매출에 대해만 30%를 적용한다. 이 정책은 7월1일부터 적용된다. 

구글의 수수료 인하는 중소 개발사들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기존 수수료의 절반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이런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번 수수료 인하는 안팎의 거센 압박 때문에 나온 어쩔 수 없는 양보에 가깝다. 미국,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인앱결제 관련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 하원은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도 통과시켰다. 

경쟁사인 애플의 행보도 영향을 미쳤다. 애플은 지난 해 11월 앱스토어 규정 변경을 통해 “연매출 100만 달러 이하에 대해선 인앱결제 수수료를 15%로 낮춘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구글의 이번 정책은 ‘뒷북’에 가깝다.

(사진=씨넷)

더 중요한 건 수수료가 아니라 앱 결제 독점 

구글이 ‘수수료 인하’ 당근을 내놓은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인앱결제’에 대한 압박을 피해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숫적으로 절대 우세한 중세 개발사들을 껴안으면서 에픽 게임즈 같은 거대업체들을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일 가능성이 많다. 

물론 순수하지 않은 의도에서 나온 정책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글의 이번 수수료 인하는 더 큰 쟁점을 가리기 위한 꼼수에 더 가까워 보인다. 게다가 구글은 그 동안 게임에만 적용했던 인앱결제를 올 10월부터 전체 콘텐츠로 확대했다. 일부 게임 개발사를 제외하면 인하란 표현 자체가 적절하지도 않은 셈이다.

지난 해부터 우리나라에선 인앱결제 수수료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국내 인터넷업체들은 구글 수수료 때문에 망하게 생겼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그만큼 인앱결제 수수료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인앱결제 공방에서 좀 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구글, 애플 같은 앱장터 운영업체가 결제 수단까지 독점하는 문제다. 인앱결제 수수료도 결국은 결제 수단 독점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에픽과 애플-구글 소송의 핵심 쟁점도 ‘앱 배포 및 결제 수단 독점’이다. 미국 하원이 지난 해 11월 공개한 경쟁 보고서 역시 앱스토어의 경쟁 방해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회 역시 구글의 수수료 인하와 관계 없이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인앱결제 강제엔 어떤 쟁점이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인앱결제 처리 과정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인앱결제 처리를 위해선 앱에 API를 통합한다. API는 (신용카드 같은) 결제 수단을 결제 프로세서(payment processor)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구글의 결제 프로세서는 구글 플레이 빌링(Google Play Billing)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사진=씨넷)

구글은 거래 승인 및 처리 작업을 하는 API와 결제 프로세서를 자사 제품만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결제 프로세서를 제공하는 건 구글, 애플 뿐만이 아니다. 페이팔, 스퀘어 같은 많은 업체들이 있다. 그건 API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구글은 앱 바깥에서 결제 프로세서가 구동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앱결제라 부른다. 구글이 인앱결제를 고수해야만 앱장터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더 안전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에픽을 비롯한 많은 업체들은 API와 결제 프로세서를 제3의 업체들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쟁을 통해 훨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앱결제 공방의 핵심은 결제 처리를 위해 구글이 제공하는 API와 구글 플레이 빌링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점이다. 인앱결제 수수료를 15%로 하느냐, 30%로 하느냐는 더 다음 문제다.

구글의 수수료 인하가 인앱결제 관련 입법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건 이런 점 때문이다.

물론 인앱결제 강제는 감정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국수주의적으로 접근해서도 안된다. 그럴 경우엔 자칫 또 다른 무역분쟁의 소지가 될 우려도 있다.

인앱결제 성격 규정부터 명확히 해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앱결제의 성격 규정부터 해야 한다. 이 부분은 에픽과 구글의 공방을 참고해 볼 수 있다.

구글(애플)에게 인앱결제는 앱장터에 통합된 시장이다. 그래서 구글 플레이 빌링만 사용하도록 하는 건, 백화점이 입점 업체들에게 통일된 매장 인테리어를 요구하는 것이나 다를 것 없다는 논리다.

반면 에픽은 인앱 결제가 앱 장터와 별도로 분리된 시장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건, 백화점이 결제수단까지 통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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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인앱결제 공방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선 이 문제를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인앱결제를 규제(혹은 규정)하는 법이 법적 안정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 승인 및 처리 작업을 하는 API와 결제 프로세서에 경쟁 원리가 도입될 경우엔 수수료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경쟁이 허용되는 순간, 소비자(혹은 개발자)의 이익 보호는 좀 더 수월해질 터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