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도 7회 접종 주사기 찾았다?…성급함이 망신살로

전문가 칼럼입력 :2021/03/12 06:00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

대외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넉넉하게 계약했다던 일본. 제약사들과의 협상력 부족으로 코로나19 백신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제약회사의 백신 납품이 차일피일 늦어지는 이유는 분명했다. 계약서 기재 내용을 살펴보니 정확하게 언제까지 몇 명분을 납품한다고 약속한 것이 아니었다.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내용으로 작성돼 있었다는 뉴스가 일본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회 접종주사기도 확보하지 못 했다며 국민의 지탄을 받던 중 일본에서도 7회 접종 가능한 주사기를 찾았다는 이야기로 종일 시끌벅적하다.

교토부 우지시 의사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들이 사용하는 인슐린 주사기를 사용해 백신을 접종해보니 7회 접종 특수주사기가 아니더라도 7회까지 주사가 가능했다면서 발표를 했다. 그러지 않아도 백신 조달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노 다로 백신담당대신은 너무 기쁜 나머지 이 사실을 보도기관에 널리 알렸다고 한다.

일본 우지시 의사회가 인슐린 주사기로 코로나19 백신을 7회까지 주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사진=NHK)

이 분야에는 비전문가인 필자는 관련 뉴스를 듣고서 뭔가 좀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간단한 것이라면 우리나라가 개발한 7회 접종 특수주사기는 뭐지? 이리도 간단한 해결책을 두고 대단한 것인양 어떻게 그렇게 대대적으로 보도됐는지 정말 궁금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에서 반론이 쏟아졌다. 인슐린 주사기는 피하지방에 주사하는 것이고 백신은 피하지방을 통과해 근육에 주사를 해야 하지만 주삿바늘이 짧아서 주사가 근육까지 도달을 못하니 결국 쓸 수 없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우지시 의사회는 본인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백신을 주사를 하기 전에 미리 초음파검사를 해서 주사 맞는 사람의 피하지방이 얇은 지 확인하고 가능한 사람에게만 주사를 놓았다고 해명했다.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인슐린 주사기를 이용해서 백신을 주사하려면 먼저 접종대상자를 대상으로 초음파검사를 해서 피하지방 두께를 판별한 후 근육까지 주삿바늘이 도달하는 사람에게 주사를 놓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백신을 접종하는 일만 해도 일이 얼마나 많은데 거기다가 초음파검사까지 덧붙여서 해야 한다니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는 아닌듯하다.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처럼 말이다.

종일 이문제로 시끌시끌 했지만 결국 관방장관이 나서서 인슐린 주사기를 활용한 백신 접종은 불가하다며 정리를 하고서야 잠잠해졌다.

일본 관료의 일본어 실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일 일본 정부는 디지털정부를 추진하기 위해 디지털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에서는 법률심의에 들어갔다. 법안 심사는 고사하고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디지털 관련 법안 초안에 맞춤법 틀린 곳이 45군데나 발견돼 법안을 마련한 내각부 관료들이 여야의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정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안심의 시작도 못한 채 맞춤법 공부부터 다시 하고 법안을 다시 만들어오라는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담당 대신인 히라이 다쿠야 IT담당대신은 사죄드린다며 카메라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사진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일본 디지털 관련 법안 초안에 맞춤법 틀린 곳이 45군데나 발견돼 담당 장관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사진=NHK)

국회에 제출하는 중요법안문건이 맞춤법이 틀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45군데나 틀렸다고 하니 일본 관료사회에서 도무지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참으로 궁금해진다.

필자는 업무 특성상 일본 정부 관계자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어서 이들의 변화를 피부로 느낀다. 과거 유능하다고 정평이 난 일본 관료의 지식수준이 예전보다 하향 평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별히 이들이 무능해서 그렇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세상이 초스피드로 바뀌어 가는 상황에서 공무원 대상 한 교육 연수 등이 턱없이 부족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일본 공무원 교육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한국 공무원 교육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교육 연수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하다. 공무원이 열심히 자기 계발한다고 해서 승진이 빠르다거나 성과급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칭찬은커녕 일은 하지 않고 공부만 하러 다닌다는 핀잔을 듣는 문화다. 필자와 가까운 고위 관료는 업무 관련 서적을 3권이나 저술했는데 근무시간에 일은 안 하고 책만 썼다며 오히려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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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에서는 도쿄대를 졸업한 우수한 학생들이 공무원이 되기보다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취직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막상 고시에 합격해 관료가 된다고 해도 1, 2년 안에 그만두고 민간기업으로 옮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공무원을 보는 국민 시선이 곱지 않아 신분이 공무원임을 밝히지 않는 사람이 많다.

밉든 곱든 국민이 낸 막대한 세금으로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 공무원의 무능은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일본계 부품기업에서 전산관련 업무를 하다가 일본 정보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0년 이후 한국의 선진 정보기술(IT)을 일본에 소개하고 전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정보화컨설팅 비즈니스를 하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겸했고 병원과 기업 등에서 IT어드바이저로,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30년간 일본인과 같은 신분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며 보고 겪고 느낀 점을 압축 정리한 ‘일본관찰 30년-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18가지 이유’라는 일본 정보서적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