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보궐선거와 맞물려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방안이 또 다시 거론되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 경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비효율을 초래해 정책금융 본연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가 지역에 금융공기업 본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올해도 주요 국책은행의 이전 가능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의 김영춘 후보는 지난달 부산 문현금융단지(BIFC)를 찾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공기관과 HMM(옛 현대상선) 본사를 유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 지역에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주장이다.
여야 후보가 앞다퉈 이 같은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은 부산 지역의 기대와 무관치 않다. 이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주택금융공사 등을 유치한 부산시가 금융중심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자 금융공기업 추가 이전을 희망하고 있어서다.
다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측은 내심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본점의 지방 이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누차 표시해왔음에도 매년 똑같은 이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이들 은행은 혁신 생태계 조성과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의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의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무엇보다 투자유치와 해외 사업수주 등을 조력하기 위해 해외 정부 관계자나 투자자 등과 자주 소통해야 하는데, 본점이 지방에 있으면 여러모로 제약이 뒤따른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본점 이전 시 함께 이동하는 직원의 거처를 마련하는 것도 부담스런 부분으로 지목된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수출입은행장 시절 같은 논리로 완곡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산업은행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할 이 시점에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게다가 국책은행의 이전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만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한 각 은행법부터 개정해야 하는 만큼 국회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본점을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하려는 일부 의원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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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해당 기관의 부산 이전이 재추진된다면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노리는 전주시와의 신경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인 만큼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움직여야겠지만, 본점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혁신성장과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등 당면 과제를 고려해 정치권이 합리적으로 판단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