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게임픽] 넷마블-엔씨 상호 주식 투자, 6년만에 재조명

주주간 협력 의무 해지했지만, 좋은 관계는 지속

디지털경제입력 :2021/03/11 09:18

넥슨이 맺어준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의 협력 관계가 약 6년 만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한때 넥슨과 경영권 갈등을 겪었던 엔씨소프트, 이에 백기사로 나섰던 넷마블의 상호 주식 투자 이야기다.

두 회사는 우연한 기회에 손을 잡았지만, 사업 제휴 시너지와 함께 각각 보유 지분 가치의 상승으로 전략적 관계를 넘어 진정한 협력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11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공시를 통해 엔씨소프트와 맺었던 주주간 협력 의무가 해지됐다고 알렸다.

주주간 협력 의무가 해지되면서 엔씨소프트는 특별관계자에서 제외되고 단순 투자자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넷마블 측은 설명했다.

넷마블의 지분 구조(2020년 9월 기준)를 보면 1대 주주는 방준혁 의장(24.15%)이다. 이어 2대 주주 CJ E&M, 3대 주주 텐센트, 4대 주주 엔씨소프트 등으로 나타났다.

2015년 2월 넷마블-엔씨소프트, 상호 지분 투자

넷마블과 엔씨소프트가 주주간 협력을 맺었던 계기는 약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이 극에 달할 때였다.

넥슨은 당시 엔씨소프트의 지분 약 15%를 보유했었다. 애초 이 회사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돌연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경영권 분쟁에 서막을 열었다.

이런 상황에 지난 2015년 2월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신주 9.8%(3천800억 원),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8.9%(3천900억 원)를 인수한다는 상호 지분 투자를 의결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좌)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자사주를 매각하면 우회적으로 우호 지분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을 돌파했다. 넷마블이 우호관계사로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로 참전했다는 말이 나온 이유였다.

두 회사의 지분 투자로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갈등은 마침표를 찍게 된다. 넥슨은엔씨소프트의 보유 지분 전량을 김택진 대표 등에게 분할 매각하며 손을 털었기 때문이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의 주주간 협력 의무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는 않았다. 특별관계자에서 제외됐다는 게 다였다. 하지만 넷마블은 IP 제휴를 통한 사업 시너지, 엔씨소프트는 경영권 방어에 합심하자는 약속이 있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넥슨 덕에 기업 가치 올라

과정보다 결과적으로 보면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넥슨 때문에 웃을 수 있었다. 각각 다른 셈법으로 손을 잡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끈끈한 협력관계로 거듭났다.

특히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상호 지분 투자의 연장선이었던 사업 제휴를 통해 기업 가치가 상승했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PC 게임 '리니지2'와 '블레이드앤소울'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선보여 매출 2조 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넷마블의 성장을 이끈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과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이다.

또한 이 회사가 보유한 엔씨소프트의 지분 가치는 약 3천900억 원에서 오늘(11일) 기준 약 1조6천억 원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취득가 대비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엔씨소프트 역시 넷마블과의 IP 제휴로 로열티 수익이 늘었고, 넷마블의 보유 지분 가치는 약 6천억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당장 두 회사가 돈방석에 앉은 것은 아니다. 각각 보유한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향후 지분 가치는 또 달라질 수 있어서다. 넷마블은 '제2의 나라', 엔씨소프트는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 주가는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수도 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지분 매각 등에 더 자유로워 진 것에는 의미가 있다. 주주간 협력이 해지된 만큼 필요에 따라 지분 일부를 정리해 현금화를 통한 신규 사업 투자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시작된 협력사다"며 "두 회사가 결과적으로 사업 시너지와 지분 투자를 통한 시세차익으로 함께 웃을 수 있었다. 두 회사 모두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어 지분 투자 가치는 더 늘어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넷마블 엔씨소프트 주주간 협력 해지...관계는 "이상無"

두 회사는 주주간 협력 의무는 해지됐지만,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공통된 입장을 전했다.

이번 협력 해지는 넷마블이 비상장사였던 때와 다르게 상장사로 엔씨소프트와 동등한 위치에 오르면서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 입장에선 특별관계인으로 엔씨소프트와 공동의결권을 유지할 정도로 경영권이 약하지도 않은 상태다.

또한 주주간 협력 해지에는 두 회사의 관계가 지속될 것이란 자신감과 사전 교류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과 맺었던 리니지2 블레이드앤소울의 지식재산권(IP) 제휴 계약을 연장하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특히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관계는 긴밀하다고 알려졌다. 방준혁 의장과 김택진 대표는 제주도에서 별도 자리를 가질 정도로 친밀한 관계다. 지난해 김택진 대표는 '플라워 버킷 챌린지 캠페인'의 다음 주자로 방준혁 의장을 추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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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은 "엔씨소프트 IP를 활용한 리니지2 레볼루션과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두 게임의 서비스 연장을 협의한 만큼, 양사의 우호적 관계는 유지되고 있고 향후에도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엔씨소프트는 "주주 간 계약 적용 해소에 따른 특별한 변화는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 협력은 지속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