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탄소중립은 세계적 흐름…기업이 더 잘 알아"

"환경부가 정책 지렛대 될 것" 강조…中 미세먼지 문제는 "한·중 감축노력 높이 평가"

디지털경제입력 :2021/03/10 15:40    수정: 2021/03/10 16:01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2050 탄소중립 목표는 기업에 가하는 부담이 아닌 세계적 흐름"이라며 "환경부는 기업이 국제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정책적인 지렛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대외의존도가 큰 국내 경제 특성상, 기업이 탄소중립에 참여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이는 정부보다 기업이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탄소 저감과 관련한 정부 제도가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일부 업계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등 환경부가 전담해 운영하는 제도가 탄소 다배출 기업의 저탄소 로드맵 추진에 역효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한정애 환경부장관이 10일 오전 환경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환경부 출입기자단과의 정책간담회에서 ‘2050 탄소중립 이행계획’과 관련한 주요 정책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한 장관은 "배출권거래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지원하는 제도로, 이를 시행하는 나라와 시행하지 않는 나라의 국경세는 달리 적용해야 한다"며 "정부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한 체제를 정립해왔고, 이는 오히려 해외와 협상할 때 협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다. 언론에서 먼저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ESG경영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좀 더 과감한 금융지원과 그 지원 방식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금융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무엇보다 연내 탄소중립의 이행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서 환경부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 제출하겠다고 발표했고, 2030 계획을 제대로 만들어낸다면 2040, 2050 로드맵도 제대로 된 시나리오가 될 것이기 때문에 (NDC 상향안 검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국내 영향에 대해선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단 한 분도 없으실 것이고, 이는 정부 또한 마찬가지"라며 "다만, 우리나라와 중국 모두 노력해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고 있다. 이 또한 높게 평가해야 한다. 앞으로도 협력하고 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환경부장관이 10일 오전 환경부 대회의실에서 환경부 출입기자단과 ‘2050 탄소중립 이행계획’과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주제로 한 정책간담회를 갖고, 2050 탄소중립 사회 달성 및 미세먼지 저감대책 관련 사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관심과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다음은 한 장관과 환경부 기자단의 일문일답

환경부는 지난 2일 '2021 탄소중립 이행계획'에서 주요국가 계발계획에 기후변화영향평가에 따른 절차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있나?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에 온실가스와 관련한 평가부분이 들어있다. 기후변화영향평가는 이를 조금 더 내재화하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국책 사업 등 온실가스 저감·감축·적응과 관련한 부분이 제시돼야하는 분야에 평가가 필요하다. 실제 평가 제도 시행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더 빨라지거나 늦어질 수도 있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사전 타당성 조사가 먼저 진행될 가능성 있어 예단하기 어렵지만, 내년 하반기 사업이 본격 시행된다면 기후변화영향평가 대상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가덕도 신공항과 제주2공항, 울릉공항 등이 온실가스를 지속 배출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사업이 정부의 탄소중립 기조와 부합하는가?

공항을 만들면 그만큼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하는 것은 맞다. 비행기 연료가 그렇고, 공항에서 사용하고 있는 여러 운반기기도 CO2를 발생한다. 인천공항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상당량의 에너지를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항공에서도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부분에서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앞으로 비행기 연료가 바이오, 향후 수소로까지 전환할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 기술혁신과 기업의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지금의 눈으로 보면 CO2를 많이 발생시키는 '기후위기 역행'으로 보실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되지 않게 세부계획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책사업은 이러한 기후위기 차원에서 CO2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제시하는 게 감축·적응과 관련한 주도적인 업무를 하는 역할이 될 것이다.

탄소중립이행법(가칭) 제정과 관련해 환경단체는 탄소감축목표가 구체적으로 설정되지 않는 등 한계가 있다고 봤다. 산업계의 탈탄소 정책에서 말하는 정의로운 전환과 기후정의 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다양한 관점의 법안이 나와있고, 종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기업이나 기술 지원에 치중된 법안이라고 하는데, 이는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결국 녹색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인데,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기업의 녹색전환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어떠한 지원도 없이 '알아서 해라, 하지만 2050년에 (탄소중립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은 곤란하다. 일자리 감소 등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환 과정에 동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취약계층에 영향이 없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한 기금 조성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해 논의 중이다.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건설에 대한 장관의 입장은 무엇인가?

앞서 상임위 때도 말씀드렸지만, 중수로처럼 고준위핵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원전이 가지고 있는 문제, 국민수용성 문제, 지속가능성 문제에 있어 그 어느 하나에도 점수를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지속가능하지 않은 원전과 SMR 개발은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SM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인 만큼, 어느 정도로 소형모듈원전의 기술혁신이 어느 정도로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고 판단해야한다. 현재도 고준위폐기물은 갈 데가 없어 원전부지 내에 존치하는 상황이고, 이를 어떻게 처리할 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공론화를 거쳐 국민께 사실대로 보고드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전체 에너지원에서 20% 규모를 원전을 통해 확보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원전의 수명이 달해 단계적으로 닫아도 2050년에 여전히 15% 정도를 활용할 전망이다. 이는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보면, 적정한 수준의 에너지 전환과 화력발전 의존도를 다른것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의 원전이 필요할 수 있다. 개도국이나 타국에 어떤 식으로 지원이나 개발을 같이 할 수 있을지 차원에서 SMR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것으로 봐달라.

노동 환경 전문가로서 재활용 현장에서 노동 환경이 어떠한 지 의견을 제시해달라.

사실 재활용 현장을 가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열악한 상황이다. 대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것들이 있어 자칫 잘못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곳도 많다. 반면에 해외의 경우 재활용 현장이 주로 실내공간으로 이뤄져있다. 공장이 실내인 것과 실외인 것은 기본적으로 설비나 안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실내가 되면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 공간과 관련한 기본적인 개념 확정이 필요하다. 제가 (장관으로) 있는 한 최대한 노력해서 기본적인 계획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 기업의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재활용 현장 자체가 친환경적이게, 일하는 분들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 ESG 중, G(거버넌스·지배구조)를 제외한 E(환경)와 S(사회적가치)는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사진=환경부

경유세 인상과 탄소세 도입이 탄소중립 전략에 포함될까?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제안해주신 것들이 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작업반에선 여러 제안된 내용들과 방안들을 가지고 모두 검토하고 있을 것. 다만,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시때때로 알 수는 없어 지켜봐야할 것 같다.

내연기관차 판매중단 시점은 대략적으로 언제가 될까?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장관으로서) 제가 말씀드릴 사항은 아니다.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일 것으로 본다. 내연기관차 제작사들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 환경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내연기관차와 관련해서 보다는, 무공해차 얼마나 빠르게 보급할 수 있을 것인지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방식 등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하이브리드차(HEV)를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가 속한 저공해차와 무공해차는 다르다. 환경부의 목표는 무공해차를 최대한 확대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차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일반 하이브리드(HEV)로 나뉘는데, 어떤 차종이 온실가스를 더 적게 배출하는 지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용역이 나오면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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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과 관련,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이 공익감사 청구됐다. 낙동강 등 보 개방 계획은 언제 확정하나.

낙동강과 한강은 금강·영산강과 달리 취양수장의 개수가 5배 차이난다. 금강과 영산강이 30개 정도인 반면, 낙동강과 한강은 150개 정도다. 홍수 등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취양수 문제가 없게끔 하는 취양수장의 위치 조절은 필요하다. 보를 여는 것은 자연성이 얼마나 회복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한강과 낙동강 보는 제대로 열어보질 못했다. 보를 열기 위해선 취양수장의 위치 개선과 주변 농업용수 확보 문제 등을 감안해 진행해야 한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벌써 10년 넘게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보면 굉장히 가슴아픈 상황이다. 불안해하시지 않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4대강 주변에서 농업 활동을 영위하시는 분들께서 정부를 믿어주시면 좋겠다.

취임 전과 후에 정책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소회는?

문재인 정부 5년차에 (환경부에) 들어왔기 때문에 국정과제를 일정 부분 성과로 마무리해야하는 차원이 있다. 2050 탄소중립 관련해 마치 전부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것처럼 불태워야 하는 것들도 있다. 이 두 가지를 잘 조화해야할 것이기 때문에, 국회와 여러 부처와의 협력과 도움이 필요하다. 굉장히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플라스틱 등 폐기물 정책과 관련해 기본은 확실히 수립하고 갈 계획이다. 또 설악산 케이블카나 흑산도를 보면서 국립공원에 대한 가치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자연환경에 대한 가치정립이 중요해졌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