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법 외면하는 야당…속 타는 콘텐츠 개발사

결제수단 강요 제쳐두고 특정 수수료 요구하는 국민의힘

방송/통신입력 :2021/03/08 11:06    수정: 2021/03/09 08:45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입법을 논의 중인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해를 넘겨 난항을 겪고 있다.

과방위 소속 의원들이 앞다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구글과 같은 앱마켓 사업자의 갑질을 막으려 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이 번번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탓에 국내 디지털콘텐츠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과방위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구글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중소기업 규모에 관계 없이 일률적으로 15% 이하 수준으로 수수료를 인하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앱마켓 결제수단을 수수료율 30%의 자사 결제수단 외에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회가 수수료의 적정 수치를 제시하겠다는 뜻이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 수수료 인하 이야기 왜 나오나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과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을 시작으로 발의한 인앱결제법의 주요 골자는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수단만 강제하는 것을 금지행위로 두는 것이다.

구글이 자사 결제수단만 허용하고 기존 다른 결제수단을 퇴출하겠다는 정책은 콘텐츠 개발사의 직접적인 피해와 함께 이용자 권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앱마켓 결제수단을 통한 횡포 논란이 일고 있을 때, 애플은 지난해 말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해 중소 규모 독립 개발사를 위한 조치를 내놨다.

애플 앱스토어는 이미 자체 결제수단만 허용해왔지만 모바일 생태계에서 코로나19로 피해가 더욱 큰 중소개발사의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이 다른 결제수단보다 비싼 수수료의 자사 결제수단만 적용하려고 할 때 애플은 반대 행보를 보인 셈이다.

그럼에도 구글은 결제수단 관련 독점 정책은 고수해오다가 지난 달 국회에서 인앱결제법 논의가 다시 시작되자 한국에서만 수수료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명확한 수수료율이나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고,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사 결제수단만 인정하는데 대한 입장도 없었다.

여당인 민주당에선 이를 두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국민의힘 측은 인앱결제 법은 추가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많다며 법안심사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또 법안심사 논의는 뒤로 한 채 이날 기업의 규모를 따지지 않고 수수료율을 15%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성명을 내놓으면서, 결제수단 독점 문제는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 특정 수수료를 국회가 지정?…“입법회피 꼼수”

국민의힘의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성명을 두고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국경이 없는 사업을 하는 구글에 특정 국가에서만 수수료를 바꾸라는 요구는 ICT 시장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드러낸 것”이라며 “기업에 특정 수수료를 명시해 강요하는 것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요구한 대로 구글이 한국에서 수수료를 낮추더라도 자사 결제수단만 남겨두고 언제든 수수료를 올리거나 다른 조건을 붙이면 결국 피해는 앱 개발사와 소비자에 전가되는 것”이라며 “1년 가까이 결제수단 강제에 대한 법안 논의를 하다가 갑자기 엉뚱한 주장을 꺼내 박탈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디지털콘텐츠 개발사를 비롯한 인터넷 기업과 단체들이 인앱결제 방지법을 조속히 처리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민의힘의 입장 변화에 따라 업계의 요구는 멀어지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거듭 입법 논의를 미루면서 이유로 들고 있는 해외 입법 사례나 이중 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반문을 표시하고 있다.

예컨대 해외 사례 문제를 보면 구글의 자국 시장에서 주 별로 인앱결제 수단을 강요할 수 없는 법안이 잇달아 추진되고 있고, 애리조나 주 하원에서는 법안이 통과하기도 했다. 실제 입법 사례는 외면하면서 오히려 전례가 없는 수수료율 강제를 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중복 규제 문제는 구글이 주장해야 할 내용을 국회가 대신하고 있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줄곧 인앱결제법을 촉구해온 국내 인터넷 기업보다 구글을 우선으로 여기는 야당이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진 이같은 논쟁이 거듭 반복되고 있지만 입법 논의 일정조차 불투명하다. 인앱결제 문제를 이야기 해왔지만 본격적인 법안 논의 과정에서는 입법회피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야당의 행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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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구글이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아니고 단지 인하할 수 있을지 본사와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한 직후 국민의힘이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심사 일정을 뒤집었다”며 “이달 임시국회에서도 4일 법안심사 일정을 논의해왔는데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결국 이번주 상임위 전체회의는 심사를 마친 과학기술 법안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국민의힘이 해외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인앱결제법 반대 입장을 내고 있는데, 자국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 다른 나라의 입법 사례를 따지는 경우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면서 “자국 기업과 소비자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