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SK와 합의 진전없어…판결 수용하고 대화 나서야"

"진정성 있게 나오면 합의금 협상할 것"…코나 리콜 분담금에 활용은 "NO"

미국 전기차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승소한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아직도 협상의 문은 열어두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LG 측은 "SK 측이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제안을 가지고 협의에 나선다면 합의금 방식에 대해선 유연하게 협상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웅재 LG에너지솔루션 법무실장(전무)은 5일 오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최종 판결이 나온 이후 SK이노베이션에 협상 재개를 건의했지만 지난 한 달여간 SK 측으로부터의 반응도 없었고 제안도 받은 게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날 오전 LG와 SK 간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최종판결문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 최종판결문에 대한 추가 설명을 하기 위해 이번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ITC는 96페이지에 최종판결문에서 SK 측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명시했다. SK가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해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점, 소송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점도 강조했다.

한 전무는 "SK 측이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제안을 가지고 협의에 나선다면 합의금 방식에 대해선 유연하게 협상할 생각"이라면서도 "만약 합의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국에서 진행하는 소송 절차를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금 규모는 시장에 알려진 대로 조(兆) 단위 차이가 나는 게 맞다고 LG 측은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5천억원 대 미만을,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 대의 합의금을 각각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왼쪽)과 SK이노베이션(오른쪽) 관계자들이 각사가 제조한 전기차배터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각 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을 합의금을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 전기차(EV) 리콜 분담금으로 활용할 것이냐는 질문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전무)은 "그런 의도였다면 합의금을 전액 일시금으로 받아야 가능할 텐데 그렇지 않다"며 "현금으로 보상받아 리콜 분담금에 쓸 의도는 없다"고 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SK 측과 합의금액 협상이 진행된다면, 합의금 지급은 현금과 현물, 로열티, 지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회사는 ITC의 이번 최종결정문 발표가 향후 자사 기업공개(IPO)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전무는 "이번 판결은 리튬이온전지 산업에서 기술의 가치의 중요성과 미래 사업에서 영업비밀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판결"라며 "예측은 어렵지만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IPO 흥행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이날 ITC의 최종결정문 발표 직후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개발 노력과 그 실체를 제대로 심리조차 받지 못한 미 ITC의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통령 검토 절차에서 적극적인 소명하고 거부권(Veto·비토)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측 관계자는 "ITC는 미국 정부기관으로 조사·판단 권한을 모두 갖춘 법원"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지난 2년간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조사하고 내린 결정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