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 SK가 LG로부터 11개 분야에 걸쳐 영업비밀 22개를 침해했고, 이를 통해 배터리 시장에서 후발주자임에도 경쟁사들보다 10년을 앞서 유리하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ITC는 4일(이하 현지시간) 공식 사이트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ITC 영업비밀침해소송 관련 ITC위원회 의견서(Commission Opinion)'를 게재했다.
앞서 ITC는 지난달 10일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리튬이온배터리 셀·모듈·팩에 대해 미국 생산과 수입을 10년간 금지한다는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을 내린 바 있다. ITC는 최종판결에서 지난해 2월 결정한 조기패소(Default Judgment)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ITC는 총 96페이지에 걸친 최종판결문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실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G가 제출한 최종 영업비밀 목록의 영업비밀 2, 8, 31, 33, 60, 66, 80, 81, 84, 94, 95, 96, 97, 117, 119, 124, 138, 139, 144, 145, 146, 147번을 침해한 물품의 미국 수입, 수입을 위한 판매, 수입 후 미국 내 판매에 있어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고 했다.
조기패소 판결을 인용한 이유에 대해 ITC는 "위원회는 SK의 증거인멸 행위가 심각한(extraordinary)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며 "증거인멸은 고위층(high level)이 지시해 조직장(department heads)들에 의해 SK 전사적으로(through SK) 자행됐다"고 말했다. 또 "SK의 주장을 검토하고 조사 상황을 고려한 결과 SK에 대해 조기패소판결보다 더 낮은 수준의 법적 제재는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도 했다.
ITC는 "조사 기록을 기초로 SK가 문서 삭제, 그리고 문서 삭제가 정기적 관행이라는 변명, 문서 삭제 은폐 시도를 노골적으로 악의(flagrant bad faith)를 가지고 자행했다고 판단했다"며 "OUII(ITC산하 불공정 수입조사국)는 파기된 증거가 SK가 은폐하고자 했던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됐다는 점에 개연성 이상의 근거가 존재한다고 기술했다. 이러한 OUII의 분석에 동의하고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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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수입금지 기간이 10년으로 설정된 이유도 드러났다. SK가 LG의 22개 영업비밀 없이는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데 10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ITC가 판단하면서다. ITC는 "LG는 SK가 영업비밀을 침해해 (다른 경쟁사들보다) 10년을 앞서서 유리하게 출발(head start) 할 수 있었음을 충분히 입증했다"며 "'LG의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10년 이내에 해당 영업비밀상의 정보를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LG 측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ITC는 SK 측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포드·폭스바겐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봤다. ITC는 "잘못은 SK 뿐 아니라 SK의 영업비밀 침해에도 장래의 사업 관계들을 계속해서 구축하기로 선택한 이들에게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