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아이템 확률 전면 공개...업계 전반 퍼질까

[이슈진단+] 확률 아이템 전면 공개...자율 규제 넘어섰다

디지털경제입력 :2021/03/05 11:19    수정: 2021/03/06 10:11

넥슨코리아가 서비스 중인 게임과 향후 출시할 게임에 적용되는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기존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강화된 조치다.

이는 메이플스토리의 확률 표기 오류 사태를 계기로 이용자들의 정보 투명성 요청을 적극 받아드리면서 자율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응답한 것이란 평가다.

넥슨이 확률 공개의 범위를 확대한 만큼 각 게임사들도 이에 맞춰 대응할지에 시장의 관심은 더욱 쏠릴 전망이다. 

5일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메이플스토리로 촉발된 아이템 확률 논란에 "반성한다"며 직접 머리 숙였다. 메이플스토리 뿐 아니라 서비스 중인 게임의 모든 확률을 공개해 이용자들의 불신을 해소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정헌 대표는 "직원 여러분 모두 우리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에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고 계실 것"이라며 "모든 것이 온전히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몫이다. 이용자분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넥슨 판교 사옥 전경.

이어 이 대표는 "넥슨과 넥슨 게임, 그리고 게임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는데 저부터가 이런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변화를 시작하겠다. 넥슨을 성장시켜준 우리 사회 눈높이에 맞추겠다. 더는 이용자 목소리에 둔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넥슨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서비스 중인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메이플스토리를 시작으로, 기존 유료 확률형 아이템과 유료 인챈트(강화) 확률 등을 공개하는 작업을 순차적으로 실행한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범위 확대 결정...메이플스토리가 발단

이번 결정은 메이플스토리의 확률 논란이 발단이 됐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이 지난 달 환생의 불꽃 유료 아이템이 동일 확률 무작위 옵션 부여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 확률과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의혹 제기에 회사 측은 확률 조직(구조)의 오류를 발견해 동일한 확률로 조정했다고 공지하고 보상을 안내했지만, 이용자들의 불만은 오히려 식지 않았다. 좀 더 투명하고 명확하게 이유를 밝혔어야했지만, 넥슨 측이 이용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탓이다.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트럭 시위로 확대되기도 했다.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이번 사태를 아이템 확률 조작 또는 확률 사기로 표현했다. 트럭 시위와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강원기 디렉터와 이정헌 대표가 직접 사과하며 사태 해결의 물꼬를 텄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은 사태의 심각성이 일파만파 커졌기 때문이란 시각이 다수다.

확률 정보 공개 확대..."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수도"

그렇다면 업계 관계자들은 넥슨의 이번 조치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업계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확률 로직이 하나의 영업기밀일 수 있고, 영업기밀 유출에 따른 수익 부담 해소를 위한 연구를 추가로 해야했기 때문이다.

특히 확률 로직 연구를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 투자 등 시행착오를 겪었던 넥슨의 입장에선 이번 결정이 일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들렸다.

그럼에도 넥슨이 게임에 적용된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모두 공개하기로 한 것은 '확률 조작' '확률 사기' 등 오명을 빠르게 벗어야한다는 위기감과 평소 최고의 서비스를 중시한 이정헌 대표의 복심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간 이용자들은 유료 확률형 아이템 뿐 아니라 강화 등에 적용된 확률도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었다. 모든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의존도를 높이면서, 지출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가 큰 발단이 됐지만, 이용자들은 모든 게임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 강화?...넥슨발 변화의 바람 불지 주목

넥슨의 이번 결정은 게임계에 또 다른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 상태다. 넥슨 측이 직원 연봉을 800만 원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한 이후 연봉 인상 바람이 일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용자들은 넥슨의 사례를 앞세워 각 게임사에 확률 공개 범위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넥슨의 결단이 자율 규제의 틀을 바꾸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국회의 강제 규제 움직임이 있지만, 앞서 각 게임사들이 확률 공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확률 공개 범위 확대에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게임사가 넥슨처럼 투명하게 확률 정보를 공개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자체 개발작이 아닌 해외 게임사가 제작한 퍼블리싱작은 확률 공개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산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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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게임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었다. 최근 메이플스토리 확률 논란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인내심이 폭발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넥슨의 이번 결정이 옳다 또는 그르다고 판단하기 어렵지만, 큰 결단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각 게임사는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넥슨의 게임 확률 공개 결정은 다른 게임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용자들은 각 게임사에 확률 공개 범위 확대를 강하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산 게임을 서비스 중인 게임사들은 고민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제작사가 아니면 확률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