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이커머스 빅뱅이다. 네이버와 쿠팡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그 외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저마다의 살길을 찾고 있는 가운데, 이베이코리아라는 '대어'가 매물로 나왔다.
신세계나 롯데 등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통 대기업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IT기업을 대표하는 카카오도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서 앞으로 시장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사모펀드와 신세계, 롯데, 카카오 등이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에 인수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마켓과 옥션 등을 서비스 중인 이베이코리아는 지난달 말 인수 후보들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이베이는 지난 1월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공식화한 후, 매각 희망가로 5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이달 16일 예비입찰을 할 예정이다.
발등 불 떨어진 신세계와 롯데가 인수할까
신세계와 롯데는 이미 쿠팡이라는 '변종'에 쓴맛을 봤다. 나름 오프라인 유통에서 자부심이 있었던 터라 이커머스 사업에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 단위의 적자를 감수하고도 투자를 감행하는 쿠팡을 당해낼 순 없었다. 결국 신세계는 SSG닷컴을, 롯데는 롯데온을 필두로 이커머스 공략을 했다. 신세계는 이마트 온라인 사업부를 각각 분할한 후 합병 SSG닷컴이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롯데 또한 뒤늦게 7개의 유통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해 '롯데온'을 출범시켰다.
신세계의 경우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로 신선식품과 마트상품 등의 거래액이 성장하면서 전년 대비 37% 성장한 3조9천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물류센터 '네오'에 추가로 투자하는 것 보다, 투자 예산을 줄여서 온라인 주문을 위한 PP(Picking&Packing)센터를 늘리기로 했다. 매년 1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집행해오던 이마트가 올해는 그 규모를 5천억원대로 줄이며 비용 효율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신세계가 만약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오픈마켓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신세계는 그동안 상품 구색 강화를 위해 오픈마켓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이렇다 할만한 결과물은 없었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게 되면 이커머스의 모든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베이코리아가 스마일배송을 위해 구축한 동탄 물류센터도 신세계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류센터 네오에 추가 투자하는것 보다, 이베이코리아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이미 비용 효율화가 끝나고 안정적인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구조 자체가 부담이 덜 될 수도 있다.
롯데의 경우도 야심 차게 출범한 롯데온이 사실상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롯데온 거래액은 7조6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성장했다. 코로나19로 두자리수 성장을 이뤄낸 이커머스 기업들과는 대조된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목받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롯데온에서의 지지부진한 성적을 떨쳐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오프라인 사업부문의 실적 악화로 투자 여력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남아있다. 신세계와 롯데 모두 백화점과 면세점 등 오프라인에서의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그동안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으로 비용 효율화를 이뤄냈기 때문에 유통 대기업 입장에서는 볼륨을 키우거나 수익성만 두고 봤을 때 매력적일 수 있다"며 "매물가가 비싸보이지는 않지만, 인수자 입장에서는 추가 투자 없이 네이버와 쿠팡에 대적할 수 없다고 판단해 단독 인수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카오는 오픈마켓에 진심일까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인수도 점치고 있다. 카카오가 네이버에 비해 커머스 사업에 규모적으로 두각을 내지 못하고 있고, 인수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카카오는 다음과 멜론, 김기사(내비) 등 굵직한 회사를 인수해본 경험도 있다. 끊임없는 인수합병(M&A) 전략으로 회사를 키워왔기 때문에, 이커머스 또한 이러한 전략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그동안 코리아센터나 마켓컬리 등 커머스 관련 기업의 매각 이슈에서 빠지지 않았던 기업도 카카오다.
그렇다면 카카오는 커머스 사업을 어떻게 키우고 싶은 걸까. 카카오는 2018년 카카오 내에 있던 쇼핑 부문을 카카오커머스로 분사시켰다. 그 후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카카오톡 내에서 큐레이션 된 상품을 구매하는 톡스토어 등의 외형이 커졌다. 지난해 카카오커머스 거래액은 64% 성장했는데, 선물하기와 메이커스뿐만 아니라 톡스토어 성장(292%↑)이 고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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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카카오톡 사용자들에게 차별과 된 커머스 경험을 주는 것이 목표다. 이커머스 시장 후발주자임을 인정했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카카오커머스의 경쟁 우위를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마찬가지로 거래액 규모에서 네이버와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다만 추가 투자에 대한 고민은 다른 유통 기업들보다 크게 올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흑자를 내는 기업이고, 사업 효율화가 잘 돼 있기는 하지만, 네이버 쇼핑검색에 크게 의존적이고 물류 인프라 등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 보다는 볼륨 유지해가면서 안정을 택한 이베이코리아의 전략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지금 모멘텀을 노리는 원매자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쿠팡 IPO로 갑자기 이베이코리아가 더 주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급하지 않다면 가격과 추가 투자금을 생각해 서두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