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없어진 코미디언, 유튜브에 새 둥지 틀었다

유튜브 주름잡은 '피식대학'·'빠더너스'·'일주어터' 만나다

인터넷입력 :2021/03/04 22:05    수정: 2021/03/04 22:14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무대를 잃은 코미디언들이 유튜브로 모여들었다. 환호하거나 냉소를 보내는 관객도, 통과해야 하는 까다로운 선배나 PD 관문도 없다. 그런데 그 파급력은 방송 못지않다. 아니 오히려 더 뜨겁다. 유튜브에 새 둥지를 튼 코미디언들을 4일 유튜브가 마련한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서 만났다. 

피식대학은 구독자 67만명, 일주어터는 42만명, 빠더너스는 26만명을 보유했다. 이들이 갑자기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것은 아니다. 코미디언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어지면서 온라인 무대를 꾸리고 싶은 마음에 하나씩 올린 영상이 서서히 빛을 발한 것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열정! 열정! 열정!"...피식대학, 힘 뺀 코미디가 구독자 사로잡았다

먼저 피식대학은 코미디언인 정재형, 이용주, 김민수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채널이다. 최근엔 '05이즈백'과 '한사랑산악회', 'B대면 데이트' 등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들은 유튜브에서 힘을 빼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피식대학은 "코미디 무대에서는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 과하게 힘을 줘서 연기를 했지만, 유튜브에서는 힘을 뺀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하다. 그래도 구독자들이 디테일을 다 알아주고 댓글을 달아주신다"고 말했다. 

피식대학은 콘텐츠 회의에 특히 공을 들인다. 웃음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영상 내내 소소하고 촘촘한 웃음이 잘 배치됐는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주로 기승전결이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지만, 스토리에만 집착하면 웃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피식대학은 "처음에 대학생들을 위한 공감 콘텐츠를 만드려고 했지만, 대학 생활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이용주(30대 중반)씨가 콘텐츠에 몰입을 잘 하지 못해 '05학번이즈백'이 탄생하게 됐다"며 "초반에 시행착오를 줄이고 구독자들의 반응을 바로 얻기 위해 콘텐츠를 많이 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댓글 등 플랫폼을 활용하면 더 웃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구독자들이 서로 웃기는 장면을 공유해 주면서 댓글 자체가 또 하나의 콘텐츠가 돼 더 큰 재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유튜브의 장점을 "코미디라는 기술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플랫폼"이라면서 "평범한 사람도 유튜브라는 오픈커머스를 통해 물건을 팔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 피식대학

문쌤, 문이병…빠더너스, 참신한 연출과 편안한 웃음이 인기 비결 

한국지리 문쌤과 문이병 등 다양한 부캐(부 캐릭터)를 탄생시킨 빠더너스의 인기도 뜨겁다. 

빠더너스를 운영하는 문상훈 크리에이터는 "만들어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게 됐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TV프로그램과 유튜브를 비교하면 편집권이 유무가 차이 같다. 방송은 연출 방향이나 흐름 등에 다 맞춰야 하지만, 유튜브는 편집 권한이 온전히 채널 운영자에게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에 최적화됐다고 할 수 있다. 콘텐츠 이해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의도하는 바로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빠더너스 팀도 아이디어 공유 회의를 중요시 여기지만, 맡은 시리즈가 있으면 그 한명이 기획과 연출, 편집을 다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때문에 이를 다 어우를 수 있는 경험이 빠더너스 팀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문 크리에이터는 "회의를 할 때 아이디어가 새로운 그림인지 가장 먼저 생각한다"며 "웃음으로 연결되는 포인트가 있어야하고, 참신한 연출과 편안한 웃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댓글에 대해서는 "피드백은 큰 성취감을 주고, 어쩌면 돈으로 살 수 없는 만족감을 준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 크리에이터는 "유튜브는 영상을 올리기만 해도 바로 돈이 되니까 재능만 있으면 수익화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줬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 빠더너스

69kg 되면 그만 둡니다...일주어터, 구독자와 함께하는 다이어트 통했다

일주어터를 운영하는 김주연 크리에이터는 짧은 코미디언 생활을 뒤로 하고 작은 회사 마케팅팀에서 일하다가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도전했다. 그는 "남들과 다른 게 살찐 것이라고 생각해 다이어트를 주제로 했다"며 "오래는 못할 것 같아서 일주일씩 하자고 생각해 채널명을 '일주어터'로 정했다"고 말했다. 

김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댓글 반응이 구체적인 것이 상처보다는 발전에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했다.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웃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유튜브에서는 어떤 부분이 웃겼는지, 재미없었는지 구체적인 피드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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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튜브에서는 채널 주인이 PD, 작가, 연기자가 다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짱이다'라는 생각으로 할 수 있다"면서 "꾸준히 동영상을 올리면 구독자가 늘어나고, 언젠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지치면 안 된다"는 조언도 했다. 

김 크리에이터는 다이어트가 성공하면 콘텐츠 제작을 그만둘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69kg가 돼 그만두는 모습을 기대해달라"며 "3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참가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 일주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