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대기업 출입금지' 다시 시험대 오르다

[연중기획] 코리아 ICT 정책 톺아보기②- 대기업 참여제한

컴퓨팅입력 :2021/02/26 15:20    수정: 2021/03/05 10:55

임유경, 김윤희, 남혁우 기자

최근 10년 사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한 소프트웨어 정책 중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사례는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참여 제한’이었다. 2013년 시행된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는 논의 초기엔 실현가능성 낮은 정책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정책은 실행됐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매우 극단적인 처방이었다. 이해관계자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기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은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은 정부의 실제 IT수요를 충족시키는 성격과, 민간 기업의 수입을 제공해 시장을 진흥하는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는 후자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이다.

시장 진흥과 중소기업 육성이란 측면은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의 법률적 근거인 ‘소프트웨어 진흥법’의 핵심이다. 시장 진흥이란 정책 목표를 갖는 새 제도가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는 의미있는 선례다. 이해관계자의 입장차이가 명확할 때 한쪽의 시장 활동을 제한하는 극약처방을 택하면 IT시장을 어떻게 바꾸는지 파악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상호출자 대기업은 공공SW에 참여할 수 없게한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시행 7년을 맞았다.

■ 제도 도입 배경과 효과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는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 업체들이 일감 몰아주기, 저가 입찰 등 불공정한 경쟁 방식으로 SW 시장을 독식하고 있어 SW 생태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대기업 계열사의 국내 SW시장 독식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민간 시장과 공공 시장을 모두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어, 중견중소 기업들은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불공정 하도급 거래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높았다.

SW정책연구소가 2019년 발행한 공공SW사업 대기업참여제한제도 관련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상호출자제한(상출제) 대기업 내 IT 서비스 업체의 내부거래 금액 비중은 62%로, 민간 시장 상당 부분을 대기업 IT 서비스 업체가 점유했다.

여기에 더해 공공 시장에서도 대기업 점유율은 지속 증가했다. 대기업의 공공 시장 매출 비중은 2008년 13%에서 2010년 30%로 급증했다.

상출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공공SW 매출 추이(자료=SW정책연구소 2019년8월 이슈리포트)

공공SW 시장에서 대기업 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2004년 매출액 8천억원 이상인 기업은 80억원 이상 사업에만 참여할 수 있게 한 '대기업참여 하한제도'를 도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2013년 1월 ‘공공SW 시장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사업금액과 상관없이 상출제 기업의 공공 SW참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시행 후 공공 SW 시장에서 대기업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국방, 외교, 치안, 전략 분야 사업과 유찰된 사업은 참여 가능하게 했다. 2015년 11월에는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신사업분야 운영지침'을 마련해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신사업 분야의 경우 발주기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예외적용을 요청해 통과하면 대기업 참여를 허용 했다. 2016년에는 지침을 개정해 혁신성장동력 13대 분야에 대기업 참여가 가능하도록 했다.

예외를 허용했다 해도, 대기업들의 공공 SW 시장 진입은 이전과 비교해 크게 제한됐다. 대기업들의 공공매출은 급격히 하락해, 2017년에는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공공매출은 제도 시행 이전(2008년~2012년) 3~6% 내외에서, 시행 후(20013년~2017년) 6%~18%로 성장했다.

제도 실행 후 공공SW 시장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수가 늘고, 이중 일부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SW정책연구소가 지난해 9월 발행한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관련 이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SW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2010년 2만6천543개에서 2018년 3만2천977개로 24.2% 증가했다.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시행 이후 공공SW 시장에서 대기업 비중은 감소하고 중소기업 참여는 확대돼, 시장의 무게 중심이 대기업에서 중견기업 개편되는 효과를 거뒀다.

■ 절반의 성공 거둔 ‘대기업 참여제한 7년'

중견기업이 외형적으로 성장하는 효과도 봤다. 대기업 참여 제한 23개 기업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공공매출을 늘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9개 신규 중견기업의 공공매출은 2012년 846억원에서 2017년 5천54억원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아이티센을 비롯해 대신정보통신, 메타넷대우정보 등 대기업에 속하지 않은 IT서비스업체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특히 아이티센은 대형공공 SW사업 수주와 함께 활발한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다.

한 IT서비스 기업 임원은 “대기업 참여 제한 규제 이후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라며 “아이티센, 대신정보통신 등 대기업에 속하지 않은 기업이 공공SW 사업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반쪽의 성공이라는 편이 우세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 양쪽에서 터져나왔다. 

중소·중견기업들은 대기업 참여가 가능한 예외사업이 계속 증가해, 사실상 참여제한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대기업 참여 예외 인정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까지 161건의 대기업 참여 예외 신청이 접수됐는데, 이중 절반가까운 74 건이 인정됐다는 지적이다.

반면 대기업은 공공SW 시장에서 배제되면서 해외 진출까지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해외에서 정부 레퍼런스를 많이 요구하는데, 대기업 참여 제한으로 레퍼런스를 만들 수 없어 해외 진출까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 다시 시험대 오른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정부는 지난해 9월 시행 7년 만에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봤다. 양측의 불만이 고조되자 제도 도입 취지는 유지하되, 대중소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역점을 뒀다.

혁신 신시장 창출과 해외진출이 가능한 사업에 대해선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고, ‘대기업 예외인정 조기심사제’를 도입해 예외인정 여부를 1년 전에 예측 가능하도록 했다. 또, 무제한이던 대기업참여제한 예외인정 심의 신청 횟수는 2회까지로 제한했다.대중소 기업 간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이 주사업자가 아닌 공동수급인으로 참여하는 '부분인정제'도 도입했다.

대기업 참여제한을 완화해 SW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고 해외 수출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대기업이 다시 시장을 독식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브레이크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SW진흥법 시행령 전부개정령안이 지난해 12월 10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제 막 제도가 바뀌었지만, 벌써부터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의 공공SW 참여 기회가 확대된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높다. 발주 기관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여전한 만큼, 부분인정제를 통해 대기업 참여를 은근히 요구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단 20% 업무비율로 참여하면서 사업 리스크에 대한 책임은 대부분 지게되는 상황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정책의 또 다른 목표였던 하도급 갑질 등 불공정행위 개선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가로 사업을 수주한 후 불이익을 하도급 업체에 떠넘기는 관행은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이어졌고, 불공정 거래 행위는 근절되지 않았다.

업계는 공공 IT사업의 낮은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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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서비스산업협회 채효근 부회장은 “현재 공공IT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규모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는 것”이라며 “수익이 낮으니 일감을 몰아주거나 하도급 갑질 등의 부정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업 비용을 현실화하고, 보다 정확하게 사업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유경, 김윤희, 남혁우 기자lyk@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