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이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IPTV를 판매하면서 장려금(판매 수수료)을 일부 대신 부담했다며 64억원 가량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서비스와 자회사의 방송 서비스를 결합판매하는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공정위는 계열사가 속한 시장에 대기업집단이 자금력을 내세워 위법행위를 확인했다고 밝힌 반면, SK텔레콤은 계열사 간의 합리적 거래이며 오히려 결합상품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위축시키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SK텔레콤은 아울러 공정위 의결서를 확인한 뒤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4일 공정위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부당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63억9천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각각 31억8천900만원 씩이다.
■ 공정위 “대기업집단 계열사 부당지원 밝혀냈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IPTV를 이동통신 서비스와 결합판매하는 과정에서 자사 판매 대리점에 판매수수료 199억9천200만원 가량을 대신 부담했다고 결론지었다.
유무선 통신 시장에서 결합상품 판매 비중의 증가는 전반적인 추세다. 그런 가운데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IPTV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자회사의 재무적인 한계를 따져 장려금을 대신 부담하는 식으로 지원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또 SK텔레콤의 지원으로 SK브로드밴드의 IPTV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났고 재무실적도 급속도로 개선됐다고 봤다.
즉, 두 회사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영향력과 모회사의 자금력으로 IPTV 경쟁 우위효과를 누렸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측은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어느 한 시장에서 선점효과와 자금력으로 다른 계열사가 속한 시장에서 공정거래저해성을 초래합 위법행위를 확인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에서 확인이 어려운 계열사 간 공통비 분담에 대해 서비스별 기대수익(ARPU, 가입자당평균매출)에 따른 비용배분 방식으로 정상가를 산정해 계열사 간 자금지원의 부당성을 밝혔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 SK “합리적 계열사 거래가 위법이라고?”
공정위의 이같은 판단에 SK 측은 반발하고 있다. 공정거래를 저해했다는 공정위의 판단과 달리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포하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정위 의결서를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은 확인하지 못 했다”며 “정상적인 시장 경쟁과 합리적인 계열사 거래를 위법으로 판단한 심의 결과는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우선 공정위가 제재를 내린 주된 이유인 IPTV 가입자 유치비용을 대신 부담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양사 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매수수료 분담으로 SK브로드밴드에 별도 지원 행위는 없었다”면서 “SK브로드밴드도 자사 비용을 모두 부담했고 사후정산까지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동전화 서비스의 영향력으로 IPTV 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을 높였다는 공정위 판단에도 반박을 이어갔다. IPTV 서비스가 포함된 결합상품 판매수수료를 SK텔레콤이 분담하는 것은 SK브로드밴드의 부당지원 목적이 아니라 이동전화 시장 경쟁 대응에 따른 것이란 입장이다.
공정위는 경쟁질서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반면, SK텔레콤은 이같은 제재로 결합상품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이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소비자 후생이 감소되지 않을지 우려된다”면서 “공정위 의결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법적 절차를 밟은 예정”이라고 밝혔다.
■ 업계 “예측할 수 없는 공정위 규제”
통신업계와 유료방송업계에서는 공정위의 판단에 다소 의문을 갖는 분위기다. 정부가 경쟁사에 부과키로 결정한 제재인 만큼 목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규제예측성이 떨어지지 않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IPTV 서비스를 하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는 한 회사에서 무선 서비스도 같이 판매하는 반면 SK텔레콤만 유선 서비스를 자회사에서 판매하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SK브로드밴드가 유료방송 시장에서 점유율이 극적으로 높아진 것은 공정위가 티브로드 인수합병을 승인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공정위가 조사한 IPTV 시장만으로 본다면 케이블TV의 경쟁력 감소로 SK브로드밴드 뿐만 아니라 IPTV 3사가 모두 점유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합상품 시장에서 대세를 이루는 TPS(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상품에서 경쟁강도가 가장 높은 서비스는 이동전화고 실제 기대수익도 이동전화가 훨씬 높은데 IPTV로 이동전화 점유율을 지키려 했다는 판단이 아니라 IPTV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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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ARPU 기준으로 정상분담비율을 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공정위의 판단에도 이견이 오가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통신회계기준에서 판촉비의 역무별 배분 기준은 요금 수익이다”며 “그런데 공정위는 광고 매출이나 홈쇼핑 송출 수수료까지 전체매출로 따졌는데 홈쇼핑 송출 수수료만 따져보면 결합상품과 달리 일정 시기에 기업 간 협상에 대한 결과인데 이를 판촉비 역무로 배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