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를 승인했다. 과거 2016년 SK텔레콤이 당시 CJ헬로비전을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고자 했을 때와 뒤바뀐 심사 결과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중요 쟁점은 시장에서 경쟁이 줄어드는 것을 제한하는 부분이다. 즉 과거 심사에서는 방송통신시장의 경쟁 요소가 지나치게 사라지기 때문에 강력한 시정조치에 따른 승인도 아니고 전격 불허를 결정했다.
반면 올해 심사에서는 시장의 예상보다 완화된 조건을 내놨다. CJ헬로 인수 주체는 LG유플러스로 바뀌었지만, SK텔레콤 역시 티브로드를 인수합병하는 상황은 받아들인 셈이다. 케이블TV 1, 2위가 통신사와 한 회사로 되는 것은 용인했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이처럼 방송통신사업자의 인수합병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과거와 뒤바뀐 점을 두고 시장획정의 차이를 이유로 들었다.
유료방송 시장을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허용할 수 있는 인수합병이란 설명이다.
■ “근본적으로 시장이 달라졌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8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취득 기업결합 심사 브리핑 자리에서 “지난 2016년 심사와 비교해 한 마디로 말하면 가장 큰 차이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유료방송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 간 인수합병을 통해 구조 개편에 이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점을 뜻한다.
특히 IPTV와 케이블TV 등으로 나눠진 유료방송 시자에서 IPTV 가입자 규모가 케이블TV를 추월했고, 케이블TV 안에서도 디지털방송 가입자 규모가 아날로그 가입자 규모를 넘어서는 상황을 주목했다.
VOD 구매행태가 유료방송시장에서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인데, 8VSB 시장에서는 VOD가 없다는 점도 지목됐다.
조성욱 위원장은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이 포화가 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8VSB 시장으로 전이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시장을 나눠 볼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SK브로드밴드와 구 CJ헬로비전 합병 심사에서는 시장획정을 전체 유료방송시장을 하나로 봤다.
반면, 올해 심사에서는 유료방송시장을 디지털 유료방송시장과 8VSB 유료방송시장을 구분했다. 또 별도의 아날로그 유료방송시장은 소멸 단계로 파악하고, 별도 시장 획정 구분에 포함치 않았다.
즉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IPTV와 케이블TV의 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성 우려가 크지만 디지털 유료방송시장과 8VSB 유료방송시장으로 나누면 경쟁제한 우려가 적어진다는 설명이다.
배영수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경쟁제한성 판단을 내리기 위해 시장이 달라진 측면을 우선 봐야 한다”며 “방송통신 융합이 가속화되고 방송 소비 구매 패턴이 많이 달라지며 특히 VOD 구매가 늘면서 시장획정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이동통신 소매시장에서 볼 때 SK텔레콤은 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가지고 있는 회사였는데 여기에 CJ헬로비전 알뜰폰이 추가되는 것은 경쟁제한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본 것”이라며 “결합 회사가 1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경쟁제한성을 인정한 것이고 (LG유플러스는) 3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안전지대에 해당할 정도로 경쟁제한성 우려가 낮다”고 덧붙였다.
■ 시장획정 변경에 확 달라진 심사결과
유료방송시장을 디지털과 8VSB로 구분하면서 기업결합에서 발생하는 경쟁제한 요소는 수치적으로 비교된다.
공정위는 우선 과거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으로 총 23개 방송권역에서 경쟁제한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7개 권역에서 경쟁제한성이 추정되고, 21개 권역에서는 결합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또 합병회사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권역에서 평균 점유율은 60.1%로 분석됐다.
반면 8VSB 시장을 별도로 본 올해 심사에서도 과거와 같이 경쟁제한성이 인정됐지만 가격인상 금지의 시정조치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상황이란 입장이다.
우선 디지털 시장에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는 11개 권역에서 경쟁제한성이 인정되고 결합후 시장점유율 1위가 되는 권역은 17개, 1위지역 평균 점유율은 46.1%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인수로 디지털 유료방송에서는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울러 8VSB시장에서는 디지털 방송인 IPTV만을 가진 통신사가 케이블TV 회사를 품으면서 모두 경쟁제한성이 인정됐으나, 별도 시장인 8VSB의 상품을 유지하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다.
2016년 심사에서는 이동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이 1위 점유율 회사인 점도 문제로 꼽혔다. 당시 CJ헬로비전의 이동통신 점유율 4위인 헬로모바일 알뜰폰 사업이 1위 회사에 합병되는 구조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CJ헬로의 독행기업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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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통시장 3위인 LG유플러스와 CJ헬로 알뜰폰의 결합 점유율은 여전히 3위에 머무르고, 과거와 달리 알뜰폰 사업 경쟁력의 약화로 CJ헬로 독행기업성도 크게 약화됐다고 봤다.
이같은 조건에 따라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기업결합 불허 등의 결과 차이를 낳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