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IT업계를 들었다 놨다 한 ‘쓰리김’

[백기자의 e知톡] 김범수·김범석·김봉진에 쏟아진 ‘빛과 그림자’

인터넷입력 :2021/02/24 13:40    수정: 2021/02/24 13:40

새해부터 김범수(카카오 의장), 김범석(쿠팡 의장), 김봉진(우아한형제들 의장) 등 ‘쓰리김’이 IT업계를 들었나 놨다 하는 분위기입니다.

김범수 의장과 김봉진 의장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전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고, 김범석 의장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계획을 발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특히 김범수 의장과 김봉진 의장은 ‘흙수저’ 출신 자수성가형 경영가란 점에서, 김범석 의장은 일찌감치 사업 감각을 키운 하버드대 출신의 엘리트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중들의 존경과 부러움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은 쓰리김에 대한 그림자 같은 소식과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의 잔혹한 인사평가 제도에 대해 비판을 받았고, 김범석 의장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두고 ‘차등의결권’을 노린 꼼수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김봉진 의장은 한 창업 멤버가 김 의장이 회사 지분을 부적절하게 취득했다는 주장의 글을 SNS에 올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왼쪽부터)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범석 쿠팡 의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재산 절반 환원 ‘박수’ vs 잔혹한 인사시스템 ‘비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이달 8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순차적으로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깜짝 발표했습니다. 김 의장이 보유한 카카오 주식과 케이큐브홀딩스 주식 등을 합치면 10조원이 넘습니다. 따라서 기부 규모가 5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의장의 기부 소식은 국내 대기업 총수가 자발적으로 사회에 기부한 금액 중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조 단위 기부 역시 최초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가 엘리트 집안 출신이 아닌,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할머니 등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을 만큼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던 사실이 알려져 훈훈함을 더했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범수 의장의 과감한 사회 환원 결단에 갈채가 쏟아질 무렵 카카오의 잔혹한 인사평가 제도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졌습니다.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유서 형식의 글을 올리며 회사의 인사시스템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일입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카카오는 동료들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해당 평가를 당사자가 보게 돼 업무에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논란이 커지면서 김범수 의장은 당초 사회 환원 방식을 놓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이에 대해서만 답을 하는 형식의 간담회를 25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현행 인사평가 시스템에 대한 입장과 보완책들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언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범수 의장이 이번 간담회를 통해 ‘카카오스러움’이 묻어나는 사회 환원 방식을 찾고, 구성원들에게 합당한 인사시스템을 마련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범석 쿠팡 의장...미 증시 상장 ‘기대’ vs 열악한 물류센터 환경 ‘우려’

모두가 그 길이 아니라고 할 때, “이 길이 맞다”며 쿠팡을 키워온 김범석 의장의 성공 스토리도 올해 들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습니다.

쿠팡은 이달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계획을 밝혔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55조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상장될 보통주 수량과 공모가격 범위는 아직 결정 전이지만, 업계는 빠르면 상반기 내에 쿠팡이 상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쿠팡의 미국 상장 소식은 자연스럽게 승부수 기질이 ‘충만한’ 김범석 의장에게 쏠렸습니다. 김 의장은 어린시절 대기업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을 떠났고, 1994년 미국에 정착해 미국 국적을 갖게 됐습니다. 그는 하버드대 정치학과에 입학해 재학 시절 잡지 ‘커런트’를 창간해 뉴스위크에 매각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했으며 월간지 회사를 설립하는 등 사업 감각을 키웠습니다. 이후 2010년 한국에 들어와 자본금 30억으로 쿠팡을 설립, 업계가 대규모 물류투자에 부정적 전망을 쏟아냈음에도 쿠팡을 기업가치 55조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김범석 쿠팡 의장.

‘잭팟’을 터뜨린 김범석 의장에 대한 부러움이 한창 커질 무렵,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배경을 놓고 보수 언론들은 ‘차등의결권’ 때문이란 다소 삐딱한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미국은 창업자가 지분 2%만 있어도 58%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김범석 의장이 한국을 '탈출'해 미국 상장을 노렸다는 분석이었습니다.

또 쿠팡은 물류센터에서 발생된 잇따른 산재 사고로 환경노동위원회가 연 ‘산업재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물류직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더 큰 비판의 목소리를 듣는 상황입니다.

2025년까지 한국에서 새로운 일자리 5만개 창출이란 새 목표를 제시한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 아직은 부족한 근무 환경 개선에까지 더 큰 혁신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높아질 전망입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아시아공략·재산환원 ‘갈채’ vs 창업멤버 갈등 ‘의혹’

올 봄 싱가포르로 건너가 아시아 배달앱 시장 정복에 나설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사회 환원 약속 소식도 아직은 차가운 겨울 날씨를 녹이기에 충분했습니다.

김봉진 의장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 ‘더 기빙 플레지’로부터 지난 18일 공식 서약자로 인정받았습니다. 김 의장은 기빙플레지를 통해 재산 절반 이상의 사회 환원을 약속함으로써 한국인으로는 처음, 세계에서 219번째 기부자가 됐습니다. 김 의장이 배달의민족을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하면서 받은 주식과, 기빙플레지 가입 조건 자산 '10억 달러'(1조1천58억원) 이상을 종합하면 김 의장의 기부 규모는 최소 5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김 의장의 사회 환원 소식은 김범수 의장과 마찬가지로 재벌가 2세의 성공 스토리가 아닌, 작은 섬에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청년이 스스로의 노력과 재능으로 금수저를 물게 된 성공이란 점에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난 김 의장은 고등학교 때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힘든 학창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그는 서울예술대학에 진학해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키웠고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실력 덕분에 네오위즈, 이모션, 네이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후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공동창업하기도 했고, 가구회사를 차려 실패했음에도 배달의민족을 4조8천억원에 가까운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통큰 기부와 함께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하고 합작회사를 설립해 아시아 배달앱 시장 공략을 앞둔 김봉진 의장도 새해 SNS에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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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이씨가 지난 달 말 자신의 SNS에 김 의장이 회사 지분을 부적절하게 취득했다는 주장의 글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이 씨 주장은 김 의장이 과거 회사가 투자를 많이 받아 자신의 주식 지분율로는 경영권 방어가 어려울 수 있으니 도와 달라고 했고, 이에 이 씨가 0.1%를 제외한 전 주식을 넘겼는데 김 의장이 이 주식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씨 주장에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이 씨가 총 4차례에 거쳐 소유 주식을 양도와 증여를 통해 처분하면서 차익을 실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이 이 씨에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이 씨는 최초 올린 글을 삭제했고, 해당 논란은 현재 다소 잠잠해진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