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기업들이 '갑자기' 달라졌어요”

[백기자의 e知톡] 삼성·SK·네이버·카카오 등이 ESG 경영 내세운 이유

인터넷입력 :2021/02/14 11:47    수정: 2021/02/15 08:46

언제 부턴가 삼성, SK그룹을 비롯해 네이버와 카카오 등 덩치 큰 ‘형님’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 동안 ‘대기업’ 하면 개미 같은 직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하청업체들의 목을 졸라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제는 앞 다퉈 착한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입니다.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너도나도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고 하는 낯선 풍경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ESG 경영은 세계적 추세...글로벌 투자사 "ESG 성과 나쁜 기업에 투자 안 해"

대기업들이 ESG를 새로운 경영 방침으로 정하고 있다(제공=이미지투데이)

ESG 경영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이제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ESG를 조금 알기 쉽게 풀어내면 ‘친환경’, ‘사회적 책임’, ‘적정한 지배구조’를 의미합니다. 그동안 기업에 대한 평가는 이 회사가 얼마나 많은 매출을 올리고 얼마큼의 비용을 사용해 얼마의 이익을 내느냐가 중요했습니다. 또 어느 정도의 고용창출에 이바지 하느냐도 기업의 주요 평가 항목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반드시 투자 대상으로서 좋은 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글로벌 투자사들이 “ESG 성과가 나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식 밝히는 등 해당 기업이 얼마나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지, 또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나아가 투명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췄는지가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기후변화로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고, 젊은 세대들이 바라보는 공정한 경쟁의 잣대 또한 더욱 엄격해졌기 때문입니다.

ESG는 2006년 UN 책임투자원칙이 제정되면서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과 2012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ESG 등급이 높은 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커졌습니다. 지난해부터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역시 기업에 대한 기준을 더욱 높였습니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하지 않는 기업, 비윤리적인 기업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네덜란드공적연금, 한전 투자 회수..."석탄화력발전소 연관 이유"

발전소 자료 사진(제공=픽사베이)

기업들이 ESG 경영의 필요성을 체감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네덜란드공적연금은 지난해 2월 6천만 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805억원의 한국전력 지분을 매각하고 투자를 회수했습니다. 한국전력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연관됐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이와 연관돼 삼성물산은 작년 10월 신규 석탄 투자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투자 시장은 ESG에 소홀한 기업에 낮은 점수를 주고, 사업에 있어 여러 가지 불이익을 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지역에서,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은 기업들의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따가운 감시도 기업들의 ESG 경영 도입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네이버·카카오도 친환경·투명경영 등 ESG 경영 체제 구축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우리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비전을 선언했으며, 네이버의 경우 최고재무책임자 산하 ESG 위원회 설치와 더불어 '2040 카본 내거티브'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2040 카본 내거티브 계획은 2040년까지 배출되는 탄소량보다 감축량을 더 늘리겠다는 것을 뜻합니다. 네이버의 경우 춘천에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며, 세종에 두 번째 데이터 센터를 세울 계획이어서 저탄소 이행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이 회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2020년 기업지배구조평가’에서 시가총액 10위 기업 중 유일하게 지배구조 부문에서 A+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네이버는 국내 IT 기업 중 가장 활발하게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만큼 ESG 경영에 더욱 힘쓰는 모습입니다.

얼마 전, 개인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한 김범수 의장이 설립한 카카오 역시 ESG 중심 경영을 선언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달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의결,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 감독하기로 했습니다. 경영진은 책임 경영을 수행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발전시켜 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습니다.

카카오는 저탄소 경제 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준비 중이며, ESG 경영 현황과 성과를 향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다는 방침입니다.

젊은 세대는 '필환경' 세대...반칙과 비상식 용납 안 돼

플라스틱 쓰레기(제공=픽사베이)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과포장된 택배 박스나, 음식 포장 용기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불매 운동까지 벌어졌습니다. 또 대학이나 직장 등에서 누군가에게 특혜가 주어지거나 불공정한 일이 벌어질 경우 이에 대한 문제 제기 또한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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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위 같은 이유로 사용자들이 등을 지게 되는 기업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반칙을 자행하며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사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기업들과의 관계를 끊으려 할 것입니다.

일상을 뒤바꾼 기후 변화와 코로나19란 팬데믹으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입니다. 반칙과 비상식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가 되면서 ESG 경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