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PC 업체들, 2분기 노트북용 부품 수급 비상

LPDDR4 메모리·LCD 드라이버IC 등 부족.."2분기 최대 고비"

홈&모바일입력 :2021/02/23 16:06    수정: 2021/02/24 06:09

지난 해 3억 대가 넘는 PC를 출하해 역대급 성적을 거둔 국내외 PC 업체들이 2분기를 앞두고 노트북용 각종 부품 수급에 분주하다. 중소/중견 업체는 물론 국내 대형 업체까지 주요 부품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가장 모자란 부품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메모리와 드라이버IC 등이다. 일부 부품의 경우 글로벌 톱5급 기업조차도 필요한 수량의 절반 이하만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주요 PC 제조사가 2분기 노트북 생산을 위한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인텔)

■ 스마트폰에 공급 순위 밀린 LPDDR4 메모리

노트북을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 중 현재 가장 부족이 우려되는 제품은 바로 LPDDR4 메모리다.

대부분의 PC 업체들은 슬림 노트북과 투인원 등의 생산 원가 절감을 위해 메모리를 교체 불가능하도록 일체형으로 부착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주로 쓰이는 LPDDR4 메모리는 더 큰 수요처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밀려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삼성전자 16기가비트(Gb) LPDDR4X 모바일 D램. (사진=삼성전자)

익명을 요구한 해외 PC 제조사 구매 담당자 T씨는 "IDC·가트너 등 주요 시장조사업체 기준 톱5에 들어가는 업체 중 무려 세 회사가 필요한 메모리의 절반 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자회사들 역시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LPDDR4 메모리 공급량을 늘리면 이런 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 그러나 앞으로 2-3년 안에 예전 제품이 될 LPDDR4 공정에 신규 투자를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 LCD 구동하는 드라이버 IC도 부족

LPDDR4 메모리와 더불어 LCD 디스플레이 모듈 역시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 해에는 코로나19로 중국 등 주요 생산 시설이 위치한 국가의 물류 문제가 영향을 미쳤지만 현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까지 회복된 상황이다.

반면 현재 부족 현상을 일으키는 가장 큰 주범은 LCD 패널이 아니다. 바로 PC 그래픽칩셋의 데이터를 받아 LCD 패널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인 드라이버IC가 모자라다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LCD 모듈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 초 "드라이버 IC 공급사들이 출하 예정 물량을 축소하는 등 재조정한 바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배터리 충전과 전력 소모를 제어하는 반도체 역시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반면 최근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 생산시설 가동 중단 등으로 공급 우려가 나오고 있는 낸드플래시나 SSD는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 삼성전자가 생산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대부분 자체 제조 SSD에 쓰이는데다 SK하이닉스나 WD(키오시아) 등 공급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 시장 상황 예측 불가능.."2분기는 어렵다"

국내 중견 PC 제조사 관계자는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유연하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제품 출시 이전에 예약판매를 진행하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 항공편을 이용하는 등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였던 PC 시장이 지난 해부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문제다. 먼저 기업이나 기관들이 원격근무 등을 염두에 두면서 신규 구매 PC 중 노트북이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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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근무 등으로 노트북 수요가 늘면서 시장 상황 예측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사진=픽사베이)

국내 시장 상황도 마찬가지다. 과거 국내 PC 시장에서 노트북 수요는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최고치를 기록한 후 차차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 해에는 2분기에도 노트북 수요가 예년 대비 오히려 늘었다.

국내외 PC 제조사에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반도체업체 관계자 역시 "1분기는 그동안 비축해 둔 부품으로 감당할 수 있지만 2분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중소/중견 업체는 물론 국내 대형 업체 역시 비상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