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리더십’과 ‘디지털 멤버십’

"디지털 리더는 디지털 멤버의 하나...다른 멤버와 수평적 관계 특징”

전문가 칼럼입력 :2021/02/23 12:15

채희태 (주)모티링크 경영과학연구실 실장
채희태 (주)모티링크 경영과학연구실 실장

몇 년 전부터 '리더십' 앞에 '디지털'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리더십'과 '디지털 리더십'은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리더십 앞에 디지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어떠한 개념 앞에 수식어를 더하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목표인 긍정이고, 다른 하나는 수단인 보완이다.

익숙한 예를 몇 가지 들어 보자. 대표적으로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기업을 빼놓고 자본주의 경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경제 질서에서 기업은 이윤 창출을 통해 생존하거나 성장하며, 동시에 기술 혁신,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 

하지만 세계화와 무한 경쟁 속에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이윤 추구에 몰입하게 되면서 기업이 지향해야 할 가치의 한 축인 사회적 기여가 무너져 내렸다. 시장을 포함하고 있는 사회 기반이 무너져 버리면 그 위에서 추구하는 이윤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사회적이라는 가치를 밖으로 끄집어내 기업을 수식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긍정성을 되찾고자 한 것이 '사회적 기업'이 등장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리더십과 디지털 멤버십(제공=모티링크)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보자. 지금은 웹툰의 성장으로 한풀 기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학습 만화'라는 것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에서 만화 산업은 아마 소멸했을지도 모른다. 프랑스에서는 만화를 건축, 조각, 회화, 음악, 문학, 공연, 영화, 사진에 이어 아홉 번째 예술 매체로 인정하고 있지만(열 번째는 게임이다), 우리나라에서 만화는 일찍부터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불량한 매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의 눈치를 보며 만화 대본소를 기웃거렸던 지금의 기성세대는 부모가 된 후 자신의 부모보다 더 강력하게 만화를 금지했다. 사실 학습이라는 수식어 또한 이미 만화 안에 내재돼 있던 가치였다. 만약 학습이라는 수식어가 만화를 보완하면서 긍정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웹툰이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을까?

디지털 리더십의 등장

리더십 또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리더십을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리더십의 뜻풀이를 아무리 뒤집고 곱씹어 봐도 이 시대에 리더십이 마땅히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소위 무리(집단)의 위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고,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 가는 리더의 행위가 갖고 있는 효율이 급격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리더십 또한 앞서 소개한 기업이나 만화처럼 자신을 보완하면서 긍정할 수식어가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리더십을 보완하면서 긍정할 수 있는 수식어로 디지털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아날로그를 대체하며 등장한 디지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리더십은 디지털이라는 수식어를 통해 변화한 시대에 맞게 리더십을 보완하는 동시에, 시대가 바뀌더라도 여전히 리더십은 필요하다는 것을 긍정하기 위해 시작됐을 것이다.

디지털 리더십을 제일 먼저 주창한 이가 누구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그 시작은 디지털 시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등장했던 리더십 3.0이 아닐까? 미국의 HR 전문가인 '브래드 카쉬(Brad Karsh)'는 기업 현장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 ‘넥스트 리더십 3.0’을 통해 빠른 시대 변화로 인해 전혀 다른 경험을 가진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고 있다며 그 이질적인 세대가 조직이 원하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작동하기 위해선 새로운 리더십, 즉 리더십 3.0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의 표는 브래드 카쉬가 주장하는 세대별 자산, 고정관념, 슬로건을 요약해서 정리해 놓은 것이다.

세대별 특징(제공=모티링크)

‘넥스트 리더십 3.0’은 미국의 경험에 기반 한 책이라 우리나라에 그래도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세대는 전쟁을, 베이비붐 시대는 고성장을, X세대는 민주화를 경험했고, 밀레니얼 세대는 세계화 속에서 지독한 경쟁을 겪고 있는 세월호의 당사자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세대는 브래드 카쉬의 분류에 그 특별한 경험이 더해져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레드 카쉬의 다음 조언은 디지털 리더십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해 보인다.

밀레니얼 관리자는 다양한 팀들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식하며 그들이 가져오는 혜택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세대 간 간극도 메워야 한다. 각 세대는 저마다 자신들이 성장한 사회에 의해 형성되고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모두가 자신들이 '최고의 세대'라고 부르짖겠지만 최고의 세대란 없다. 여러 세대를 가로질러 일하고 있다면 이것만 생각하면 된다. 각 세대는 '월등하지도 열등하지도 않다. 다만 다를 뿐이다(브래드 카쉬 커트니 템플린, ‘넥스트 리더십 3.0’ 중).

브래드 카쉬의 조언이 조직 내에서 필요한 디지털 리더십이라면 코닥과 애플의 부사장을 지낸 돈 스트릭랜드(Don Strickland)는 시장을 대하는 자세로서의 디지털 리더십을 요구한다. 돈 스트릭랜드는 혁신에 실패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코닥과 혁신에 성공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애플의 사례를 들었다.

두 기업 모두 혁신을 단행했지만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이는 어떤 혁신을 추구했느냐에 따른 결과물이다. 코닥은 남들이 다 하는 혁신을 했고 애플은 남다른 혁신을 선택했다. 코닥은 위험을 회피했고, 애플은 위험을 감수한 혁신을 선택했다. 혁신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코닥은 인사이드-아웃, 애플은 아웃사이드-인 방식을 선택했다. 제빵사가 맛있다고 주장하는 빵을 만들어 소비자가 사가기를 바라는 것이 인사이드-아웃이라면, 소비자가 원하는 빵을 만들어 매출을 올리는 것이 아웃사이드-인이다(시사저널 인터뷰 중).

권력형 리더는 제한된 빅텐트, 공감형 리더는 무한확장 가능한 플랫폼

과거 리더십과 짝을 이루는 단어는 아마 충성심을 뜻하는 팔로워십(followership)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리더십과 짝을 이루는 단어는 디지털 팔로워십이 아니다. 굳이 짝을 찾아야 한다면 필자는 '디지털 멤버십'을 제안한다.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수직적인 내용을 담은 수평적 범주의 개념이라면, 디지털 멤버십은 디지털 리더십을 포함하는 상위 범주의 개념이면서 그 내용은 수평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디지털 리더는 디지털 멤버의 하나일 뿐이며, 다른 멤버와 수평적인 관계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뇌신경 심리학자이자 ‘승자의 뇌’의 저자인 이안 로버트슨(Ian Robertson)은 권력은 아무리 사소한 권력일지라도 뇌의 공감 능력을 쇠퇴시킨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리더를 하나의 권력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조직의 멤버들이 갖고 있는 다양성에 공감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형 리더의 멤버들은 리더가 가진 능력치를 벗어날 수 없다.

반면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감형 리더는 리더의 역할에, 다양한 멤버들의 가능성이 더해진다. 권력형 리더가 제한된 빅텐트라면, 공감형 리더는 무한 확장이 가능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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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시대에 비해 디지털 시대의 변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그 속도는 LP에서 음악을 찾아 듣는 것과 CD나 MP3 플레이어에서 음악의 듣고 싶은 부분만 골라서 듣는 속도의 차이다. 그저 참과 거짓을 구분할 뿐인 디지털 신호 0과 1은 가치를 내재하고 있지 않으며 상호 독립적인 동시에 수평적인 관계다.

버릇없는 자녀의 태도를 부모와 자식이라는 권력 관계에서 벗어나 바라볼 수 있다면, 이해할 수 없는 부하직원의 도발을 입장의 차이일 뿐이라고 인정할 수만 있다면 다양한 세대와 다양한 입장은 서로 수평적으로 연결돼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지 않을까.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채희태 (주)모티링크 경영과학연구실 실장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25년 이상 예술과 실무, 온라인과 오프라인, 민과 관을 넘나들며 콘텐츠 및 정책 기획자로 활동했다.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사회학 석사이며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 의 저자이다. 경영의 과학화를 위한 사회학적 연구와 더불어 디지털 워크스페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커넥티드 리모트워크(Connected Remote Work) 업무 환경의 구현을 위한 기획업무를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