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팻 겔싱어 CEO 앞에 놓인 3가지 과제

7nm 공정 세부 계획·인재 영입·장기 로드맵 '급선무'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02/16 16:03    수정: 2021/02/16 16:28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인텔)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인텔)

인텔에서 VM웨어로 떠났던 팻 겔싱어(Pat Gelsinger)가 15일(미국 현지시간) 인텔 CEO로 취임하며 복귀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달 13일 인텔 이사회가 팻 겔싱어 영입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팻 겔싱어는 15일 취임 일성으로 "신임 CEO로서 기술 발전의 모든 측면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회사의 위대한 아이콘을 되찾아 다시 미래의 리더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정말 감격적이며 인텔의 최고의 날은 우리 앞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7nm 공정 프로세서 생산 계획과 인력 확충, 향후 로드맵 등 시급히 결정해야 할 사안들도 산적한 상황이다.

■ 7nm 프로세서 내부/외부 생산 결정 시급

인텔은 올 초만 해도 2020년 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7nm 공정 관련 상세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팻 겔싱어가 CEO로 돌아오면서 각종 중요한 의사 결정은 일시정지 상태다.

팻 겔싱어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바로 2023년 7nm 공정에서 생산될 프로세서의 배분이다. 어느 제품을 내부에서 생산할지, 또 얼마만큼을 외부 파운드리에서 위탁생산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TSMC 위탁 생산을 결정할 경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 (사진=TSMC)

팻 겔싱어 역시 "외부 파운드리 활용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본인이) CEO에 정식으로 취임한 후 밝힐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텔 프로세서를 위탁 생산할 수 있는 업체로 TSMC와 삼성전자가 꼽힌다. 그러나 TSMC에는 인텔 뿐만 아니라 애플, 퀄컴, AMD 등 다른 업체의 생산량이 몰리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생산 1년 전부터 생산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

■ 프로세서·미세 공정 관련 인력 확대 '숙제'

프로세서 등 핵심 제품과 생산 공정을 연구·개발할 중량감 있는 인력 영입도 팻 겔싱어의 과제 중 하나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가 재임하던 2017년 11월에는 애플과 AMD를 두루 거친 그래픽 전문가인 라자 코두리가, 2018년 4월에는 AMD, 테슬라, 애플을 거친 프로세서 전문가인 짐 켈러가 인텔에 합류했다.

짐 켈러는 인텔 합류 2년만에 사직 후 현재 캐나다 AI 칩 스타트업에 재직중이다. (사진=인텔)

그러나 짐 켈러는 지난 해 6월 개인 사정을 이유로 인텔을 떠났고 올 초 캐나다 AI 칩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는 라자 코두리가 수석 부사장으로 프로세서와 그래픽칩셋, 소프트웨어 등 모든 제품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팻 겔싱어가 인텔 복귀 의사를 밝힌 뒤로 30년 이상 인텔에 재직했던 전문가들이 복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인텔 정체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미세 공정 관련 전문가 영입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머시 렌두친탈라는 7nm 공정 지연 표면화 직후 인텔을 떠났다. (사진=인텔)

2016년 퀄컴에서 영입된 머시 렌두친탈라는 클라이언트 칩 및 IoT 사업을 총괄하고 있었지만 인텔이 7nm 공정 지연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해 8월 인텔을 떠났다. 이후 미세 공정 관련 기술 개발은 앤 켈러 수석부사장(박사) 지휘 아래 있다.

■ 근본 문제인 '미세공정' 여전히 뜨거운 감자

AMD의 추격과 애플 이탈 등을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인 7nm 이하 미세공정 관련 시행착오는 사실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텔은 지난 달 실적발표를 통해 '7nm 공정의 회복'을 선언했지만 주식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텔 주가는 지난 해 7월 실적 발표 직전까지 주당 60달러(약 7만2천원)를 유지하다 10월 말에는 45달러(약 5만원)까지 떨어졌다. 반면 경쟁사인 AMD 주가는 지난 해 7월 이후 지속 상승해 현재는 주당 90달러(약 10만원) 이상에 거래된다.

최근 5년간 인텔(INTC) 주가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지난 해 말에는 미국 행동주의 펀드 '서드포인트'(Third Point)가 인텔에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분리하라는 방안을 고려하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지난 1월 중순 팻 겔싱어 복귀가 공식화되자 주가는 60달러 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이는 CEO 교체에 따른 긍정적인 전망이 낳은 '컨벤션 효과'에 가깝다. 또 일부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섣불리 자체 반도체 생산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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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2018년 전세계 4개 생산시설 투자를 통해 14nm 프로세서 수급난을 잠재웠다. (그림=인텔)

인텔은 2018년 하반기 이후 약 1년 반동안 14nm 공정에서 생산된 프로세서 수급난을 겪은 바 있다. 이후 생산 시설 조정과 신규 투자 등을 통해 이를 가까스로 해결했다. 경쟁사인 AMD는 TSMC에 제품 생산을 위탁하며 7nm 공정을 얻었지만 지난 해부터라이젠 프로세서와 라데온 그래픽칩셋 등 모든 제품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또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제품의 안정적인 생산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아닌 대만이나 중국 등에 반도체 제품 생산을 완전히 넘기는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 마찰도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