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높이기 위해 한국전력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환경단체들도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전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면 민간 분야 재생에너지 투자가 저하돼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중 제고와 탄소중립 실현을 막을 것이라는 우려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오는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엔 에너지나눔과평화·에너지전환포럼·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도 참여한다.
환경단체도 반발 움직임…"민간 에너지 투자 막을 것"
한전의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에 대한 반발은 그동안 풍력산업협회와 민간발전협회 등 주로 발전업계로부터 나왔다. 당초 쟁점은 전력망 중립성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였다. 전력망 인프라를 관리하는 한전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면 민간 계통 연계(전력망 연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주장이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동일 사업자에 2종류 이상의 전기사업 겸업을 제한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이다. 전력공기업인 한전은 각 발전사로부터 구매한 전력을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전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겸업할 수 있다.
업계는 한전이 이미 6개 발전자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시장에 진출해있다는 점, 계통 인프라를 관리하는 한전이 발전사업이란 민간 영역에까지 진출하는 것이 전력망 중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전기사업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한전이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시장을 독점해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막을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사실상 국내 전력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민간사업자는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한전의 독점이 강화될 경우, 오히려 민간 분야의 재생에너지 투자 활성화를 저해해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3020은 물론 2050 탄소중립 실현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전의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 계획은 시민들과 주주, 전력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허용하는 것은 '공룡 기업'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고, 한전의 밥그릇 늘리기란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전 "민간사업자 손해 없을 것"
한전은 전력망 정보 공개와 금지행위 관련 규정을 강화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사내 회계와 조직 분할, 자체적인 전력계통망 정보 공개 등 부서 재편성, 사내 규칙 변경 등의 자체 개선 약속도 내걸었다.
발전자회사와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어려운 해상풍력, 영농·염전형 태양광 등 대규모 사업을 중심으로 참여하되, 사업규모와 범위를 제한하는 만큼 민간사업자들의 손해는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면서 한전은 자사의 재생에너지 사업 참여로 ▲국민 편익 증대 ▲민간 생태계 조성 ▲연관산업 견인 ▲수용성 증대 등 크게 네 가지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원가 절감을 통해 전기료 인상요인도 흡수할 수 있다고 봤다.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일자리도 창출하는 등 생태계 확대에도 한전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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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같은 반발에도 한전의 재생에너지 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국회에 제출한 이 법안은 19·20대 국회에 걸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최근 다시 논의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16.1기가와트(GW)였던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2034년까지 78.1GW로 높여야 한다"며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전의 사업 참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