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선방했지만"…금감원 권고에 배당 줄인 보험업계

회사별로 배당 성향·금액 축소…"IFRS17 도입 등 대비"

금융입력 :2021/02/11 09:04    수정: 2021/02/11 09:5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도 성장세를 지켜낸 보험업계가 보수적인 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현안을 고려해 배당을 자제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동양생명 등 최근 연간 실적을 공개한 보험사는 배당 성향과 규모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생명은 2020 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1주당 2천5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시가배당율은 3.1%, 배당금총액은 약 4천489억원이며, 배당성향은 35.5%다. 주당 2천650원이던 2019년의 결산배당보다 5% 정도 줄어든 금액이다. 배당성향 역시 당시의 37%보다 1.5%포인트 내려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삼성생명의 행보에 업계에선 예상 밖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에도 전년보다 30.3% 늘어난 1조3천705억원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을 올린 데다, 삼성전자의 특별배당으로 약 1조원을 확보해 배당을 늘릴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도 배당 성향을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동양생명은 1주당 배당금액을 220원으로 책정했다. 시가배당율은 5.9%이며, 배당금총액은 343억원, 배당성향은 26.7%다. 주당 배당금은 전년의 230원에서 10원, 배당금총액은 358억원에서 15억원 각각 줄었다.

보험사가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도 배당을 공격적으로 늘리지 못한 것은 금감원의 메시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감원은 최근 보험사 임원과 만난 자리에서 배당 성향을 최근 3년 평균 수준으로 유지해달라고 권고했다.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둔 만큼 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당금을 늘린 곳도 있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대표적이다. 삼성화재는 보통주 1주당 8천800원, 우선주 1주당 8천805원으로 전년보다 300원씩 늘어난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메리츠화재도 주당 1천280원씩 총 1천511억원을 배당키로 했다. 2019년 결산배당 850원 대비 약 50%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실적을 감안하면 두 회사 모두 배당을 크게 늘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메리츠화재는 배당성향을 34.9%로 3.4%포인트 올렸으나, 지난해 4천318억원의 순이익(전년 대비 43.3% 증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2018년 이 회사의 배당성향은 39.2%였다.

삼성화재도 마찬가지다. 배당금이 늘었음에도 배당성향은 49.5%로 6.7%포인트 낮아졌다. 최근 3년 평균치인 47.5%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7천57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7.3% 성장한 바 있다.

DB손해보험은 주당 배당금액을 2천200원으로 전년보다 700원, 현대해상은 1천원으로 120원 늘렸지만 모두 최근 3년 평균 수준의 배당성향(약 26%)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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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불만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배당을 늘리지 못하면서 주주환원 정책과 주가부양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게 이유다. 카드업계가 금감원 권고에도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자 보험사 투자자의 원성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당을 줄인 것은 아쉽지만 보험사로서는 금감원 권고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현안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