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채굴 수요에 게임용 노트북도 '불티'

지포스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보다 시세 저렴.."꿩 대신 닭?"

홈&모바일입력 :2021/02/10 13:11    수정: 2021/02/10 13:11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시세가 연초부터 연일 치솟으며 PC 시장에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가 품귀현상을 빚자 채굴업자들이 고성능 게임용 노트북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중국 등지에서는 지포스 RTX 30 시리즈 그래픽칩셋 탑재 노트북을 적으면 수십 대, 많으면 100대 이상 동원해 채굴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달 말 특정 제조사 노트북이 채굴 용도로 대량 판매됐다.

중국 암호화폐 채굴장에 설치된 게임용 노트북. (사진=웨이보 BTCer)

■ 되팔이→게임→채굴로 이어지는 수요

데스크톱PC용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는 지난 해 하반기 출시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출시 초기에는 재판매 수익을 노린 일부 업자들이, 지난 해 12월 초까지는 '사이버펑크 2077' 출시를 앞둔 업그레이드 수요가 몰렸다.

최근 6개월간 비트코인 시세 상승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반면 올 초부터는 암호화폐 채굴 수요가 게임 등 실수요를 뛰어 넘은 상황이다. 10일 오전 현재 비트코인은 개당 5천100만원, 이더리움은 개당 190만원에 거래된다. 이는 지난 해 10월 대비 4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PC부품 제조사 관계자는 "그래픽카드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상당량 그대로 실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카드 대신 '게임용 노트북'

중국과 러시아 등지의 암호화폐 채굴 업자들은 구하기 힘들어진 그래픽카드 대신 지포스 RTX 30 시리즈가 탑재된 고성능 게임용 노트북으로 몰리고 있다.

노트북으로 채굴을 진행할 때 중요한 것은 바로 그래픽카드 성능과 메모리 용량이다. 오직 채굴 프로그램만 돌아가기 때문에 SSD 등 저장공간 용량은 중요치 않다. 또 채굴 연산이 그래픽칩셋에서 진행되므로 프로세서 성능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포스 RTX 3080 탑재 레퍼런스 그래픽카드. (사진=엔비디아)

10일 현재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는 최저가 160만원 이상에 거래된다. 반면 AMD 라이젠 3000 시리즈, 인텔 10세대 코어H 시리즈 프로세서와 지포스 RTX 3060 그래픽칩셋을 장착한 노트북은 140만원 전후에 판매된다.

특히 국내에서 게임용 노트북으로 채굴을 진행할 경우 숨은 장점이 있다. 바로 그래픽카드 대비 수리가 쉽다는 것이다.

■ 그래픽카드 대비 보증기간 길고 수리 쉽다

암호화폐 채굴에 동원된 그래픽카드는 장시간 고열로 작동하기 때문에 게임 등 정상적인 작업 대비 수명이 더 빨리 줄어든다. 이 때문에 수입사나 유통사들은 보증기간을 1년 미만으로 줄이거나 거부하기도 한다.

노트북 메인보드는 핵심부품으로 지정되어 2년간 무상수리가 가능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러나 채굴 용도로 쓰던 게임용 노트북이 고장나도 PC 제조사가 이를 확인할 수 없다. 또 지난 2019년 4월부터 노트북 메인보드는 핵심부품으로 지정되어 품질보증기간이 2년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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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노트북 구입 후 2년간 채굴을 진행하면서 고장이 생길 경우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고, 보증기간인 2년 이후 문제가 생겨도 메모리와 SSD, 디스플레이 패널 등을 팔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국내 노트북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미 지난 달 말 국내 제조사와 해외 제조사 특정 제품이 대량 판매됐다. 용도까지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채굴 용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