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G 특화망이 던진 5G 확산과 실질 잠재력에 대한 궁금증

전문가 칼럼입력 :2021/02/10 08:45    수정: 2021/02/10 08:46

안태호 노키아 대표

5G는 이름만 놓고 본다면 4G에서 숫자가 하나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어쩌면 이는 마치 이동통신 기술의 작은 한 걸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5G 이동통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초고속 광대역 서비스 이상이다.

노키아와 노키아 벨 연구소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호주 등 총 8개국, 6개 산업의 의사결정권자 1천6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5G 비즈니스 준비(5G Business Readiness)' 보고서에 따르면, 5G는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 경제에 약 8조 달러(한화 약 8천968조원)의 가치를 제공할 잠재력이 있으며 광업, 엔터테인먼트, 운송,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5G의 확산 속도만 놓고 보자면 이미 4G의 기록들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다. 전 세계 5G 가입자 수는 첫 4분기 만에 1,790만명을 돌파했다. 4G가 동일한 가입자 수에 도달하는 데 10분기가 걸렸다는 점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안태호 노키아 대표

비록 한국에서는 가입자 수 증가세가 LTE보다는 조금 느린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 기준으로 보면 그 이전의 어떤 이동통신 세대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 중이다. 바로 앞 세대인 4G와 비교해도 무려 3배나 빠르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무려 45개국이 이미 5G를 구축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첫 서비스가 출시된 2019년 4월을 기준으로 3년 반쯤인 2022년 말에는 10억명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5G의 진정한 미래는 기업이다

5G의 빠른 구축 속도는 4G/LTE가 가진 용량의 한계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5G의 진정한 미래는 기업이 가진 잠재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청난 대역폭, 낮은 대기시간, 향상된 보안, 0.38mi²(약 602㎡)당 100만개의 장치를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5G는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의 애플리케이션을 양산할 것이다.

예를 들면, 광산 현장에 사용되는 채굴 장비와 차량을 원격으로 제어해 채굴 및 검사 작업을 더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 적응형 도시 인프라(adaptive city infrastructure)를 위한 네트워크로도 활용 가능하다. 5G 상에서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대기 오염 수준이 특정 수준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교통을 우회하는 도로 시스템이 더 이상 상상 속 미래의 세계가 아니다. 의료 분야에서 의사들이 원격 검진 및 수술을 수행하는 것도 5G 환경이라면 가능하다.

네트워크 에지의 AI 기능과 결합돼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의 도입도 5G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제조 분야를 놓고 본다면 프라이빗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로봇이 공장을 돌아다니며 협업을 하거나, 지능형 영상 분석을 통해 24시간 내내 운영 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된다.

5G는 다가오는 용량 문제 해결뿐 아니라 네트워크 지연 감소와 대규모의 안정성을 제공한다. 로봇 자동화, 원격 차량 제어, 고난도 원격의료, 협업 및 학습을 위한 AR‧VR고 같은 4차 산업혁명의 까다로운 요구사항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한국, 5G 기업망 장벽을 허물다

이러한 기대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유효하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개시하고,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전국망을 확산시켜 지난해 말 기준으로 5G 가입자가 1천185만1천373명에 이른다. 그리고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5G 특화망 정책방안'으로 인해 드디어 우리나라 기업들도 영국, 독일 등과 마찬가지로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할당 받아 '5G 특화망'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본격적인 5G 기업망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의 5G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이미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노키아의 '5G 비즈니스 준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의 30%는 5G를 구축한 상태이며 10%는 이미 확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의 5G에 대한 높은 관심은 조직 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기술 의사결정권자의 36%는 자사 조직 내에 5G 전담 기획팀이 있다고 밝혔다. 5G 전략과 관련된 질문에서도 국내 기술 의사결정권자의 48%는 이미 장기적인 5G 전략이 마련됐다고 답했으며, 5G와 관련된 어떠한 전략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한 비율은 겨우 8%에 불과했다.

5G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기 위한 단계

5G의 잠재적인 애플리케이션들은 종종 미래 지향적인 것처럼 들리거나 머나먼 미래에나 가능할 만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현재는 빠르게 따라잡는 중이다. 즉, 언젠가 실현될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지금 당장 구현되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개된 5G 스펙의 릴리즈 16(Release 16)에는 산업자동화, 커넥티드 카, 프라이빗 네트워크를 위한 저지연 기능이 추가됐다. 그리고 내년에는 커버리지 확장과 공공안전망 통신 개선을 위한 더 많은 옵션과 함께, 보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향상된 기능들이 추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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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5G 잠재력이 완전히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진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 서비스 제공업체, 통신장비 업체와 기업 모두 각자 맡은 역할들이 있다.

정부는 스펙트럼을 할당하거나, 투자를 장려하는 관리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5G-준비 인프라 투자와 R&D 촉진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 서비스 제공업체와 관련 산업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5G 이점에 대한 교육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기업 스스로도 5G가 어떻게 자신의 비즈니스를 변화시킬 수 있는 지 탐구함으로써 5G 가치를 직접 깨달아야 한다. 5G의 잠재력은 이처럼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완벽하게 구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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