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트렌드포커스)가 최근 공개한 2020년 HDD 출하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된 HDD 갯수는 일반 소비자용과 기업용 제품을 포함해 총 2억 5천900만개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에 비해 18.2%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데스크톱PC·노트북용 제품이 1억 3천만개 이상 출하되는 등 PC용 수요는 여전히 건재했다. 제조 원가를 줄일 수 있는 QLC(셀당 4비트)·PLC(셀당 5비트) 낸드플래시 기반 SSD가 등장하며 나왔던 'HDD 멸종론'은 시기상조인 셈이다.
■ 분기별 출하량 2년 전 대비 60% 수준으로 하락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분기별 HDD 출하량은 2018년 4분기 처음으로 1억개 밑으로 내려온 뒤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해에는 분기당 평균 6천470만개 수준까지 내려왔다.
SSD는 2011년 7월 말 태국 중·북부 지역에 발생한 홍수 사태 이후 노트북을 시작으로 데스크톱PC와 서버까지 충실히 영역을 확장해 왔다. 특히 2021년 현재 출시되는 슬림 노트북 중 대부분은 SSD만 장착한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여전히 PC에 HDD가 탑재되고 있다는 점이다. HDD를 탑재한 데스크톱PC용 HDD 출하량은 5천446만개, 노트북용 제품 출하량은 8천442만개로 총 1억 3천만개 수준이다. 다만 수량은 각각 17.8%, 20.2% 줄어들었다.
■ HDD 평균 용량도 증가.."대용량 데이터 저장"
지난해 PC용으로 출하된 HDD 전체 용량을 보면 데스크톱PC용 115.57EB(엑사바이트, 1EB=100만TB), 노트북용 129.53EB로 지난 해 대비 각각 11.3%, 12.7% 늘었다.
이를 전체 출하 대수로 나누면 개당 평균 용량은 데스크톱PC용 약 2.122TB, 노트북 1.534TB다. 출하 수량이 줄었지만 전체 용량이 늘어났다는 것은 평균 제품 용량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보급형·업무용·산업용 PC의 경우 원가 절감을 위해 SSD 대신 HDD만 탑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PC는 윈도 운영체제 부팅이나 애플리케이션 실행용으로 SSD를, 대용량 데이터 저장용으로 HDD를 이용한다.
■ 기업용·가전제품용 2.5인치 제품 수요 급감
NAS(네트워크 저장장치) 등에 쓰이는 기업용 HDD 시장에서는 3.5인치 제품이 5천922만 개 출하되어 2019년 대비 11.8% 늘어났다. QLC SSD 등이 HDD 대체재로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은 HDD가 1GB 당 비용에서 SSD 대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용 2.5인치 HDD는 같은 부피(폼팩터)에 전력 소모가 더 적고 내구성이 긴 SATA SSD에 꾸준히 밀리고 있다. 지난 해 전체 출하량은 1천266만 개로 2019년 대비 27.9% 줄어들었다. 전체 용량도 15.79EB로 개당 1.247TB를 저장하는 데 그쳤다.
USB 저장장치나 콘솔게임기, 혹은 NAS(네트워크 저장장치) 등에 탑재되는 HDD 출하량 역시 3.5인치 제품 3천282만 개, 2.5인치 제품 1천632만 개로 전년 대비 34.5%나 줄었다. 특히 2.5인치 제품 출하량은 2019년 대비 54.9% 줄었고 개당 용량도 817GB 수준이다.
■ 입지 가장 위험한 제품은? "2.5인치 HDD"
QLC(셀당 4비트) SSD가 등장한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HDD 소멸론'이 나오고 있지만 3.5인치 HDD는 당분간 대용량 데이터 저장장치 지위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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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5인치 제품의 앞날은 여전히 밝지 않다. 최근 데이터센터용으로 18TB 제품이 출시된 3.5인치 HDD와 달리 2.5인치 HDD는 최대 용량이 4TB에 머물러 있다. 반면 QLC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2.5인치 SSD는 8TB 제품이 시장에 출시됐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 시리즈X,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 등 차세대 콘솔 게임기도 직전 세대 제품과 달리 2.5인치 HDD 대신 플래시 메모리 기반 SSD로 돌아선 상황이다. 노트북의 부족한 저장공간을 보완하는 USB 외장형 저장장치 역시 500GB 미만 제품은 HDD 대신 SSD로 대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