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전 녹색 프리미엄 참여 저조…판매물량 7%만 낙찰

잔여물량 93% 6월 추가 입찰로 넘어갈 듯…K-RE100 활성화 '빨간불'

디지털경제입력 :2021/02/09 12:49    수정: 2021/02/09 15:44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한전에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녹색 프리미엄’ 제도에 기업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전력이 시행한 제1차 녹색 프리미엄 입찰 결과, 총 1천252기가와트시(GWh)가 낙찰됐다. 평균 입찰가격은 14.6원/kWh, 최고 가격은 145원/kWh, 최저 가격은 10원/kWh였다.

한국전력 나주본사 전경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녹색프리미엄을 지불하고 발급받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RE100 인증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참여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입찰 결과 낙찰물량은 전체 판매물량의 7%에 그쳤다.

애초 올해 녹색 프리미엄 판매물량은 총 1만7천827GWh였다. 입찰 후 잔여물량은 1만6천575GWh로 총 판매물량의 93%에 이른다. 한전은 남은 물량을 오는 6월 추가 입찰할 계획이다.

녹색 프리미엄은 전기소비자가 한전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제도다. 전기소비자가 가장 손쉽게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전기소비자가 내는 녹색 프리미엄은 에너지공단에 출연해 재생에너지 투자사업에 활용된다. 녹색 프리미엄 판매량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연도별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 설정된다.

기업이 녹색 프리미엄을 한전에 내면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아 K-RE100 인증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K-RE100은 기업의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을 국내 실정에 맞춰 산업부가 도입한 플랫폼이다. 전기사용량 기준이 없고 부담스러운 ‘재생에너지 100% 선언’도 필요하지 않아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전은 이날 입찰 기업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까지 LG화학,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등 3곳이 신청해 입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력 본사 이전 기념석

한전은 지난해 12월 21일 개최한 ‘재생에너지 사용 심의위원회’에서 2021년 녹색 프리미엄 판매물량과 입찰 하한가와 낙찰기준을 확정했다. 입찰 참여공고와 신청은 지난달 5일부터 한 달간 진행하고 8일 최종 낙찰물량과 가격을 확정했다.

이번에 낙찰된 발전량은 참여자별로 월 단위로 배분돼 낙찰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 한전은 그에 따른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분기별로 발행할 예정이다.

다만 기업 참여가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산을 돕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한국형 RE100(K-RE100)’ 활성화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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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아직 업계에선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지와 여력이 부족하다는 신호로도 읽힌다”며 “참여기업은 계약기간이 끝나는 올해 12월 31일까지 매월 녹색 프리미엄을 내야 하는데 이것마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2만2천623GWh에 달했다. 이는 전체 판매량(3만9천65GWh)의 58%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택용 전력 판매량은 5천766GWh에 그쳤다. 글로벌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SK그룹 6개 관계사의 사용전력만 보더라도 연간 31테라와트(TW) 규모로 국내 전력 사용량의 5%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