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모빌리티 시대 일등국가 위해 필요한 7가지

"포스트 코로나19, 개방하고 미리 준비하는 나라가 승자될 것”

전문가 칼럼입력 :2021/02/09 15:30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모빌리티가 미래의 답이다. 모빌리티는 공간적으로 산재돼 있는 국가 생존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연결시켜 주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역사적으로 증기기관과 전기의 발명이 가져 온 산업혁명은 국가적 생존에 필요한 요소를 공간적으로 한 장소에 모아서 대규모로 산출하는 산업구조를 만들었다.

이 시기의 모빌리티는 공장 같은 공간적 생산센터에 사람과 물건을 운반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공장과 도시는 모빌리티에게는 중력센터로 작용했다.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는 공간적으로 산재된 요소들에게 정보와 물질을 전달해야 한다.

컴퓨터의 등장은 정보화 사회를 출현시켰고, 모빌리티에서도 더 중대한 변화를 촉발했다.

정보화 사회에서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등장한 사이버 공간에서는 정보 모빌리티의 공간적 제약이 사라진다. 정보를 얻기 위해 한 장소에 모이는 일의 가치가 크게 사라진 것이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장소에서, 필요한 형태로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보 모빌리티에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전기차 자료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_

변수가 생겼다. 상수일지도 모른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는 인류사적 대변혁의 단초다.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 등장한 것이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세상이 됐다.

사회적 거리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모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규제가 시행됐다. 이 조치로 제조업 산업혁명 시기에 탄생한 도시가 무너지고 공장이 무너지고 있다. 대학이 무너지고 시장이 무너질 지경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세상을 지켜준 것은 정보모빌리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간에 발이 묶인 사람들을 연결해 준 것은 정보모빌리티였다.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물건을 공급하는 사람을 연결해준 것이 그것이다.

실제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 등 일부 세상의 붕괴를 막아준 물류 모빌리티의 등장도 새삼스럽지 않다.

얻은 것도 있다. 코로나19는 공간을 연결해 주는 모빌리티의 중요성과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해줬다. 정보 모빌리티만으로는 인류문명이 크게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일깨워줬다.

최근에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미래 물류모빌리티가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있다. e모빌리티(e-Mobility)라는 모빌리티가 바로 그것이다.

모빌리티는 동력을 필요로 한다. 농경사회는 말이나 소가 동력원이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동력은 증기기관이 됐고, 내연기관의 발명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내연기관을 동력원으로 출현시켰다.

 e모빌리티의 ‘e’는 처음엔 전기를 뜻했다. 이것은 모빌리티의 동력원이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동력원이 전기로 바뀌면서 미래 모빌리티는 크기나 기능면에서 다양성을 갖게 됐다. 전기모빌리티는 이론상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모빌리티를 스스로 설계해 가질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한다. 개별화된 맞춤형 모빌리티의 서막이다.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현상의 하나가 퍼스널 모빌리티(PM, Personal Mobility)의 등장이다. PM의 등장은 1980년대 메인프레임 컴퓨터 시대에 등장한 퍼스널 컴퓨터(PC, Personal Computer)의 등장에 비유할 수 있다.

PM의 등장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갈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새로운 산업으로 다가올 것만은 분명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역으로 그 가능성을 우리에게 알려줬다.

최근엔 자동차 회사와 정보통신기술(ICT) 회사가 앞다퉈 미래모빌리티의 전기(electricity)의 ‘e’와 전자(electron)의 ‘e’를 융합한 ‘ee모빌리티’를 미래모빌리티로 만들어 내고 있다.

ee모빌리티가 되면 모빌리티는 스마트해 지고, 4차산업혁명이 탄생시킨 초연결사회(super connectivity society)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ee모빌리티의 출현으로 모빌리티는 단순한 공간요소의 연결기능을 벗어나 ‘이동식 공간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ee모빌리티는 전통적인 공간의 기능을 혁신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도시가 변하고 농촌이 변할 것이다. 공장이 변하고, 대학이 변하고, 가정이 변할 것이다.

이런 변화와 함께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미래 모빌리티가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점이다.

친환경자동차 자료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그러나 새로운 산업, 새로운 시장은 자동으로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특단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모빌리티는 운반체가 돌아다니는 ‘길’이 있어야 한다. ee모빌리티에서는 길은 2차원의 공간에서 3차원의 공간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3차원 공간을 미래 모빌리티에 개방해야 한다.

둘째, 자율주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길’이 스마트 해져야 한다. ‘길’에 사물인터넷(IoT) 장치가 설치되고 이것이 주행 중인 운반체와 통신이 가능하도록 5세대(G) 망 등 첨단 통신망도 설치해 줘야 한다. ‘스마트 길’ 구축은 물론 정부의 몫이다.

셋째, 자율주행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실험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정부는 실험데이터가 축적되도록 허용하고 지원해야 한다. 데이터 라벨링에 동원되는 막대한 인력은 청년 고용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스마트 교통통제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은 정부 몫이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첨단기술이 동원돼야 한다.

다섯째, 미래모빌리티와 관련된 기관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미래 모빌리티의 육성에는 무엇보다도 관련 기관 사이의 협업이 중요하다. 부처 간 갈등을 조정하고 부처가 협업을 이끌어 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예전에 IPTV 소관을 둘러싸고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갈등을 해 이 산업의 등장이 늦어졌고, 급기야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를 만들어서 해결했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여섯째, PC 세상을 몰고 온 빌 게이츠와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있는 창업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중, 회의에서 “왜 우리나라엔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습니까?”하고 천재의 등장을 몹시 기다렸던 것을 기억한다.

천재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고 그런 천재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 속에서만 나온다는 것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일곱째, 새로운 시대에 맞도록 낡은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맞는 말이다. 낡은 규제를 과감히 없애야 미래모빌리티가 뿌리를 내린다.

우린 지금 아무도 살아 본 적이 없는 ‘살아있는 실험실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자유분방하고 항상 새로운 것은 곧 '배가 고픈' 천재는 자유를 먹고 산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불확실한 세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근거없는 불안감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으로 문화개방, 영화개방, 음악개방을 끈질기게 반대했었다.

하지만 '용감하고 과감한' 대통령이 그 때 그 반대를 무릅쓰고 개방을 했기에 지금의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같은 논리가 미래 모빌리티에도 적용된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실험장소를 만들어 줘야 한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무모함이 그 도전정신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줘야 한다. 마음 놓고 실험을 하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이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국력이 되는 세상이 됐다. 이런 시대엔 실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나라가 승자가 된다. 미래모빌리티를 위한 살아있는 실험실인 리빙랩을 대규모로 만들어서 그 실험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축적되도록 해야 한다.

미래는 개방하는 나라, 미리 준비하는 나라가 승자가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세상에서도 1등이 독식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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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산업화에는 지각생이었지만, 다가올 정보화 사회는 미리 준비해 우등생이 되자’는 슬로건으로 힘을 합치고 미리 잘 준비해 정보화 사회의 선두주자가 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이 겨울 얼음장 아래 세차게 몰려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미래 모빌리티인 'ee모빌리티'가 세상을 이끌 것이 분명하다. 미리 준비하는 나라만이 1등 국가의 반열에 오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문석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전자정부특별위원장, 규제개혁위원장,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장,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ES) 이사장, 고려대학교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미래모빌리티포럼의 초대 의장으로도 추대돼 국내 e모빌리티산업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