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사업, 금융 새 먹거리 될까

[이슈진단+] 소비자 데이터 주권 향상 기대... 데이터 분석력 사업화 관건

금융입력 :2021/02/05 07:46    수정: 2021/02/08 08:33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자 시장을 선점하려는 금융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정부가 제시한 일정에 맞춰 인프라 구축에 착수하는 한편,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구상하며 대응 태세를 갖춰나가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본허가를 받은 28곳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가운데, 첫 발을 내딛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사의 새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와 함께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금융업 경계 허문 자리 소비자 데이터 주권 향상 '우선' 기대"

(사진=이미지투데이)

마이데이터는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등에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모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뜻한다. 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소비자의 동의를 전제로 각 금융사의 개인정보(가명 처리)를 취합해 금융상품과 투자 자문, 대출 중개 등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은 자산·지출관리 앱 'KB마이머니'에 신용관리서비스와 자동차관리서비스를 선보이며 마이데이터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신용관리는 소비자의 신용평점을 같은 연령대·성별과 비교하는 것은 물론, 소득 추정 모델을 바탕으로 개인의 신용구매력을 제시하는 서비스다. 자동차관리는 KB캐피탈의 정보를 토대로 자동차 시세와 유지비 등을 소개한다.

또 신한은행의 경우 모바일 앱 '신한 쏠'에 탑재된 '마이 자산' 서비스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이를 '종합 금융상품 솔루션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인슈어테크 기업 보맵도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예상 손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개인 밀착형 서비스를 준비하기로 했다.

본허가를 받은 업체는 표준 API 구축 등 준비 작업을 거쳐 오는 8월엔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착수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국민은행·신한카드·웰컴저축은행·네이버파이낸셜 등 은행과 카드, 핀테크를 아우르는 총 28곳에 본허가를 내준 바 있다.

업계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은 보다 정교한 상품 라인업을 구축해 사업 기반을 다지고, 소비자는 자신의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유리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다. 동시에 금리인하 요구권이나 정보삭제·정정 등을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맡김으로써 소비자의 데이터 주권이 향상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금융권, 마이데이터 인프라 구축 착수…8월 서비스 시작

이에 본허가 명단에 오른 기업은 관련 인프라 구축에 한창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관·활용할 전용 창고는 물론,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요청에 대응해 정보를 규격화하고 전달할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쏟는 모양새다.

이는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에 따라 정보 공유 방식이 일원화되기 때문이다. 그간 금융사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얻어 데이터를 긁어오는 이른바 스크래핑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8월5일부터는 반드시 표준 API에 따라 정보를 요구하고 제공해야 한다. 혹시 모를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려는 조치다.

물론 사업자가 어떤 정보를 어떻게 주고받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정보 제공 범위나 전송 방식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지 않아서다.

금융위는 이달 중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동의 방식, 마이데이터로 제공할 수 있는 정보, 안전한 전송 방식, 소비자 보호 방안 등 세부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간 금융위는 정보 공유 범위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는 데 주력해왔다. 업권간 신경전이 이어진 탓이다. 대표적으로 금융권과 e커머스 사업을 하는 빅테크는 쇼핑 내용, 검색 정보 등의 공유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공 가능한 정보의 범위와 규격에 대해선 이미 결정이 이뤄진 상태"라면서 "조만간 이들 내용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데이터 분석 능력… 사업화엔 시간 걸릴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사의 수익원으로 자리 잡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행 첫 해라 이해가 부족한 탓에, 회사별로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자로 선정된 대다수의 기업은 다른 업권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상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선 성공 사례가 없었던 만큼 앞으로의 분위기를 지켜본 뒤 움직이겠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선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면 본인가를 받았다고 해도 별다른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이란 시선도 존재한다. 다른 업권으로부터 받은 정보 중 자신들에게 유의미한 내용을 선별하고 사업에 활용해야 하는데, 그 안목이 부족하다면 정보를 모으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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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업경험이나 데이터분석 인프라, 인력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업의 경우 이 과정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된다고 하나, 정보 제공 범위나 공유 방식 등에 대한 업체의 이해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를 응용한 사업 모델이나 상품이 등장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