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200만명의 추억이 봉인된 원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또 한 번 부활을 예고했습니다.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스카이이엔엠 등 5개 회사로 구성된 싸이월드Z가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로부터 약 10억원에 싸이월드 운영권을 넘겨받았기 때문입니다. 싸이월드Z는 다음 달 중 서비스를 재개한 뒤, 모바일 3.0 버전도 내놓겠다는 계획입니다.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 소식이 알려지자 적지 않은 이용자들이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2000년 초 ‘파도타기’로 친구들 미니홈피를 오가며 안부를 주고받았던 추억, 또 디지털 앨범으로 사용했던 사진첩 등 과거의 기억들이 싸이월드에 고스란히 숨 쉬고 있다는 생각이 반가움을 더한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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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기대” vs “무모한 도전”
싸이월드가 어두운 터널을 뚫고 화려하게 부활하길 기대하는 시각도 많지만, 무모한 도전이 될 것이란 냉정한 평가가 더 많은 게 사실입니다. 다시 써보고는 싶은데, 재개가 가능할까란 관점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경영난과 임금체불 문제 등으로 싸이월드 사이트가 먹통이 됐던 지난 2019년 말 지디넷코리아가 오픈서베이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7.5% 응답자들은 싸이월드 부활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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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디자인과 사용성이 개편될 경우 다시 사용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한두 번 이용해볼 것 같다’는 응답이 43.6%로 가장 많았고, ‘종종 쓰게될 것 같다’는 응답이 22.5%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래도 쓰지 않을 것 같다’(19.5%), ‘개편된다면 꼭 이용하겠다’(13.4%) 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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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과로 봤을 때 대중들은 싸이월드 부활이 힘들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수준의 품질이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싸이월드를 다시 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싸이월드Z가 과거 몇 차례 부활만 했다 다시 주저앉은 싸이월드 서비스를 정상화 하고, 현재 감성과 편의성을 갖춘 모바일 버전을 내놓는다면 전혀 승산이 없지는 않아 보입니다.
‘레트로’ 감성에 기대면 백전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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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싸이월드가 여전히 ‘레트로’ 감성에만 기대 부활을 바란다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추억팔이’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싸이월드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개발진들도 몇 차례 물갈이 돼 왔습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PC버전에 최적화된 소스코드는 주먹구구식으로 모바일에 최적화 됐고, 한 줄이면 될 코딩이 10줄, 20줄 불필요하게 늘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별 것 아닌 기능도 로딩 속도가 길어지고,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는 난제가 속출했습니다. 부활해봤자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결국 싸이월드가 다시 한 번 부활을 꿈꾸기 위해서는 인재를 투입해 단순히 서비스를 리모델링하는 것을 넘어, 서비스 전체를 갈아엎는 수준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서비스는 가까스로 살아났는데 또 다시 서버가 다운되거나, 클릭 후 한참 만에 페이지가 열린다면 돌아온 사용자들은 싸이월드를 ‘추억’이 아닌 ‘미련’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3천200만 회원, 매월 1천만 로그인?...“화려한 숫자는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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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Z 측은 "사진 170억장, 음원 MP3파일 5억3천만개, 동영상 1억5천만개 등 국민 절반이 넘는 3천200만명 회원의 추억들이 봉인돼 있던 싸이월드 서비스가 재개된다"면서 "서비스 중단 직전까지도 매월 1천만명이 로그인 했던 싸이월드가 14개월만의 서비스 재개를 통해 단숨에 기존 점유율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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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비스 중단 직전까지 로그인 한 회원 중 상당수는 지난 과거를 회상하고 싶은 마음에, 또 싸이월드가 문 닫을까봐 지난 사진을 백업해두려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싸이월드를 다시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랜만에 지난 앨범을 꺼내보고자, 혹은 내 추억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로그인 수치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신기루에 가까운 화려한 숫자만 믿고 과거의 영광을 쉽게 꿈꾸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싸이월드의 멋진 부활을 기대하면서, 3천200만 회원을 상대로 한 희망고문이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