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디자인, 놀랄 만한 가격. '콩나물'이라 놀림받던 무선 이어폰을 업계 트렌드로 만들어낸 애플은 이번 무선 헤드폰으로 또 하나의 트렌드를 선도할까.
애플은 지난달 무선 헤드폰 '에어팟 맥스'를 국내 출시했다. 에어팟 맥스는 애플이 처음으로 내놓은 무선 헤드폰이다. 무선 이어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애플이기에, 애플이 내놓은 무선 헤드폰에도 소비자와 업계의 관심은 집중됐다.
가격은 무려 71만9천원. 에어팟 맥스는 7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에어팟 맥스를 대여해 며칠간 사용해봤다.
에어팟 맥스의 첫인상은 '사격장 귀마개'를 연상케 했다. 이어컵은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했으며 무광택에 둥근 모서리를 가진 네모난 디자인이다. 일반 헤드폰과 같은 둥근 원 모양의 디자인이 아니라 더욱 눈에 띈다. 대여한 기기의 색상은 스카이 블루였는데 매우 마음에 들었다.
크기는 다소 큰 편이며 메탈 프레임을 적용해 무게는 384.8g으로 꽤 나가는 편이다. 실제로 착용해보면 굉장히 묵직하며, 얼굴 옆 대부분을 이어컵이 감싸는 정도의 크기다. 눈에 띄는 디자인과 크기 덕분에 에어팟 맥스를 끼고 출퇴근을 하니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됐다.
■ 가장 큰 장점은 '직관적인 사용성'과 깨끗한 '주변음 허용 모드'
에어팟 맥스를 사용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직관적인 사용성과 주변음 허용 모드였다.
에어팟 맥스는 오른쪽 이어컵 위쪽에 물리 버튼 2개가 달려 있다. 하나는 애플워치에서 볼 수 있었던 '디지털 크라운'이며, 다른 하나는 '노이즈 캔슬 버튼'이다. 디지털 크라운으로는 음량 조정과 음악 재생·일시정지 등을 제어할 수 있다. 디지털 크라운을 누르는 것으로 음악 재생과 일시정지가 가능하며, 돌리는 것으로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
또 에어팟 맥스는 '주변음 허용 모드'와 소음을 차단해주는 '노이즈 캔슬링 모드'를 지원하는데, 디지털 크라운 옆에 있는 네모난 '노이즈캔슬'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두 모드를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다른 무선 이어폰의 경우 작은 크기 때문인지 보통 터치로 음악 재생 및 일시정지, 노이즈캔슬링 모드 등을 제어한다. 이때 의도치 않은 터치로 음악이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 민감도가 높고 반응 속도가 느려 음량을 조절하는 등 기능을 제어하는 데 다소 불편했다.
에어팟 맥스의 이런 직관적인 버튼은 손이 귀를 스치다 원치 않게 터치가 작동하거나, 터치 응답 속도가 느려 불편했던 경험으로부터 해방시켜줘 매우 편했다.
에어팟 맥스를 쓰면서 또 하나 만족스러웠던 기능은 주변음 허용 모드였다. 주변음 허용 모드는 노이즈캔슬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노이즈캔슬링 모드'와 '주변음 허용 모드'를 왔다갔다 할 수 있어 조작이 편리하다.
주변음 허용 모드의 놀라운 점은 마치 헤드폰을 쓰고 있지 않을 때의 상황을 그대로 들려준다는 것이다. 다른 무선 이어폰의 경우도 노이즈캔슬링 기능과 함께 주변음 허용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때 주변음 허용 모드를 켜면 원래보다 주변 소음이 확대돼 들리거나 주변 말소리보다 웅웅 거리는 저음이 지나치게 크게 들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에어팟 맥스는 주변 배경 소음은 확대돼 들리지 않으면서도 내 목소리와 상대방의 목소리는 마치 헤드폰을 끼지 않은 것처럼 깨끗하고 명확하게 잘 들렸다. 헤드폰을 쓰지 않은 맨 귀로 들었을 때와 거의 똑같았다. 카페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상대방과 대화하기 위해 헤드폰을 벗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 '노이즈 캔슬링'으로 출근길 스트레스 줄어…만족스런 음질
에어팟 맥스는 애플이 설계한 40mm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초당 90억 회의 연산이 가능한 H1칩의 10개의 오디오 코어가 적용됐으며, 좌·우에 각각 4개씩 총 8개의 마이크가 액티브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구현한다.
액티브 노이즈캔슬링 기능은 안티노이즈를 발생시켜서 외부에서 들리는 소음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헤드폰인 만큼 일단 착용하면 물리적으로 소음이 일부 차단되며, 노이즈캔슬링 모드를 사용하면 상대방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노이즈캔슬링 모드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매우 유용했다. 지하철에서 들리는 진동과 소음을 차단시켜줘 마치 콘서트에 온 것 같이 음악의 세계로 온전히 빠져들 수 있다. 어느새 고개를 까딱거리며 발을 흔들거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곤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정신없고 산만한 1시간의 출근길이 매우 쾌적해져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출근 시간 1시간 동안 배터리는 80%에서 70%로 떨어졌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은 집에서 재택근무를 할 때도 유용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방 안에서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켜고 음악을 듣고 있으면 거실에서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도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에어팟 맥스는 영화를 볼 때 공간 음향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돌비 5.1 채널 또는 7.1 채널을 지원하는 영화의 경우, 360도로 둘러싸이는 사운드 스페이스 영상을 느낄 수 있다. 고개를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사운드는 정해진 위치에 고정된 채 들려 실제 극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해당 기능은 iOS 기기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돌비 5.1 또는 7.1 채널을 지원하는 영상 수가 많지 않아 이를 충분히 경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음질은 만족스럽다. 고음부터 저음까지 온전하게 들려주는 느낌으로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몰입감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50만원 이하의 무선 헤드폰 음질과 큰 차이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통화 품질은 깨끗한 편이다. 길거리에서 통화를 할 때도 상대방은 스마트폰에 직접 대고 통화하는 것과 다른 점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 장벽은 가격보다도 무게…장시간 착용 어려운 압박감
에어팟 맥스를 며칠간 사용해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무게였다. 본체가 무거워 목에도 상당한 부담이 있었으며, 귀 주변에도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압박감이 심해 장시간 착용하기 어려웠다.
애플은 본체의 무게를 분산시켜 착용자의 머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감소시키고자 헤드밴드의 중심부를 이루는 캐노피를 통기성이 뛰어난 니트 메시 소재로 만들었다. 하지만 니트 메시 소재로 무거움을 분산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듯 싶다. 30분 정도 착용했을 때부터 심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또 무게 때문인지 고개를 숙여 신발을 신거나 뛰어갈 때 헤드폰이 떨어지기 쉬웠다.
에어팟 맥스는 이어컵 안쪽에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 현상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자가 며칠 간 사용해봤을 때는 결로 현상이 생기진 않았다.
에어팟 맥스의 또 다른 아쉬운 점은 구성품이다. 가격은 70만원이 넘어가지만 구성품은 에어팟 맥스를 초절전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스마트 케이스와 라이트닝 USB-C 케이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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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케이스는 이어컵만 보호해주는 케이스로 헤드폰 전체를 넣을 수 있는 케이스는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40만원대의 소니 무선 헤드폰 WH-1000XM4가 하드 케이스와 비행기 어댑터 등을 구성품에 포함시켜주는 것과 비교하면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애플 에어팟 맥스는 '가성비'를 생각하면 쉽게 구매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애플이 에어팟을 처음 선보였을 때 20만원대의 다소 비싼 가격과 '콩나물'이라는 조롱을 받았지만 무선 이어폰 시장을 선도했듯이, 이번 에어팟 맥스도 놀랄만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무선 헤드폰 시장에서 주류로 올라서게 될지 매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