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의 '제판분리(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에 반대하는 근로자들이 전면 파업을 예고하면서 회사 안팎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판매 전문 자회사 출범을 약 2개월 앞두고 난제에 직면한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가 해결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한화생명 노조는 사측이 핵심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오는 29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판매 자회사 설립 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한화생명 노사가 기한 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따른 행보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쟁의권을 확보한 뒤 이달 4일 경고파업을 진행했고,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자 지난 5일부터 26일까지 3주간 협상을 이어왔다.
현재 한화생명 노조는 5년간 모회사와 자회사의 고용을 보장하는 고용안전협약과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영업조직을 분리할 경우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고, 2025년까지 조합원 4천여 명 중 약 1천명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아 효율적인 인력 운용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 노사의 갈등은 '제판분리' 선언에서 비롯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임시 이사회에서 전속 판매채널을 물적분할해 판매 전문회사 '한화생명 금융서비스'(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판매채널을 다각화하고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영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한화생명 노조는 회사가 조합원을 다른 회사로 이동시키려면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함에도 일방적으로 이를 추진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측이 영업 인력을 자회사로 옮긴 뒤 조직 슬림화를 목표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여승주 대표가 노조를 달래기 위해 협상에 직접 뛰어들지 주목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에 화답해 고용안전협약을 맺거나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앞서 여승주 대표는 '한화생명 금융서비스'를 통해 영업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치며 구조조정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바 있다. 특히 "1등 전략을 추구하는 회사에 인력축소는 고려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인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관련법을 준수하기 위해 직원과의 소통이 다소 미흡했던 건 사실이나, 이사회에서 의결된 만큼 임직원·노동조합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측은 판매 자회사 설립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기존의 목적을 재확인하는 한편,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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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관계자는 "수차례 고용보장과 근로조건 완전 승계 등 고용안정을 약속했지만, 노조 측이 추가 조건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면서도 "협의기간은 종료됐지만 노조와의 소통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채널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단체행동에 돌입해도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설계사의 원활한 영업활동을 보장하고자 본사와 현장에 업무지원 데스크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