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삼성전자는 4년만에 총수 부재라는 악재를 다시 맞닥뜨리게 됐다.
2017년 2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첫 구속 기소되면서 삼성전자는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의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경영 안정을 도모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2차 악재에 따른 비상 경영 시나리오도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김기남 부회장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김현석 CE부문장과 고동진 IM부문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등 사장들의 공조 체제를 통해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도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4년 전과는 경영환경 완전히 달라...잃어버린 10년 될 수도
그러나 4년 전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을 당시와 코로나19 등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의 경제 상황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단언할 수 없다는 우려가 많다.
우선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등 달성을 위한 ‘시스템반도체2030’, 6G, AI(인공지능), 자동차 전장 사업 등 미래성장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대한 신속한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밝힌 ‘뉴삼성’도 이번 구속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아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4세 경영권 승계 포기와 무노조 경영 철회, 준법경영 강화, 신사업 추진 등을 담은 뉴삼성 이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총수 부재로 굵직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져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2017년 구속되기 3개월 전 삼성전자가 미국 하만을 인수한 이후 굵직한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계 단체들이 이번 이 부회장 재구속으로 삼성의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이유도 한국 경제를 둘러싼 엄중한 현실 때문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디스플레이, 휴대폰 사업에 대한 추격이 빨라지고 있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자동차 전장, 바이오 등에 대한 경쟁자들의 합종연횡이 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글로벌 1등을 지키고 있는 삼성의 초격차 전략 자체가 한순간에 붕괴될 수 있다는 최악의 우려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해 경제계 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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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부회장이 수감된 상태에서 지난해 기소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대한 재판도 남겨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에게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잃어버린 10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때와 지금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그때는 코로나 팬데믹이나 일본 수출규제 등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쟁 격화로 빠른 경영판단과 투자 결단이 필요한 삼성전자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