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각광을 받으면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도 높다. 디지털 자산은 ‘디지털 공간에서 생성, 양도, 현금화될 수 있는 디지털 코드화된 자산’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면 인터넷을 통해 거래하는 예금이나 주식 역시 디지털 자산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디지털 자산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부상으로 비로소 논의를 시작한 개념이다. 현재 블록체인 산업 플레이어들은 빠른 기술변화 속도와 계속되는 규제로 실물 자산의 디지털화를 향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왜 부동산 디지털 자산화가 중요한가
어떠한 자산이든 경제적 가치는 항상 변동한다. 또 이런 가치 변화는 새로운 이익 창출의 기회를 낳는다. 주식이나 채권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역시 가치 변동에 따른 투자 대상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통상 가격이 높아 투자 결정이 쉽지 않다. 소위 ‘좋은 부동산에 관한 고급 정보’도 소수 그룹서만 유통되어 왔고, 전문적 경험과 지식을 요구한다.
물론 이러한 부동산 거래 장벽을 낮춰주는 부동산 간접투자상품도 존재해왔다. 부동산 펀드나 리츠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비상장 펀드나 리츠 정보를 알기 어렵고, 기관 투자자처럼 초기 단계에서 투자해 큰 수익을 얻을 기회가 거의 없다. 또한 부동산 펀드는 환매수수료가 커서 중도 인출이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 통로가 막혀 있는 상업용 부동산은 주식만큼의 유통성을 갖지 못한 채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산업 일각에서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성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강력한 보안과 거래 투명성이 장점인 블록체인 기술과 부동산 수익증권을 결합하면 등기와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 부동산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액 투자자도 주식처럼 부담없이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즉, 블록체인을 이용해 부동산을 디지털 자산화함으로써 투자장벽과 거래비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디지털 자산화의 걸림돌은 무엇?
예를 들어 보자. 어느 빌딩 소유자가 자신의 빌딩을 100억원에 팔고 싶어한다. 이 빌딩의 처분을 위탁받은 신탁업자는 빌딩 임대수익과 향후 빌딩 처분이익을 배당받을 수 있는 수익증권을 투자자들에게 발행한다. 그 대가로 받은 투자금은 소유자에 대한 매매대금으로 지급된다. 수익증권을 인수한 투자자들은 사실상 빌딩 지분을 취득한 것이고, 빌딩 가치 상승을 기대한 제3자에게 수익증권을 매도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수익증권은 지분화되어 블록체인 토큰 형태로 발행되며, 누구든지 토큰 거래 플랫폼을 통해 빌딩을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는 이러한 증권형 토큰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신탁부동산에 관한 수익증권 발행이 허용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물론 이러한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부동산 펀드를 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수익증권 토큰의 인수인을 모집하거나 토큰을 판매하려면, 증권회사처럼 금융투자업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발행된 증권형 토큰을 토큰 거래 플랫폼에서 유통시키기 위해서도 주식거래소와 같은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동산의 디지털 자산화가 갖는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실 서비스로 구현하려는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강력한 규제 장벽을 넘어야 한다.
다행히도 규제로 신산업 성장이 저해되지 않게 한국도 2019년부터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출시 예정 서비스에 대한 규제 내용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고, 안전성과 혁신성이 검증된 서비스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임시허가를 받을 수 있고, 시험 검증이 필요한 서비스라면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실증 테스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부동산의 디지털 자산화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부동산 디지털 자산화 서비스들이 선보이기 시작했지만 훨씬 더 많은 서비스들이 출시, 시장의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 4차산업혁명 서막이 오르고 갈수록 세계 각국간 선점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데 앞으로 부동산 영역에 더 많은 디지털 자산화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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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현 변호사는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로 특허청 특허심사관과 공군사관학교 교수 요원 등을 지냈다.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사 및 석사, 핀란드 알토대 경영학 석사(eMBA)를 마쳤고 사법연수원을 40기로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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