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바이오·헬스, 코로나 넘어 글로벌 항해

[4차산업혁명 2021 전망]⑩바이오·헬스

디지털경제입력 :2021/01/18 07:33    수정: 2021/01/18 14:58

코로나19는 날벼락처럼 찾아왔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중 하나가 '4차산업혁명의 대중화'다. 4차산업혁명은 그동안 일부의 선언적인 구호로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그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4차산업혁명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신축년(辛丑年) 새 해를 맞아 10개 키워드로 4차산업혁명의 진화 방향을 전망해본다.[편집자주]

⑩바이오·헬스 : 빗장 풀린 바이오·헬스, 코로나 넘어 글로벌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바이오·헬스가 4차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새해에도 정부 지원정책과 기업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바이오·헬스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 팬데믹 속 바이오·헬스 승승장구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헬스 분야 수출액은 15조원대(14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4.4% 급증하며 10대 수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오·헬스 분야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인천 송도 연세대 인천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제약사 바이오시밀러가 유럽과 미국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 가운데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입하기 위한 각국의 요청이 이어졌다"며 "K방역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 수출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 전염 여부를 확인하는 데 쓰이는 진단키트는 코로나19의 발생 이후 글로벌 수요가 폭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2020년 진단키트 수출액’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진단키트 수출 성과는 10만 달러도 되지 않았지만 3월 들어 2천400만 달러, 4월 2억2천만 달러, 5월 1억8천300만 달러, 6월 1억5천300만 달러, 7월 1억3천500만 달러, 8월 2억800만 달러, 9월 3억9천만 달러, 10월 4억1천200만 달러, 11월 5억4천600만 달러 순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 ‘K 바이오’ 돌격…민관 투자 이어질 듯

바이오산업은 우리나라 3대 수출산업(반도체, 자동차, 화학제품)보다 국제 시장규모가 커 장기적으로 고용 유발효과와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높은 신산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이 연평균 5.4%씩 성장해 2022년까지 세계시장 규모가 10조달러(187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새해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바이오 분야 지원을 위해 올해 바이오헬스 연구개발(R&D) 예산을 지난해(1조3천억원)보다 30% 대폭 증액해 1조7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KRISS 연구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표준물질을 제조하고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대표적인 국내 의료 바이오 36개사와 벤처캐피털 5개사는 2023년까지 약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의 투자 계획이 차질없이 이행되면 2023년까지 연평균 약 20%의 생산 증가와 약 9천300명 규모의 신규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이에 맞춰 규제 완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신산업 연구 환경 조성과 혁신의료기기 발굴·지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부담 완화, 특별보안검색절차 간소화 등 바이오 분야 신규 규제혁신 과제들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지 넘어 바이오산업 강국으로"

바이오 분야는 R&D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고비용이 불가피해 선제적·전략적·지속적 R&D 투자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약산업에는 18개월마다 반도체칩의 저장 용량이 두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거꾸로 쓴 '이룸(Eroom)의 법칙'이 있다. 이는 연구비 지출 10억달러당 개발되는 신약 수가 9년마다 반으로 줄어든다는 제약 산업의 R&D 생산성을 보여준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전년 대비 24.9% 증액한 5천200억원을 바이오 원천기술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 신규과제 공고 시기를 예년보다 앞당겨 연구개발과제의 조기 착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인천 연수구 송도캠퍼스에서 열린 바이오산업 행사에서 "(한국은) 이제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지를 넘어 바이오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연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돕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R&D 성과도 도출되고 있다. 새해에도 국내 업체들이 자체 개발한 다양한 신약이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다. 셀트리온과 GC녹십자,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에서 개발한 신약이 국내외 허가승인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항체 치료제 CT-P59(사진=셀트리온)

대표적으로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개발명 CT-P59)’의 글로벌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임상 2상을 통해 환자의 초기 폐렴 동반 여부가 증상 악화에 매우 중요한 위험인자 역할을 하며 이 경우 렉키로나주가 더욱 효과적인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음을 임상적으로 증명했다.

셀트리온은 전 세계 10여 개 국가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해, 임상 2상에서 확인된 렉키로나주의 안전성과 효능을 보다 광범위한 환자에게서 추가로 검증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GC5131A'를 개발하고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GC5131A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면역원성을 갖춘 항체를 분획해 만드는 혈장치료제다. GC녹십자는 다음 달까지 GC5131A 임상 2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유한양행은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국내 조건부 허가를 앞두고 있다. 레이저티닙은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가 개발한 3세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표적항암제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지난 2015년 레이저티닙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 했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의 시판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롤론티스는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하는 호중구가 항암치료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면서 세균 감염에 취약해지는 질병인 호중구 감소증을 치료하는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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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신약 '펙수프라잔'의 임상 3상을 중국 의약품관리국(NMPA)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앞서 한국에서 진행한 1상과 2상을 인정받고, 중국에서 곧바로 3상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펙수프라잔은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의 'P-CAB' 제제다.

키움증권 허혜민 연구원은 “2019년은 바이오텍 업체들의 글로벌 3상 물질들의 데이터 발표가 화두였고, 2020년은 코로나 관련 업체가 주목을 받았다”며 “새해에는 다수의 해외 진출 품목들의 침투 속도와 판매 매출 추이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