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심장질환으로 할머니를 떠나보낸 40대 후반 A씨는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제공하는 스마트 하트케어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걱정을 덜었다. 디지털 주치의로부터 24시간 직접 돌봄 서비스를 받으면서 가족력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때때로 정밀 검사를 병원을 찾아야 했지만, 이마저도 불편함은 없었다. 병원에 들어서면 병원 내 첨단 영상 장비와 웨어러블 기기가 연동돼 진료에 필요한 건강정보를 주고받아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활성화된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일이다.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재확산되면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더 안전하고, 쾌적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에는 관련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374.06% 증가한 5044억달러(약 549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환자의 건강정보는 물론 유전자, 생활환경 등의 개개인 특성까지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활용하는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인해 요즘 적용이 늘고 있는 비대면 원격 진료 서비스가 대표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다.
실제로 최근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의료기기 제조업체 외 애플, 구글 등의 글로벌 IT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활발한 상황이다.
예컨대 애플은 지난 9월 출시한 '애플워치'에 심박수와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올해 대학 병원 등과 코로나19 등의 호흡기 질환의 초기 증상을 체크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앞서 2016년 의료 데이터 수집 스타트업인 '글림스'를 인수하고, 2017년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업체인 '크로스오버헬스'를 인수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지금 전쟁 中
경영컨설팅 업체 KPMG에 따르면 오는 2030년 헬스케어 부문 인력(의사, 간호사 등)은 세계적으로 1800만명 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각종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 역시 이와 비례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의료 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도입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정KPMG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전에는 헬스케어 서비스의 대상이 환자, 고령 인구 위주였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건강한 사람도 언제든지 환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과거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일상화되고 있는 뉴노멀 시대에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기존 치료방식을 효율화하고, 예방·진단·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이 제한된 자원으로 다수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정보시스템, 유·무선통신, 클라우드 등의 기술 통합이 필수적이다. 이미 코로나19 확산 영향 등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중 특히 환자 모니터링 장비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5년까지 연평균 8.6% 성장해 시장규모는 551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의료기기 제조 분야의 강자인 필립스는 최근 입원 환자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의료기관 간의 협진이 가능한 스마트병원 솔루션(환자 모니터, 커넥티드 모니터링)을 공개했다.
미항공우주국의 우주탐사 프로그램에 우주비행사의 생체활동 모니터링시스템을 공급하는 등 의료용 모니터링 분야에서 시장 선도적 기술을 가장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스페이스랩스도 최근 환자의 실시간 생체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솔루션을 시장에 출시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필립스와 스페이스랩스가 선보인 기술은 병실은 물론 환자가 이동하는 경우에도 건강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거나 병원 내 환자 모니터링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는 등의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신뢰도 높은 의료 데이터 확보를 위해 다양한 건강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집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예컨대 국내 전자·부품 제조사인 드림텍(192650)이 개발을 완료한 '바이오센서 1Ax'는 환자 가슴 부위에 부착해 자동으로 환자의 건강정보(심전도 등)를 수집하는 동시에 다대다(多對多) 기기 간 통신을 지원하는 메시 네트워크(Mesh Network)를 지원한다. 이를 활용하면 병원 내 모든 장소에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해 클라우드 등으로 전송할 수 있고, 원격진료 서비스 구축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드림텍의 바이오센서는 환자의 이동성 확보와 의료진의 업무 효율 부분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일회용 패치 형식으로 코로나19처럼 의료진과 다른 환자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는 의료 현장에서도 활용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임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기술예측센터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미래 유망 기술 중 하나로 헬스케어 시장이 주목된다"며 "헬스케어 분야의 주요 변화 동인으로 국가별 의료 시스템의 협력 체계 취약성 부각, 기존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의료 시스템의 패러다임 변화, 의료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이 파악된다. 이에 개인의 생체정보를 수집 분석해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실시간 생체정보 측정·분석 기술 등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 디지털 헬스케어의 금맥은 바이오센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도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에 힘입어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아산병원, 의정부 을지대병원 등의 국내 대형 종합병원들이 스마트병원 구축에 적극적이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GE헬스케어와 업무협약을 맺고 '미래 의료 환경 구축'을 목표로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에서의 감시 시스템, 생체신호 위험도 예측 모델, 비대면 환자 모니터링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5G 기반 인공지능 스마트병원 구축을 위해 LG유플러스와 협력, 공사 단계부터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국내 대형 종합병원들의 이 같은 시장 진출에 전자·부품 업계에서는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심전도부터 심박수, 체온, 호흡수 등의 활력 징후 측정은 물론 낙상 등 사고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는 무선 패치형 제품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드림텍이다. 2015년 미국 헬스케어 전문기업 라이프시그널스와 바이오센서를 공동 개발한 드림텍은 미국 내 원격진료 사업자인 이매진마이크(ImagineMIC)를 통해 뉴욕, 캘리포니아 등의 병원에 바이오센서 1A를 공급, 심전도 외에 체온 및 호흡수 측정 기능도 추가한 패치형 바이오센서 1Ax를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주에 위치한 민간병원에 제품을 공급하며 인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현재는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 의료법에 맞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 및 임상시험 준비 등의 절차를 현재 밟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인증 작업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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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텍 관계자는 "인도 시장은 총인구 대비 의료진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의료진 1명당 1500명 환자)해 1대의 모니터링 기기로 최대 16명의 동시 모니터링이 가능한 바이오센서 1Ax를 사용한 스마트병원 시스템 도입으로 인도 내 의료기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증작업이 마무리될 올해부터는 인도뿐 아니라 미국 내 병원체인, 원격진료사업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제품 공급이 이루어져,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스마트병원 시장규모는 2016년 169억2000만달러에서 연평균 24%씩 성장해 2023년에는 634억9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해당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의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